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맨큐의 경제학>, <OOO의 경제학> 등 시중에 출판된 경제학 책은 많다. 그동안 나온 경제학 서적은 주로 사회 '주류'를 대변해 온 경제학 안내서였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99%를 위한 경제학>(생각의힘)이다. 많고 많은 경제학 서적 중 이 책에 관심이 간 것은 저자 소개 글 때문이다. 저자 김재수 교수는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공부했다. 그는 현재 미국 인디애나-퍼듀(IUPUI)대학에서 미시경제학을 가르친다. 김 교수는 자신을 "일용직 건설 노동자인 아버지와 그의 아내로 평생 가난한 어머니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99%를 위한 경제학> / 김재수 지음 / 생각의힘 펴냄 / 384쪽 / 1만 5,000원. 뉴스앤조이 이은혜

미국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쓴 문장에 낯선 단어가 보였다. 김 교수는 서문에서 1%를 위한 경제학을 뒤집으려는 시도로, 낮은 곳을 향한 주류 경제학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주류 경제학의 언어와 방법을 준용하되 그 메시지는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 거하는 이들을 향할 것입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학문인 경제학의 언어를 통해, 승자 독식 사회의 논리에 맞서고자 하는 것입니다. 날 선 시선을 따뜻한 목소리로 전하는 따뜻한 책이 될 것입니다." (10쪽)

한국은 이미 갑을 관계가 당연시된 사회다. '갑질'이라는 단어는 이제 흔히 들을 수 있게 됐다. 계약서에만 존재하던 '을'이 'N포세대', '헬조선', '금수저와 흙수저', '노오력'이라는 키워드로 사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재수 교수는 <99%를 위한 경제학> 1부를 '을을 위한 경제학'이라고 명명했다. 우리 사회 대다수를 차지하는 '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앞서 언급한 키워드로 설명한다.

기독교인인 김 교수는 성서에서 말하는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예로 든다. 당시 지중해권 문화에 따르면 상대방의 오른쪽 뺨을 때리는 행위는 신분이 높은 자가 낮은 자에게 경멸하듯 혼을 내는 행위였다. 예수는 이를 거부하고 제대로 인간 대우받기를 권한다며 이는 "비폭력 저항을 통해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겠다는 의지"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을일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왼쪽 뺨을 돌려대며 연대해야 합니다. 배꼽 인사를 하는 마트의 주차 요원을 보면 점장에게 항의합시다. 무릎 꿇는 레스토랑에서는 지배인에게 항의합시다. 우리 모두는 주눅 들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23쪽)

짝퉁 시장주의 나라 대한민국

한국 보수 진영 특히 극우 진영에서는 "대한민국은 시장경제 체제 국가"라고 외친다. 이 책에서는 미국에서 주류 경제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교수가 '시장이라는 우상'에 대해 설명한다. 김 교수는 보수·진보 진영 양측에서 시장경제라는 말 자체가 오해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많은 사람이 시장과 기업을 동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시장경제는 공정한 경쟁을 요청합니다. 공정한 경쟁이 잘 작동하면, 노동한 만큼의 임금을 받는 이들이 많아지고, 분하고 억울한 이들은 줄어듭니다. (중략) 힘을 가진 이들에 의해서 경쟁의 공정성이 훼손되면 특권과 반칙이 판을 치고 사람들은 희망을 잃습니다. (중략) 저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망가뜨리는 이들이 과연 누구인지 묻고 대답해 보려고 합니다." (12쪽)

김재수 교수는 자신을 "일용직 노동자인 아버지와 평생 가난한 어머니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사진 제공 생각의힘

김재수 교수는 애덤 스미스의 원조 시장주의와 한국에 만연한 짝퉁 시장주의 즉 정실 자본주의의 비교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정실 자본주의는 기업의 성공이 정부 및 정치권력과의 관계에 달려 있는 경제체제를 의미한다. 그는 정부에게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을 예로 들며 원조 시장주의가 부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애덤 스미스가 기업을 부정적으로 보았다는 것에 놀라는 이유는, 그를 자주 인용하는 이들이 시장과 기업을 동의어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에게 있어서 시장과 기업은 반대말에 가깝습니다. 기업은 어떻게 해서든 경쟁을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애덤 스미스가 가르친 원조 자유시장주의는 기업의 과도한 지배력이 시장 경쟁을 훼손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을 시장경제의 필요조건으로 간주합니다." (204~205쪽)

책을 읽으면서 현재 한국 사회가 오버랩된다. 저자도 충분히 의도하고 썼으리라. 세월호 사건으로 공공재를 사유화하는 현상을 설명하고 젊은 나이에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을 언급한다. 이 책은 한국 사회와 동떨어진 딱딱한 이론만 늘어놓지 않는다.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다시 한 번 우리 사회를 상기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