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11월 12일 토요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민중총궐기가 열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두 번째다. 앞서 열린 5일 집회에는 시민 20만 명이 나와 박근혜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외쳤다.
2차 민중총궐기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 국회의원들도 광화문에서 시민과 함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독교계도 나선다. 박근혜퇴진기독교운동본부, 신학생시국연석회의 등 교회·개인 단위로 참여한다.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시국 동참 캠페인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액션러닝협회 연구원 박상재 씨(28)다. 그는 노원역·신촌역·청량리역·건대입구역·강남역·안국역·대학로에 포토존과 시민 자유 발언대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시민들이 시국 행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박상재 씨는 크리스천이다. 모태신앙으로 지금은 높은뜻푸른교회(문희곤 목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 씨는 10일 <뉴스앤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기 문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이럴 때일수록 크리스천이 나서야 한다"고 강변했다.
"100만 명 모여야 청와대도 반응 있을 것" |
국정 농단 사태에 국민 대다수가 분노하고 있다. 당장 한 자릿수로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만 봐도 알 수 있다. 박상재 씨는 "이번 사태에 분노하는 사람이 많지만, 시국 대열에 동참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위 문화에 '이질감'을 느끼거나, 선약이 있거나, 두려움을 느끼거나,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고 분석했다. 박 씨는 이런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위 많은 분이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해 분노하고 욕을 해요. 그런데 딱 거기까지더라고요.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잘 모르는데다 시위에 거부감을 느끼더라고요. 시위보다 당일 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도 많아요. 저는 이렇게 평범한 집단이 시국 사태에 '공감'하고 참여해야 청와대가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광화문에 한 100만 명 정도는 모여야 한다고 봐요."
'어떻게 하면 평범한 시민들이 시국 대열에 참여할 수 있을까.' 박 씨는 고민했다. 지인들과 머리를 맞댔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마케터, 변호사, 교회 동생 등이 거들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이다.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 준다"는 박 대통령의 말을 패러디한 것.
사진을 찍은 이들에게는 '우주의 기운이 함께하길' 글씨가 박힌 스탬프를 찍어 준다. 그러면서 "광화문에 나가는 게 어떠냐"며 권면할 예정이다. 자유 발언대도 만들어, 지나가는 시민들 이야기도 들어 볼 계획이다.
"집회에 나가면 주최 측 내지 특정 단체 사람들 위주로 목소리를 낼 때가 많잖아요. 지나가는 시민은 공감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차라리 시민이 시민을 설득하는 건 어떨까 생각했어요. 실제로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에 사는 한 지인이 시도해 봤는데, 많은 분이 참여했고 반응도 좋았다고 해요. 이번에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시국 동참 캠페인은 10~30대가 많이 찾는 번화가에서 진행된다. 각 지역마다 스태프 3명이 배치될 예정이다. 자원봉사자도 받고 있다. 박 씨는 "사비로 진행하다 보니 한계가 있네요. 많은 분이 함께해 주신다면, 세상도 그만큼 일찍 바뀌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기도만 했던 자신, 부끄러워 |
박상재 씨는 모태신앙이다. 서울에 오기 전까지 전주에 있는 한 장로교회에 다녔다. 대학에서 IVF(한국기독학생회)를 만난 뒤 신앙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이전까지는 정부와 위정자의 잘못을 알아도 기도하는 데 그쳤으나, 지금은 달라졌다.
"IVF 활동을 하면서 기도뿐만 아니라 행함의 중요성도 깨달았어요. 이번 ('박근혜-최순실') 사태는 기도만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한편으로는 최순실 씨에게 고맙다는 생각도 들어요. 썩어 있는 환부를 드러내 줬으니까요.
광화문에 갈 사람은 가게 돼 있어요. 다만 여러 이유로 동참하지 못하는 분들을 이끌고 싶어요. 그래서 캠페인을 기획한 거고요. 저는 대통령과 정부가 저지른 불의한 일들은, 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기도만 했던 게 부끄럽기도 해요. 안타까운 건 청와대에 진실한 기독교인이 한 명도 없었다는 거예요. 위정자들의 잘못에 계속해서 목소리를 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박 씨는 "광화문에 모여 주세요"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교회 공동체와도 시국 캠페인을 공유했어요. 많은 지지와 격려를 받았어요. 비판도 받겠지만, 국민이자 크리스천으로서 행동으로 보여 주고 싶네요. 광화문으로 모여 주세요."
문의: 010-5566-5103 / wotkdqkr1@naver.com / 박상재 씨 페이스북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