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과 기독교 신앙> / 한국교회탐구센터 엮음 / IVP 펴냄 / 178쪽 / 1만 원

필자뿐 아니라 많은 성도가 '성경과 과학의 연관성과 상호 보완점은 없을까', '과학과 성경은 상치하고 적대적인가', '구원을 받기 위해서는 성경을 따라야 하고,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과학을 따라야 하는 것일까' 등 갈등과 의문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여러 의문과 갈등이 주는 목마름 가운데 과학은 계속 발전하고 여러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데, 정작 기독교는 과학을 불신하지도 인정하지도 않고 어중간한 입장만 취하고 있다. 기독교에 대한 신뢰감만 손상을 입히고 있었다. 그러한 와중에 이렇게 한국교회탐구센터에서 '과학과 신앙'을 주요 탐구 주제로 삼고 무크지를 내놓은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송인규 박사는 '스펙트럼: 과학과 신앙' 창간 목적을 세 가지로 밝힌다. 첫째, 과학과 신앙에 대한 집중적 연구와 교류는 한국 교계 어느 곳에서도 없었다. 둘째, 아직은 '과학과 신앙'이 성도들에게 보편적 주제는 아니지만 앞으로 점점 더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예견적 확신이 있었다. 셋째, 기독교에서 과학적 내용을 다루는 책들이 나왔지만, 저자 입장을 주장하는 쪽에 편향되어 있었다. '스펙트럼'이라는 표제어가 시사하듯 과학과 신앙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소개한다는 면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

과학의 도전에 침묵하는 신학

과학계는 유신론적 과학과 무신론적 과학으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한국 교육계에서는 무신론적 과학이 모든 분야를 점령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자녀들이 배우는 것과 세상에 소개되는 모든 기본적인 과학은 무신론적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어른들은 상대를 배려하기에 침묵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이 배운 것과 교회에서 배운 것이 다를 때 질문을 한다. 그때 한국교회는 고전적 창조론 몇 가지 입장만으로 대답하거나,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 부족한 답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거나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신앙과 과학의 경계를 분리하거나, 하나님의 창조를 믿어야 한다고 믿음을 강요하는 현실도 아직까지 여전하다. 신학은 과학의 도전에 침묵으로 일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필자는 생각해 본다. 신학계는 과학을 무시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과학을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개신교 입장만 보더라도 분명 칼뱅은 일반은총론에서 하나님의 자연적 계시를 강조하고 인정하고 있다.

지금의 장로교 신학의 모습을 보면 자연신학 연구가 전무하고, 자연을 신학 분야가 아니라 과학 분야로 인식하는 듯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과학이 신학을 추월한 것이다. 삶의 전반에 영향을 끼쳐야 할 신학이 학문과 종교 제도 안에 갇혀 버리는 꼴이 됐다.

종교와 신앙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목회자라 할지라도 신학적 관점이 아니라 일반 학문 관점에 치중돼 있다. 목회자들은 과학이나 사회에 대해 언급하지만, 신학적 과학이나 신학적 사회학 관점은 없고 침묵만 있다.

이번 창간호 주제는 '뇌과학-신경과학'이다. 신경과학을 주제로 삼은 것은 아마도 세계적 추세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중요한 '자의식', '의지'에 대한 주제 발표가 있다. 학계에서 논란이 되는 여러 이슈를 기독교 관점에서 짚고, 일반 학계가 주장하는 가설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전문적인 정보를 곁들이고 있다.

인지신경학에서 연구하는 '트랜스 휴머니즘', 특히 '마인드 업로딩' 같은 문제는 신학, 사회학, 윤리학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할 시급한 문제다. 일반 독자는 세세한 부분을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분야 종사자에게는 좋은 정보를 제공한다. 좀 아쉬운 점은 참고 도서 목록이 없다는 것. 독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둬야 하는데, 자료가 빈약하다.

'양서 부흥'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일

현재 한국 입장에서 신앙과 과학의 접촉은 매우 미미하다. 때문에 한국교회탐구센터와 IVP의 이 같은 출발과 시작에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필자는 본서를 읽으면서 한국의 과학 수준이 세계적이지만, 옆 나라 일본과 비교해 봐도 노벨상 후보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당장 돈이 되는 과학에만 편중돼 있다. 기초과학이 빈약하다. 한국의 신앙과 신학에서도 삶과 사회 근간을 이루는 뿌리가 빈약하고 편중되어 있다.

우리는 한 달 동안 외식하고, 영화 보고, 여행 가고, 차 마시고, 쇼핑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그에 반해 독서나 연구를 위한 후원은 얼마나 하고 있는가. 하나님나라를 위해 기도만 하고, 물질은 세상에만 소비할 것인가. 우리는 기도도 해야 하지만, 물질도 사용해야 한다. 우리 물질이 쓰이는 곳이 부흥하고 성장한다.

필자는 한국 성도들이 한 달에 1만 원만이라도 기독교 도서를 구입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 때 훌륭한 연구 실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의 이익을 내려놓고 진정한 하나님나라를 위해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이 같은 노력이 창대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 스펙트럼 시리즈 1권. 현대 과학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뇌과학, 곧 신경과학 연구를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한다. 신경과학 연구가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던지는 이론적 도전은 무엇인지, 교회는 이 도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신경과학과 기독교 신앙 사이에서 성경적이고 균형 잡힌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흥미롭게 논한다.

*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강도헌 /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자, 제자삼는교회 담임목사, 프쉬케치유상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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