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뉴스앤조이>는 11월 10일 기독교적 사회적 기업을 소개하고 설립을 돕는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를 소개했다. 센터 본부장 이준모 목사 본인부터 사회적 기업 사역에 앞장서고 있다.

이준모 목사와 아내 김영선 목사가 공동 목회하는 인천 해인교회는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를 열심히 하는 교회로 유명하다. 일단 교회 안에 사단법인 '내일을여는집'이 있다. 내일을여는집에는 무료 급식, 쪽방 상담소, 지역 아동 센터, 쉼터, 재활용 센터, 도농 직거래 사업단, 시니어 클럽 등 총 9개 단체가 포함돼 있다.

'먹을 것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먹을 것을', '상담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상담을',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일자리를'이라는 구호로 18년째 사회복지 사업을 하고 있다.

사회복지로 유명한 교회, 새로운 시도하다

해인교회는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도 운영 중이다. 사회적 기업 도농살림·계양구재활용센터와 실버자원협동조합이다.

도농살림은 농촌 교회에서 재배한 특산물을 판매한다. 농촌에서 사역하는 목사가 유기농 채소를 팔아 줄 수 있느냐고 물어 오면서 시작됐다. 이준모 목사가 알고 있는 인맥을 활용해 물건을 팔았다. 입소문이 났는지 여러 곳에서 납품 요청이 쇄도했다. 장기적·전문적으로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2006년 사회적 기업을 타이틀로 내걸었다.

처음에는 알음알음 지인에게 판매하다가 홈페이지를 개설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판매처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요청해 한우·건어물·반찬을 사들였다. EM 원액(Effective Micro-organisms·유용 미생물군)을 사용한 비누·치약·샴푸 등 생활용품도 납품받았다. 배달 업무는 실직 노숙인과 장기 실직자에게 맡겼다.

해인교회는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교회로 유명하다. 기존에 하던 사업 외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도 실행 중이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계양구재활용센터는 아름다운가게처럼 지역 주민과 교회가 기부한 물건을 판다. 해인교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중고 가구·가전·의류·생활용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재활용센터는 IMF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 시작했다. 당시 교인 다수가 해고당했다. 이준모 목사는 교인들에게는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사업장에는 직접 교인들 이력서를 들고 찾아갔다. 그 덕에 많은 교인들이 재취업할 수 있었다. 다시 일하게 된 교인들은 이 목사에게 "지역에서 해고된 주민, 노숙인을 돕자"고 제안했다.

노숙인이 장마철과 한겨울에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붕어빵 장사를 해 봤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노숙인들은 현금이 생기면 술 마시는데 써 버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다. 이준모 목사 눈에 재활용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스위스에 있는 한 교회가 재활용센터를 운영하며 수익금을 사회복지시설, 시민 단체에 보내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걸 보았다. 해인교회도 스위스 교회가 쓰고 있는 방식을 차용했다.

노숙인과 실직자에게 물건 판매와 가전제품 수리를 맡겼다. 생각처럼 일이 착착 진행되지는 않았다. 노숙인이 일에 적응하는 데 오래 걸렸고, 꾸준히 일하는 것도 어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자활에 성공하는 사람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야간 검정고시반에 들어가 대학 과정을 공부해서 사회복지사가 된 사람도 있었어요. 복지시설에서 정식 직원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고요."

센터는 연평균 25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모든 게 장밋빛은 아니었다. 교회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매출이 월 1,000만 원대지만 아직 완전히 흑자로 돌아서지 못했다. 월 70만 원 정도가 적자다. 경제성 따지는 기업이라면 회사를 폐쇄했겠지만, 적자 폭이 크지 않고 꾸준히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기에 해인교회가 적자를 감당하기로 했다.

대신 사회적 기업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중이다. 한국교회 교인들이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을 받거나 기업 후원을 늘리는 등, 구매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여러 판로를 모색하고 있다.

재활용 센터에는 가전제품 및 옷을 판매하고 있다. 구제 용품도 있지만 기업에서 후원받아 파는 것도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폐지 줍는 노인들이 모인 최초의 협동조합

해인교회가 운영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인 '시니어 클럽'은 인기가 좋다. 현재 1,200명이 일하고 있다.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어르신, 지역 아동 센터에 반찬을 납부하고 떡을 만드는 어르신, 쇼핑백 조립 및 포장하는 공동 작업장에서 활동하는 어르신 등이 있다. 업종이 다양하진 않지만, 은퇴 후 소일거리가 필요한 노년층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2014년 만든 실버자원협동조합은 한국에서 폐휴지 줍는 노인들이 모인 최초의 협동조합이다. 현재 30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달이 조합비를 내고 안전 교육도 받는다.

이준모 목사는 어차피 계속해야 할 일이면 이들이 안전하게,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교회 무료 급식소에서 한 할머니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다. 교회 오던 할머니가 거리에서 재활용품을 줍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오랫동안 입원하고 돌아온 할머니가 이 목사에게 현실을 토로했다.

폐지 줍는 노인의 삶이 녹록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폐지 수거 업체들이 담합해 가격이 절반으로 하락했다. 현재 신문지 1kg에 70원을 준다. 100kg를 모아야 1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또 도시계획법에 따라 고물상이 주택가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어르신들이 먼 곳까지 폐지를 팔러 다녀야 했다. 이 때문에 무료 급식소에 오던 할머니처럼 교통사고에 노출되는 경우가 생겼다.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노인도 많았다.

"이야기를 듣고 알아보니 안타까운 점이 많았어요. 어르신들이 참 열심히 생활하시는데 너무 어렵게들 살고 계셨어요. 다른 일을 해 보자고도 할 수 있지만, 어르신들에게 폐지 줍는 일은 종착역과도 같은 거였어요. 다른 일을 하시다가 결국 마지막으로 하는 일요."

실버자원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을 위해 폐지 수거용 트럭을 구매했다. 보통은 노인이 개별적으로 유모차에 폐지를 싣고 고물상에 가 일당을 받는다. 그러나 조합원은 사무실로 오기만 하면 된다. 저울에 무게를 재고 나면 조합이 알아서 처리한다. 고물상까지 직접 가지 않아도 되니 교통사고 위험도 줄어들었다.

조합원은 이밖에도 교회가 운영하는 푸드뱅크에서 후원을 받을 수 있다. 일하다 쉴 수 있는 사무실도 있고, 학교에서 기탁받은 폐지 공동 판매 등 여러 혜택을 제공받는다.

실버자원협동조합 앞에는 폐지 수거용 트럭이 서 있다. 굳이 조합원들이 고물상까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내일을여는집'은 11월 10일, 18주년 행사를 진행했다. 주민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교회가 하는 사역을 소개했다. 교회와 관계 맺은 사람들이 찾아와 밥을 먹고 내일을여는집이 하는 일을 격려하고 응원했다. 이준모 목사 역시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의 격려를 받는 교회가 많아지기를 바랐다.

"이 사역이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많은 목회자와 교인이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를 꿈꾸지만 선뜻 도전하기가 쉽지 않아요. 교회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만들고 약자를 보호하는 게 지역공동체 운동이예요. 그런 운동이 꼭 필요해요.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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