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은 차기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손을 들어 줬다. 11월 8일(현지 시각) 열린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백악관행을 결정지었다.

하루 사이에 많은 분석 기사가 쏟아졌다. 흑인 대통령 밑에서 8년을 지낸 미국 백인들의 분노가 트럼프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있다. 중산층 백인 남성 노동자들이 트럼프에게 몰표를 던졌다는 기사도 있었다.

트럼프 당선에 큰 역할을 한 그룹은 기독교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기독교라고 해서 다 트럼프에게 표를 준 것은 아니다. 장로교·감리교·성공회·루터교 등 유럽 기반의 교단 신자 59%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했다. 문제는 남부와 중부 '바이블벨트'를 중심으로 한 복음주의 기독교다. 백인 복음주의자 81%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고, 백인이면서 여성 복음주의자도 75% 트럼프 편을 들었다.

선거가 끝나고 미국 내 유명한 기독교 인사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정리해 봤다.

트럼프는 보수 기독교의 지지를 받는 마이크 펜스(왼쪽에서 두 번째)를 부통령 메이트로 선택했다.
'종교 자유' 위기의식이 표로 집결

<더렵혀진 하나님>(나침반) 저자 조니 무어(Johnnie Moore)는 트럼프 편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미국 보수 기독교의 산실 리버티대학교에서 종교학 교수, 교목을 역임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기독교인들의 선거 참여를 독려한 '마이 페이스 보트(My Faith Votes, 신앙심이 투표한다)'라는 단체를 이끌었다. 선거가 끝난 뒤 그는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종교 자유와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보호하고 싶어 한 보수 기독교인들이 트럼프의 당선을 이끌었다"고 평했다.

보수 기독교 진영 운동가이자 버니지아주 공화당 임원인 웬들 워커(Wendell Walker)는 "하나님은 뜻을 성취하시기 위해 언제나 죄인들을 사용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이 살인한 자나 간통을 범한 자도 지도자로 쓰신다며 "트럼프는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그는 멋진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리 폴웰 주니어(Jerry Falwell Jr.) 총장(리버티대학교)은 지난 1월 일찌감치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민주당 버니 샌더스 후보를 학교에 초청해 강연을 열기도 했지만 결국 그의 선택은 트럼프였다. 폴웰 총장은 버지니아 주 지역 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보수주의자와 복음주의자를 위한 완벽한 후보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폴웰 총장은 부통령 당선자인 마이크 펜스가 복음주의자들을 모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폴웰 총장과 함께 트럼프 선거 본부에서 활동한 로버트 제프리스(Robert Jeffress) 목사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제프리스 목사는 미국 남침례교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댈러스 제일침례교회 담임목사다. 제프리스 목사는 선거 다음 날 아침, 트럼프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트럼프가 자신을 지지해 준 수많은 복음주의자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 당선이 확실히되자 눈물을 흘리는 힐러리 지지자.
"탄압받을 소수자와 함께하자"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 기독교인들은 비탄에 빠졌다. 사회 참여 단체 '소저너스' 대표이자 <회심>·<하나님 편에 서라>(IVP), <부러진 십자가>(아바서원) 저자 짐 월리스도 <소저너스>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월리스는 선거 전, 유색인종과 이민자를 억압하고 소수자를 탄압하는 트럼프는 기독교 가치와 맞지 않기 때문에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치유와 저항을 위한 시간'이라는 글에서 월리스는 이번 선거를 '백인 선거'라고 규정했다. 트럼프는 백인들의 표를 모으면 이길 수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성난 백인 투표자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몰표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난 백인은 일부가 아니었고 모든 연령대·계층·성별 구분 없이 트럼프가 백악관에 갈 수 있도록 도운 것이라고 했다.

월리스는 트럼프를 뽑은 기독교인들을 향해 "돈·섹스·권력을 찬양한 가장 부끄러운 남자에게 그들의 영혼을 팔았다"고 비판했다. 선거기간 동안 계속 침묵을 유지한 대형 교회 백인 목사들도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정치 앞에 침묵했던 대형 교회 백인 목사들은 도덕적 신뢰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체제에서 기독교인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월리스는 현재 가장 불안해하고 있을 불법 이민자, 유색인종 청년, 무슬림과 연대하고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앙 공동체의 역할이 더 없이 중요해진 시기에, 기도하고 옳은 일을 위해 분연히 일어서 외쳐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그리스도인이 온다>(IVP) 저자 브라이언 맥클라렌(Brian McLaren)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 후 애가'라는 글을 올려 슬픔을 표했다. 월리스와 마찬가지로 맥클라렌 역시 미국 내 유색인종·이민자·성소수자·무슬림을 걱정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을 지지하는 이웃들은 우리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반복해서 우리가 절망했고, 실망했고, 걱정하고 있고, 화났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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