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위원회(김철환 위원장), 교회협 교회재정투명성위원회(조재호 위원장)가 11월 22일 '투명한 재정, 신뢰받는 교회'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교)와 박성배 회계사(교회협 교회재정투명성위원회)가 발제한 내용을 토대로, 교회 재정을 건강하게 만드는 10가지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 기자 주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가끔 믿기지 않는 제보를 듣는다. 목사가 교인들 몰래 예배당을 처분하고 다른 교회로 옮긴 일. 목사가 교회 건축 자금 집행 내역을 요구하자 장로들이 목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일도 있다. 모두 교회 재산을 둘러싸고 목사와 교인 사이에 벌어진 갈등이다.

교회 재정 문제는 교회 분쟁 단골 메뉴다. 사역뿐 아니라 교회 재정도 건강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교회 재정 건강성을 위한 해법들을 소개한다. 

교회 재정은 모든 교인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1. 교회 재산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라

교회 재산은 누구 것일까. 목사 개인도, 장로들 것도 아니다. 법적으로 교회 재산은 '총유 재산'이다. 개인 소유물은 물론 지분권이 있는 공유물도 아니다. 구성원 공동 결의를 거쳐야 권리 행사가 가능한 재산이다. 만약 교회 대표자가 공동의회(혹은 교인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재산을 처분한다면, 이는 재판에서 원인 무효 판결을 받을 수 있다.

2. 재정 운영이 소수에게 집중되지 않게 하라

전문자가 지적하는 한국교회 고질적인 문제는 몇몇 사람이 재정 운영을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비밀스럽게 집행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공동체다. 이는 교회가 지닌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교회는 교인들이 토론과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재정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특정 권한이 소수에게 집중된 집단을 공동체라 말할 수 없다.

3. '모든' 교인에게 보고하라

교회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정기적인 재정 보고. 수입과 지출이 담긴 결산서를 일반 교인에게 공개해야 한다.

일부 교회가 정기 보고를 누락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교인들이 자세히 보지 않는다는 것. 교인에게 회계 자료를 문서로 배부하는 것을 자원 낭비로 보는 교회가 있다. 다른 이유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모든 교인에게 재정을 보고하는 게 번거롭고, 여기서 생기는 여러 '말'들이 목회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다.

교회는 기업과 같은 영리 조직처럼 신속성·효율성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조직이 아니다. 교회는 공동체다. 공동체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함께 고민하고 씨름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 이해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문서 배부가 어렵다면 홈페이지에 결산서를 공유하는 방법도 있다.

4.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고하라

재정 보고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분명하고 통일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재정을 보고하더라도 대다수 교회가 수입·지출 항목을 자의적으로 정하는 경우가 있다. 교역자 사례비(인건비)를 '전도비'로, 수당 성격에 가까운 목회자 자녀 교육비를 '장학금', '구제비'로 분류하는 게 그 예다. 이처럼 재정지출 항목을 '예배', '선교', 구제' 등으로 표현해 사용 목적과 달리 성스럽게 보이게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고칠 필요가 있다.

5.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는 복식부기로 하라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에는 복식부기로 한다. 복식부기는 단식부기에 비해 해당 조직 재무 상태나 수지 관계를 정확히 살펴보는 데 효과적이다. 조직 경영자가 의사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재정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단 전년도 결산 총액이 5억 원 미만인 교회는 단식부기를 해도 무방하다.

독립성을 지닌 외부 회계 법인에 감사를 받아야 한다.

6. 재정 관리 기초는 수입 헌금 관리

교회 수입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헌금이다. 헌금 수입을 올바르게 관리하는 게 교회 재정의 기초다. 수입 헌금 집계는 반드시 2인 이상이 입회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헌금은 모두 계수해야 한다. 특별 자금으로 쓰기 위해 일부를 계수에서 누락해서는 안 된다.

계수 후에는 헌금을 종류별로 집계한다. 집계표는 2매 이상 발행한다. 1매는 수전실에서 보관하고 다른 1매는 기록을 위해 회계 부서로 보낸다. 집계표는 반드시 책임자가 서명 후 각 부서로 송부한다. 수입 헌금은 즉시 은행에 예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7. 자금은 전자거래로 집행하라

상용·소액 지출 경비는 현금으로 지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 모든 자금은 예금통장이나 전자거래기본법에 따른 전자거래로 집행한다. 기록이 남기 때문에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다.

교회가 특별 자금을 집행하는 경우가 있다. 건축, 부동산 매입, 선교 지원, 구제 사업에 자금을 집행할 때다. 이때는 교회 대표자가 운영위원회(당회·공동의회 등)나 재정위원회 사전 결의를 얻은 후 집행해야 한다.

8. 외부감사를 받아라

회계감사 제도는 결산서가 지닌 타당성·공정성 등을 입증하기 위해 고안된 감시 체제다. 담당자가 기록을 누락할 수 있고 잘못 기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감사는 목회적 안목을 갖추고 교회 생리를 잘 이해하는 교계 관련 회계 기관에게 받는 것을 권한다. 외부감사는 비용이 많이 들어 작은 교회는 도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때에는 독립적인 내부 감사위원회를 두어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9. 제대로 된 정관을 마련하라

교회마다 제대로 된 정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교회가 정관을 만들 때, 교회 구성원은 교회 운영 방침을 놓고 토론하며 의견을 모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민주적인 교회 운영에 관심이 대두되고 재정 운영 철학도 논의된다. 교인들이 재정 운영에 직접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10. 사회봉사와 구제를 많이 하라

과거 교회는 헌금 대신 '연보'라는 말을 썼다. 연보는 "자기 것을 내놓아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보탠다"는 뜻이다. 교회가 연보의 의미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

교회 재정은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을 지닌다. 교회 재정의 투명성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재정을 아무리 투명하게 운영한다고 해도 교회 중심으로 헌금을 사용한다면 옳다고 볼 수 있을까. 헌금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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