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그 위의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것임을 고백하오니, 우리의 끝없는 욕망과 이기심을 내려놓게 하시고 기후 변화의 주원인인 '탄소' 제로의 삶을 살아가게 도우소서. 신음하는 이들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삶은 물론 교회와 사회 속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게 도우소서."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그간 교회에서 잘 듣지 못했던 기도가 잔잔히 퍼졌다. 기도 속에 과도한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 끝없이 들어서는 화력 발전소, 핵발전소, 송전탑를 반대하며 울부짖는 마을 주민들을 불쌍히 여겨 달라는 간구가 있었다. 타인의 일상을 빼앗는 우리의 끝없는 에너지 탐욕을 멈추어 달라는 요청도 담겼다.

기도를 올린 20여 명은 지난여름 '원전과 이별하기'를 주제로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참여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서울연회 소속 교회 목사와 교인들이다. 캠페인은 한국교회환경연구소(전현식 소장)와 감리회 서울연회 환경위원회가 함께 주관하고, 서울특별시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과 협약해 진행했다.

11월 15일 그간 캠페인에 참가한 사람들이 어떻게 에너지 절약을 실천했고 무엇을 느꼈는지 나누기 위해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전농교회(이광섭 목사)에 모였다.

행사를 진행한 전농교회는 전력량 10% 줄이기 운동을 실천하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한국교회환경연구소와 감리회 서울연회 환경위원회가 주관한 '원전과 이별하기' 캠페인. 지난여름 캠페인에 동참한 이들이 기후 약자를 위한 기도를 읊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이번 여름 너무 더웠지만…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틀지 않는 게 정말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도 행사에 온 참가자 절반은 전년도 대비 10% 이상 전기를 절약했다. 50% 이상 절약한 사람도 있었다.

가정에서 멀티탭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법이다. 한 참가자는 "전원을 켰을 때 불이 들어오는 멀티탭을 쓰면, 자연스럽게 전기를 쓰지 않을 때는 전원을 끄게 된다. 이것이 전기 낭비를 막아 준다"고 말했다. 플러그 뽑기, LED 전등으로 바꾸기, 얼음팩 사용하기, 전기밥솥 덜 쓰기 등도 가정에서 실천했다.

전농교회 한 권사는 집 옥상에 태양열발전기를 세웠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요금 문제다. 총 6명이 사는 가정집에서 한여름에는 전기세가 25만 원이나 나왔다. 폭탄 요금이 나올까 두려워 정말 더울 때만 에어컨을 틀었다.

다른 하나는 원전의 위험성 때문이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고 원전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당시 일본산 해산물은 먹지 말아야 하고 일본 여행도 가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러던 중 터키로 여행 가서 가정집에 설치된 태양열발전기를 보았고 관심이 생겼다.

"효과가 없을 거 같아서 몇 년간 망설였다. 그러다 작년 서울시 지원금을 받고 3kw 태양열발전기를 설치했다. 요금이 눈에 띄게 줄었다. 설치하기 전 22만 원가량 나오던 요금이 설치 후 2만 5,000원이 나왔다. 이번 여름엔 너무 더워 에어컨을 계속 틀었는데도 8만 원밖에 안 나왔다. 설치하길 잘했다. 하나님이 주신 햇빛으로 자연도 보호하고 가정 경제에도 도움이 됐다."

참가자들은 가정과 교회에서 어떻게 에너지 절약을 실천했는지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어두운 예배실도 괜찮아

교회 차원에서 에너지 절약 운동을 한 경우도 있었다. 중곡교회(권종호 목사)는 동네에서 전도하면서 시민에게 절전 운동을 권했다. 주민들에게 절전형 멀티탭을 배포했고 91가정이 실천하겠다고 서명했다.

예배당에서도 절약은 이어졌다. 전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조명을 덜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설교자나 사회자 외에 교인이 앉는 자리에는 불을 다 켜지 않았다. 여름에는 실내 온도가 24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 했다. 더운 이들도 있었을 테지만 교회 차원에서 이 두 가지는 꼭 지키려고 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새생명교회(강석주 목사)도 중곡교회와 유사한 방법을 택했다. 예배할 때 조명을 절반만 켰다. 약간 어둑어둑하긴 했지만 많이 불편하진 않았다. 백열전구도 LED 조명으로 교체했다. 교체 후 에너지가 약 80% 이상 절약되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에는 에어컨을 가동하는 대신 실내 온도가 16~25도로 유지되는 지하에서 예배를 드렸다. 성가대원들은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성가대복을 입지 않았다. 이외 교회 내에서 일회용품과 에너지 사용이 높은 식기 세척기도 쓰지 않았다. 불편했지만 교인들은 에너지 절약을 이해해 주었다.

가재울녹색교회 양재성 목사는 동네 주민들과 에너지 자립 마을을 조성했다. 양 목사는 환경 운동이 신앙 활동임을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에너지 절약은 '신앙생활'

교회가 '녹색 에너지 자립 마을'을 만든 경우도 있었다. 북가좌1동에 있는 가재울녹색교회 양재성 목사는 직접 에너지 자립 마을을 만들었다. 녹색 에너지 자립 마을은 환경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한 서울시 마을 공동체 사업이다.

현재 한국은 에너지 95%를 수입한다. 양 목사는 에너지 수입이 끊기면 국가 붕괴가 생길 수도 있다고 보았다. 이 때문에 마을에 대체 에너지 발전기를 설치하고 전기 사용을 줄이는 등 에너지 자립을 시도하고 있다.

가재울녹색교회는 교회 카페 앞에서 프로젝트에 참가할 사람을 모집했다. 총 70가정이 모였다.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멀티탭 사용, LED 전구 교체를 실천하고, 태양열발전기를 설치했다.

한 가정이 사용하는 전기량을 책임지는 260Wh를 20가구가 신청했고, 양 목사도 집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를 두 개 설치했다. 비용이 크게 부담되지는 않았다. 66만 원 설치 비용 중 15만 원만 지불했기 때문. 서울시 지원금은 물론 에너지 자립 마을 구성원 10만 원 절감, 구성원 20명 이상일 경우 10만 원 절감 혜택을 받은 결과였다.

양 목사는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에너지 절약 운동이 전기세를 절약하는 점도 있지만 이것이 곧 신앙 활동임을 강조했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사는 길이 결국에는 성령의 마지막 열매인 '절제'를 갖는 일이다. 현재 하는 일을 신앙적 행위로, 하나님이 정말 기뻐하시는 일로 여겼으면 좋겠다. 환경 운동은 마지막 시대에 교회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자부심을 가지고 함께 이 일을 하자."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유미호 실장도 마을 단위로 이뤄지는 에너지 자립 운동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국가는 원전 중심의 정책을 펴기에 이 문제에 관심 있는 마을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 유 실장은 마을 안에 교회가 이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여러 곳에서 '마을에 교회가 있어서 희망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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