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조용한 김 목사의 우당탕탕 독서 운동기>(유심)다. 이 제목을 출판사에서 지었는지, 본인이 지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만난 김 목사를 생각해 보면 출판사에서 지은 듯하다. 자기를 '작은 사람 김동명'이라 말하는 그는 조용한 사람이기 때문.

자신을 '독서 운동가'라 소개하는 목사
<조용한 김 목사의 우당탕탕 독서 운동기> / 김동명 지음 / 유심 펴냄 / 244쪽 / 1만 2,000원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올해 8월. 인터뷰 때문이었다. 그가 운영하는 수원열린교회는 기존의 상가 예배당과는 달랐다. 교회당 입구 간판에 '수원열린교회 도서관'이라 적혀 있다. 그곳은 예배당이라기보다 '북 카페'가 어울렸다. 처음에는 단순히 '좀 유별난 형태의 목회'를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이번에 나온 책을 보면, 그의 꿈과 소신은 분명해 보인다. 저자 약력에도 단 하나의 말로 자기를 소개한다. '독서 운동가'라는 것. 이 책을 낸 목적도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운동에 동참할 사람들을 부르기 위해서다"라고 밝힌다. 그렇다. 이 책은 그가 그간 해 온 독서 운동을 바탕으로 '책 읽기 운동 본부'를 저변 확대를 위해 세상에 나왔다.

사람들은 "당신은 목사가 되어서 전도는 안 하고 웬 독서 운동이냐"라고 핀잔을 주곤 했다. 실제 그는, 만나는 사람에게 "교회 나오세요. 예수 믿으세요"라고 말하지 않고 "책 좀 읽으세요"라고 권한다.

급기야 "나는 기독교에 입문하면서 거듭났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또다시 거듭났다"라고 서문에서 고백한다. 기독교에서 그토록 중요시 여기는 '중생(거듭남)'이, '예수를 통하여'를 넘어 '책을 통하여'라고 그가 고백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간증하는 사람들(김 목사의 독서 운동을 함께한 4명)의 고백 또한 "책을 만나 변화되었다"는 말이다.

김동명 목사가 시무하는 수원열린교회 입구. 간판에 '도서관'이라 적혀 있다. 사진 제공 송상호
'책'으로 어떻게 거듭나게 되었나

서문을 보면 "이전의 나는 전형적인 한국 목회자였다. 입만 열면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외쳐 대던 목사였다. 그래서 교인들을 그런 대로 인정하지만, 불신자나 타 종교 인들에게는 기피 대상이 됐다"던 그였다.

이제는 "지금은 불신자들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타 종교인들과도 불편하지 않다"며, 책을 통한 자신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 신앙을 버린 것도 아니다.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 변화를 자신만 감지한 게 아니다. 아내 윤금주 씨는 "내 남편은 달라졌다"고 인정하는 글을 이 책에 쓰고 있다. 두말할 것도 없다. 배우자의 "내 남편은 달라졌다"는 말만큼 확실한 보증이 또 있을까.

그는 1년에 500권 정도의 책을 가리지 않고 읽어 왔다. 하루 12~15시간을 들여 하루 1~2권 정도 읽어야 가능한 일이다. 올해도 500권을 목표로 책을 읽고 있다고 했다. 그의 꿈은 '독서 운동을 하는 작은 도서관 건립'이다. 지금도 그는 독서로 자기 삶을 바꿔 나가고 있다.

무엇이 이토록 그를 변하게 했을까. 독서다. 그가 독서를 접한 것은 신학교 졸업 후 계속되는 교회 사역에 지쳐 있을 무렵. 안식년을 가진 게 계기였다. 어디 가기도 그래서 책이나 읽자고 무턱대고 덤벼들었다가, 책을 통해 자기 자신이 깨지는 경험을 했다.

수원열린교회 예배당은 북 카페처럼 보인다. 사진 제공 송상호

처음에는 다량의 독서로 "눈물이 질질 나고, 어깨가 뻐근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적당히 운동을 겸해 독서하면서, 독서 생활화를 몸에 익혔다. 그가 독서 생활화를 고집하는 것은 무슨 사명감이나 목회 욕심 때문이 아니었다. 책에 밝힌 대로 "책 읽는 것이 즐거웠다"는 것. '책 읽는 즐거움'은 해 본 사람만 안다.

그러다 우연히 아내 윤금주 씨가 진행하던 '독서 소모임'을 이끌게 되었다. 소모임 회원들과 김 목사는 궁합이 잘 들어맞았다. 하다 보니, 이게 천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소모임을 활성화하여 예배당이 도서관이 되고, 교인들뿐 아니라 비교인들과도 같이 독서 모임을 하는 '독서 운동가'가 되었다.

김 목사의 독서 십계명

김 목사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서를 잘하지 않는 이유로 4가지를 꼽는다. "1. 시간이 없다 2. 독서가 재미없다 3. 책 읽는 방법을 몰라서 힘들다 4. 독서자체가 어렵다". 물론 해법도 제시한다.

그는 독서를 위한 큰 소리(필자가 보기에는 '독서를 위한 십계명')를 10가지로 정리한다. 아래는 이 책에서 그가 제시한 '십계명'이다. 순전히 그의 경험에 따른 것이다.

1. 취미 독서를 하지 말고 생존 독서를 하라.
2. 독서로 무지에서 탈출하라.
3. 호기심에 머물지 말고 지적 생활로 나아가라.
4. 성공 독서를 하지 말고 성찰 독서를 하라.
5. 독서로 포스트모던 엑소더스를 감행하라.
6. 시도 때도 없이 독서하는 습관을 만들어라.
7. 빨리 읽으려고 하지 말고 슬로 리딩하라.
8. 치우치지 않는 균형 독서를 하라.
9. 독서를 하려면 독서 문화를 만들어라.
10. 자녀들과 함께 독서하라.

글쓰기, 책 쓰기? 책부터 읽어야

요즘 서점에는 '글쓰기', '책 쓰기' 관련 책이 인기다. "글과 책을 쓰려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한다. 사실 그건 다 '뻘짓'이다. 한마디로 말하고 싶다. 글과 책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라. 입력한 게 없는데 출력할 게 있을 리 만무하다. 김 목사도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책을 내게 됐다.

김 목사는 하루에 1~2권, 1년이면 약 500권의 책을 읽는다. 사진 제공 송상호

그는 이 책에서 "천기누설에 가까운 이야기인 나의 영업 비밀을 만천하에 공개한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우리나라가 '책 공화국'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영업 비밀이란, 이 책 말미에 나오는 '독서 코칭 4단계'다. 그동안 해 온 독서 소모임 노하우다.

그는 마치 "독서에 실패한 자들은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독서의 길로 인도하리라"고 말하는 '독서 전도사'처럼 보인다. 그가 바라는 대로 우리나라가 '책 공화국'이 되는 그날까지 아래의 복음은 계속되어야 하리라.

"화 있을진저 독서하지 않는 사람들이여. 너희가 TV와 스마트폰과 세일 전단은 잘도 보면서, 좋아도 너무 좋은 책은 보지 않는 도다. 그러나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 - 맛탕복음 23장 23절" <독서 운동기>, 54쪽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