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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의 삶, '꽃'으로 만들다
[인터뷰]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나 답게 사는' 이야기, 제품 안에 녹여낸다"
  • 최유리 (cker333@newsnjoy.or.kr)
  • 승인 2016.11.19 10:38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에게 어울리는 꽃을 선정해 제품을 만드는 마리몬드. 사람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일을 한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역 안. 동백꽃 일러스트 사이로 환하게 웃는 할머니 얼굴이 광고판에 걸렸다. "99세 생신을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도 함께였다. 지나가는 시민은 가는 길을 멈추고 '이순덕' 할머니 얼굴을 쳐다봤다. 할머니는 현재 생존해 있는 최고령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다.

아이돌을 따르는 10대 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 생일을 축하하듯, 누군가 '위안부' 할머니 생신을 축하하고 시민에게 알리고 있다. 누구 아이디어일까. 광고판 위쪽에 '마리몬드'라는 상표가 눈에 띈다.

할머니 이야기로 제품 만드는 '마리몬드'

11월 14일 '힙'한 동네 성수동에서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32)를 만났다. 체크 바지에 라운드 티셔츠, 짧게 친 머리 스타일. 외모에서부터 젊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들이 만든 물건을 판매하는 카페 '마리몬드라운지' 역시 드라이플라워와 나무 탁자가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느낌을 물씬 풍겼다.

마리몬드 대표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 '위안부' 할머니와 '꽃'이다. 이들은 할머니들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드는 디자인 회사다. 할머니들 일생에 어울리는 꽃을 찾고 이를 노트, 배지, 팔찌, 휴대폰 케이스, 티셔츠, 가방 등 제품으로 만든다. 연예인 박보검과 수지가 마리몬드 제품을 착용하고 나와 '착한 기업',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기업'으로 통한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그에 맞는 플라워 패턴을 만들어요. 그걸로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죠. 사람들이 할머니를 단순히 피해자로만 보지 않고, 인권 활동가이자 존경받는 여성으로 생각하기를 바라며 이 일을 하고 있어요."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 창업을 결정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각자 다르게 생긴 꽃처럼, 사람들이 그렇게 살기를"

윤 대표가 회사를 시작한 건 2012년 말. 대학생 때 지역사회 문제를 프로젝트로 해결하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났다. 할머니들 이야기를 듣고 할머니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안함과 부채 의식이 커졌다. 할머니들을 제대로 돕고 싶은 마음에 회사를 만들었다. '저마다 가진 고유한 가치의 재조명'을 회사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회사를 시작하면서 "망하면 어쩌지"란 두려움도 있었지만, 사람이 가진 존귀함을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할머니들을 제대로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조금 오만했달까요. 제가 할머니를 돕는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요. 사업을 하면서 오히려 할머니들에게 더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하고 있죠."

이후 회사 가치를 '꽃'이라는 디자인에 녹여냈다. 왜 꽃이었을까. 윤홍조 대표는 사람들이 소명을 인지하고 자기 모습 그대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존귀함의 회복'이라고 여겼다. 그러던 중 한 시(詩)를 보았다. 각자의 향과 색, 모양을 가졌지만 다른 꽃은 닮으려 하지 않는다는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 때문에 꽃을 주제로 디자인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동백, 무궁화, 오이풀, 메리골드, 복숭아꽃, 나팔꽃을 디자인한 제품이 시중에 나왔다. 윤 대표가 4년을 버틴 건 '신의 가호'였다고 말했지만, 마리몬드는 한 제품을 만들 때 여러 회의를 거친다. TF팀 10명이 2시간씩 10차례 정도 회의를 거쳐서 할머니와 어울리는 꽃을 선택한다. 3주에서 1달간 이미 나와 있는 자료를 읽고 할머니에게 어울리는 키워드를 뽑아 온다. 키워드에 어울리는 꽃도 함께 찾는다. 그중 사람들 의견이 모이는 것을 채택한다.

"이번에 생신을 맞이한 이순덕 할머니께 어울리는 꽃은 동백이에요. 꽃말이 '누구보다 너를 사랑한다'예요. 할머니를 회고하는 글들을 보면, 다들 할머니의 사랑스럽고 따뜻한 웃음, 뚝심 있는 의지를 말해요.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걸 좋아하고 싸움을 싫어하셨다고 해요. 직원들이 찾아온 걸 보니 동백과 할머니 이미지가 딱 들어맞았어요."

4년 차로 접어든 마리몬드. 꽃을 매개로 공책, 핸드폰 케이스, 티셔츠, 가방 등 여러 제품을 만든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누군가는 마리몬드의 활동을,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해 돈 버는 것 아니냐고도 묻는다. 윤 대표 역시 지난 4년간 꾸준히 받아 온 질문이다. 그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돈을 벌기 위해 마리몬드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을 찾은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제작한 물건으로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전하고 수익금 일부를 NGO에 후원한다. 마리몬드의 취지를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 홈페이지와 소셜 미디어에 주별, 분기별 정산 금액을 올린다. 적정 금액이 모이면 단체에 후원금을 전달한다.

최근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함께 '정의기억재단'도 만들었다. 실무는 현장에서 활동하던 NGO가 했고, 마리몬드는 펀드-레이징을 담당했다. 총 모금액 10억 원 중 마리몬드 물건을 판매해 2억 원을 모았다.

마리몬드는 물건만 만들지 않는다. 현재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도 준비 중이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엄마들을 위한 공간 '스페이스마마'

마리몬드는 제품 생산 외 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물건으로 할머니들이 고귀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이제는 모임을 구성하고 찾아오는 참가자들에게 '당신이 살고 있는 지금 삶이 가치 있다'고 말해 주려고 한다.

올해 시도했던 모임이 '자기 발견 학교'다. 자기 발견 학교는 이직을 준비하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그룹 워크숍을 통해 알아 간다.

다른 단체와 협업한 프로그램도 있다.  육아하는 부모들을 위한 모임  '자람 부모 학교'가 그렇다. 자람이라는 단체가 진행하고 마리몬드가 장소 및 홍보를 담당했다. 부모들이 소규모로 모여 양육하면서 기뻤던 일, 어려웠던 경험을 나눈다. '아이와 나의 공통된 기질', '명절에 겪는 가족 갈등' 등 각자 주제에 맞춰 함께 이야기했다. 육아를 하는 각자의 방식을 찾고 공유하는 장이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엄마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사회 활동·육아·집안일로 지친 엄마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서울 은평구에 만들려고 한다. 누군가는 그저 쉬었다 갈 수 있고, 사람들과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클래스에 참여할 수도 있다.

"'스페이스마마'라는 공간을 만들어요. 직원들과 '위안부' 할머니 이후 회사가 관심 가질 분야를 찾고 있었어요. '엄마'라고 하면 가족에게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잖아요. 저희 어머니도 그렇게 살아오셨고요. 가족 중심인 여성들에게 각자의 존엄성을 찾아 주고 싶어요."

마리몬드는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서울 성동구 서울숲4길 28-19 1층)은 ‘마리몬드 라운지’로 카페도 함께 운영 중이다. 온라인은 마리몬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마리몬드가 준비하는 프로그램도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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