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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이 박근혜나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 옳은가?"
미국 대선 앞두고, 풀러신학교 김세윤 교수 인터뷰
  • 양재영 (jyyang@newsnjoy.us)
  • 승인 2016.11.0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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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뉴스앤조이=양재영 기자] 한국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고, 미국에서는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한인 교계에서는 미 대선 후보들 지지 문제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태도를 두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는 국민들의 잘못된 선택의 대가라는 자성적 목소리가 큰데, 그것이 미국 대선을 앞둔 한인들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다.

한국교회가 다만 '종북'이라는 패러다임으로 박근혜 정권 탄생에 일조하였듯이, 미주 한인 교계에서는 다만 '동성애', '낙태' 등의 이슈만을 붙들고 트럼프 정권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미주뉴스앤조이>는 본지 고문이자 풀러신학교의 신약학 교수인 김세윤 교수에게 이런 문제들에 대해 '복음의 관점'에서 한인 교계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를 물었다.

김세윤 교수는 "그리스도인들은 매사를 하나님나라의 복음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문제는 그것의 중요성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고 전제하였다. 즉 "어떤 후보의 삶이 겸손, 사랑, 진실, 관용 등의 기독교적 가치들을 더 많이 나타내고, 그가 제시하는 정책들이 자유, 정의, 화평의 기독교적 가치들을 보다 더 잘 구현하려는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할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는 지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김세윤 교수와 나눈 대화를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 김세윤 교수. ⓒ<미주뉴스앤조이>

- 미국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기독교인들이 가져야 할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

성숙한 그리스도인들은 민주 사회에서 후보자들의 삶과 내세우는 정책들이 기독교적 가치와 복음의 정신을 잘 담고 있는지를 보고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불행히도 그리스도인들이 기독교적 가치와 관계없는 지연, 학연, 소속 종교 등을 따지는 패거리 정신이나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지지 후보자를 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복음에 대한 깊고, 넓은 이해를 갖지 못하고 신학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다수 그리스도인들이 한 두가지 비교적 단순한 이슈와 관계하여 후보자들을 평가하곤 한다. 한국엔 '종북' 논리가 있다면, 미국엔 '동성애'와 '낙태' 이슈가 있다.

- 미국의 기독교인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도 '동성애'와 '낙태' 이슈 때문 아닌가?

복음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한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은 '낙태'와 '동성애' 두 가지 그 폐해가 비교적 작은 이슈들에만 집착하며, 이들을 반대한다는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는 겸손, 사랑, 진실, 관용, 성결 등의 기독교적 가치와는 아주 거리가 먼 삶을 산 사람이다. 그의 사업 이력도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요구하는 하나님의 통치에 역행한 것이 뚜렷한 사람이다. 그가 내세우는 정책들도 소수 인종들, 약자들을 멸시·차별하여 백인 우월주의에 입각한 것이 많아 국내적으로도 인종적, 계층적 갈등을 조장하며, 국제 관계에서도 다른 나라들을 윽박질러 세계 평화를 해칠 위험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위대함을 힘을 통해 다시 세우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복음의 정신과 거리가 먼 자세이고 정책이다.

낙태와 동성애도 성경적으로 옳지 않은 것이지만, 트럼프가 대놓고 표방하는 태도와 정책들은 미국과 전 세계에서 만인의 인권, 자유, 정의, 평화의 증진을 해쳐 그 해악들이 동성애와 낙태가 가져오는 것보다 몇 천 배 더 큰 것들이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이 그런 비판적 인식을 갖지 못하고 그저 동성애나 낙태 등 상대적으로 작은 이슈에 집착하면서, 바로 그런 (근본주의) 그리스도인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 그 이슈들을 전략적으로 내세우는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스런 상황이다.

그러기에 필립 얀시나 앤디 크라우치 등 복음에 대한 이해와 의식이 있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인들이 과연 어떻게 그러한 트럼프를 지지할 수 있는가 하고 경악해 하고 있다.

- 그렇다면 트럼프는 반기독교적 후보로 봐야할 것 같은데…

트럼프의 정신과 정책은 "위대한 미국"을 건설하기 위해 18~19세기에 서방 열강이 약소국들에 자행한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을 21세기에 재현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예컨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멕시코를 윽박질러 그 나라로 하여금 그 경비를 물게 하겠다는 것이며, 이미 미국에 들어와 있는 라티노 등을 차별 억압하겠다는 것이며, 한국도 윽박질러 주한 미군의 주둔비 전체를 한국이 담당하도록 하고 자유무역협정도 폐기하여 미국에 유리한 무역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힘으로 대내적으로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고 대외적으로는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의 정책을 가장 극단적으로 표방한 역사적 예가 독일의 나치즘 아닌가, 즉 아리안/게르만족의 우월성을 믿고 독일 민족이 세계 모든 민족들을 지배하여야 한다며 힘으로 세계 정복을 꾀한 나치즘 말이다. 그러한 나치 독일이 전 세계에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왔는가? 동아시아에서 그러한 서양의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주의를 흉내 낸 일본의 해악을 우리 민족은 얼마나 뼈저리게 겪었는가? 나는 트럼프의 궤변을 들을 때마다, 나치즘의 궤변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여 엄청난 민족적 수모와 경제적, 사회적 고통을 겪게 된 독일인들, 심지어 다수 독일 교회 목사들, 지도자들까지도 위대한 독일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게르만 우월주의'와 '제국주의'를 결합시킨 나치즘을 열정적으로 지지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은 독일 민족과 교회는 그들이 나치즘의 마수에 걸려 지은 죄를 철저히 회개하고 뒤늦게나마 민주 정부를 수립하여 지금은 어떤 면에서는 민주주의 종주국들인 영국과 미국보다 더 훌륭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도 가능한 빨리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권유린과 지역·계층 갈등 조장으로 권력과 부를 독점한 세마이 (준)파시즘적 정권들을 지지하면서 성장한 것에 대한 회개의 선언과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NCCK가 그런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극히 소수이다. 한기총, 한교연 처럼 비민주 정권들의 선전부장과 제사장 노릇을 하여 온 단체들부터 시작해야 한다.

- 그럼 힐러리를 지지하는 것이 대안인가?

힐러리도 문제가 많은 후보자이다. 이번 대선은 둘다 바람직한 후보자가 아니다. 그런데, 이럴 땐 두 악 중 더 작은 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보다 큰 악이 보다 큰 폐해를 가져오는 것이 자명한 이치 아닌가?

트럼프 측에서는 힐러리를 거짓말쟁이요 클린턴 재단을 이용해 부자 기부자들과 결탁하고 치부한 부패자로 낙인찍는다. 그러나 트럼프는 더 정직한 사람인가? 그의 사업이 보다 정의로운 것이었는가? 그가 세금이라도 정확히 납부하였다 하는가? 노동자 등 약자들을 제대로 대우하고, 하청 업체들에 공정하게, 윤리적으로 사업을 운영하였다고 하던가, 사회의 약자들에 긍휼지심을 가지고 그렇게 많이 번 돈으로 자선사업이라도 좀 했다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그의 사업 관행과 축재에 비하면 힐러리의 악은 훨씬 더 작다고 본다.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정치적 현실에서, 우리는 그들 중 누가 정직, 신실, 사랑, 겸손, 관용, 정의, 화평 등 기독교적 가치들을 더 많이 표방하고, 거짓, 불의, 착취, 독선, 배제, 차별, 갈등 등의 사단의 나라의 가치들을 덜 표방하는 가를 분별하여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종북 이데올로기와 한국교회"

- 과거 미국의 조지 부시나 한국의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것도 교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 미국의 근본주의자들이 조지 부시를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부시는 아주 유치한 기독교 신앙의 이해를 가진 사람이다. 이 사람은 과거 링컨이나 윌슨, 카터 같이 기독교 복음에 근거한 문명 비판이나 사회, 경제, 외교 정책 등을 생각할 수 있는 기독교적 지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큐티(Quiet Time)나 하고 릭 워렌의 <목적이 이끄는 삶> 같은 책을 동료들 간에 돌리며 권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 정도의 지성 밖에 안 가진 자가 어떻게 하나님의 의로운 통치와 화평, 개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증진하는 통치를 현실정치에 반영할 수 있었겠나?

조지 부시의 무비판적 신자본주의 경제 정책과 네오콘적 신제국주의 대외 정책이 가져온 경제공황과 중동 전쟁의 재앙들을 생각해보라. 그가 기독교인임을 내세워 그리스도인들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어 그런 재앙을 가져온 것을 본 많은 미국인들이 아예 기독교를 욕하게 되어 지금 미국 기독교는 크게 쇠퇴하게 되었다.

한국도 똑같은 현상이 있었다. 이명박은 장로라는 이유로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부시와 같이 복음과 기독교 가치들에 대한 이해가 아주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가 재임한 5년 동안 기독교적 가치들을 그의 정책이나 정치 행위에 전혀 나타내지 못하고, 도리어 아주 피상적인 기독교 패거리 정신만 나타낸 것이다.

그 유명한 "고소영"이라는 비판 구호를 생각해보라! 그가 재임한 5년 동안 인권, 자유, 정의, 화평이 증진되었는가? 인권과 언론 자유 등의 쇠퇴, 경제적 불의와 사회적 갈등, 부패 등의 증진, 남북 화해 파탄 등 도대체 기독교적 가치가 어디에 나타났는가? 세계의 여러 조사 기관들에서 오늘의 한국의 인권, 언론 자유, 복지, 부패 등의 지수가 OECD국가들 중 몇 번째라고 하는가? 이명박 장로 대통령 치하에서 그들이 개선되었다고 하는가? 많이 악화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이명박은 한국에서 기독교를 "개독교"로 비판받게 하는 데 큰 공헌을 한 사람이다. 한국의 근본주의자들은 미국의 근본주의자들과 똑같은 길을 걸어왔다.

   
▲ 도널드 트럼프와 이명박.

- 한국의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대한 기독교적 평가를 부탁한다.

하나님나라의 복음에 따라 의와 화평의 통치를 구현하지 않고, 얄팍한 기독교 신앙을 내세우면 기독교의 '패거리 정신'만 나타나게 된다. 이명박이 그렇지 않은가? 그의 복음에 대한 얕은 이해에 따른 기독교 편향(패거리) 정치는 다른 종교인들에게 반감만 샀으며, 국론을 분열시켰다. 한국은 다종교 사회면서도 비교적 종교 분규가 적은 나라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에서 심해졌다.

이 정도의 기독교 복음에 대한 이해를 가진 장로를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목사들은 성도들을 그를 뽑으라고 독려하고,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이 그를 위해서 투표하였다. 겨우 그 정도의 유치한 복음의 이해와 신학적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을 장로로 세우고, 그런 사람을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현실 정치에서 구현해내야 할 위치인 대통령 자리에 "기독교인 대통령" 세운답시고 앉치기 위해서 교회의 전력을 기울인 것이 현재 한국 기독교의 한심한 신학적, 지성적, 윤리적 수준이다.

4년 전 박근혜에게 투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과연 하나님나라의 가치들을 삶으로 보여 줬고, 그것을 약속하는 정책들을 담아냈고 실천했는가? 박근혜의 성장 과정을 보면 이미 지금의 재앙은 프로그램된 것이었다. 아버지의 군사독재만을 보고 자란 사람이며, 부모를 흉탄에 잃은 트라우마로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성장을 하는 데 있어 큰 장애를 겪은 사람이었다. 기독교 가치는 고사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가치를 체화하지 못했다.

그런데, 교회는 그런 점을 보지 않고, 오랜 군사정권이 조장해 온 비민주적 정신, 그리고 냉전 사고에 사로잡혀 그가 내세운 오직 '종북' 척결만을 이슈로 삼아 그를 지지하여 대통령이 되게 하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인권과 민주주의가 얼마나 후퇴하였는가? 국민 소득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데, 복지는 꼴찌라고 한다. 그런데도 복지 늘리면 사람들이 게을러지고 경제 망가진다는 19세기 논조나 부르짖고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이다.

복지 확대하다 망했다는 남미 국가들만 들먹이고, 복지 확대로 도리어 더 견실한 경제성장과 사회 화평을 이룬 서구 민주주의 모범 국가들은 외면한다. 이웃 사랑의 정신으로 더불어 잘 살고, 인권과 정의와 화평을 기본적 가치들을 추구해야 하는 교회가 왜 그 반대 가치들을 표방하는 정치인들을 지지하는가?

- '종북' 이데올로기 같은 대립 양상이 한반도의 평화를 줄 수 있겠는가?

소련 제국의 탱크부대가 동독과 서독의 국경 사이에 40사단 이상을 배치했었다. 서유럽의 대서양까지 일주일이면 점령할 수 있는 군대였다. 그래서 레이건이 중거리 핵미사일을 서유럽에 배치했다. 거기에 맞서 소련도 그들의 중거리 핵미사일을 동구에 배치하고 대결하였다.

소련의 탱크 부대와 핵 미사일의 위협 아래에서도 독일이 멸망하지 않고 도리어 동독을 흡수통일하고, 소련 제국까지 무너뜨렸던 것은 소련 제국의 군사력보다 더 강력한 군사력이 아니고, 인권과 자유, 경제적 정의와 사회적 화평을 이룬 민주주의 힘이었다.

남한도 북한을 그렇게 이겨야 한다. 남한이 하나님나라의 가치들을 증진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김정은의 핵무기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같이 핵무기 만들어서 터뜨리면 남과 북 모두 죽는다. 핵무기보다 더 큰 무기는 자유, 정의, 화평이 증진된 국가이다. 남한이 자유와 정의, 화평이 확대되면 그것보다 더 큰 반공 무기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고 믿고 순종하는 교회, 그리스도인들이 한국 사회에서 바로 그 자유와 정의, 화평을 증진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하려는 세력들과 연대하고, 그것을 조금이라도 더 잘할 사람을 지도자로 세워야 할 것 아닌가?

"미주 한인 교회의 보수성과 역설"

- 이곳 남가주에서 대부분의 대형 교회와 목사들이 노골적인 트럼프 지지를 밝히고 있다. 최근에도 한인 교회 지도자들이 '부흥', '회개' '선거'라는 명목으로 신문에 전면 광고 내고 큰 기도회를 했는데, 그것이 트럼프 지지를 위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앞서 밝힌 것과 같이 과거 독일 교회가 나치즘을 지지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그것은 분명히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을 모두 한국에 물리겠다고 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철폐 후 미국 위주의 무역을 하겠다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한국 입장에서는 고국에 대한 반역으로 볼 수도 있다. 교계 지도자들이 이런 것도 분별하지 못하고 그들의 성도들을 트럼프 지지자들로 내몰고 있다는 말인가?

백인 우월주의를 바탕으로 위대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19세기식 제국주의적 발상을 가진 사람을 기독교 지도자들과 목사들이 그렇게 대대적으로 지지를 밝히는 비극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트럼프 지지를 밝힌 일부 목사들을 보면 과거 이명박, 박근혜 선거 시에도 이곳에 그들의 후원회를 만들어 활동을 펼쳤던 사람들이다.

한국교회는 이승만 때부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때까지 독재자들을 지지하고, 그들의 혜택을 받으며 성장을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그것이 왜 틀린 것이고, 하나님 앞에 얼마나 죄스러운 것인가에 대한 인식과 회개가 없다. 나는 오래전부터 한국교회가 2차 대전 후의 독일 교회가 했던 것처럼 한국의 독재 정권들에 부역한 죄를 철저히 회개하는 역사적 회개문을 발표하고 그 회개를 전 교회적인 운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것이 지금 부패하고 쇠퇴해 가는 한국교회의 영적, 신학적, 윤리적 갱신 운동의 첫걸음이라고 본다.

- 유독 미주 한인들의 성향이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남가주에 21년 살면서 놀란 것 중 하나는 미주 교포들이 한국의 자기 또래 사람들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훨씬 보수적이라는 점이다.

이 사람들은 한국의 군사 통치 아래서 자란 후, 1970~1980년대 이민 온 사람들이다. 대학 교육까지 받은 지성인으로 기독교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군사독재가 앙양한 냉전 체제의 이데올로기적 대결 의식에서 한 발도 나가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다. 이들은 서방세계가 오랜 투쟁과 열린 사회의 비판적 토론을 통해 발전시킨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혜택을 다 누리고 살면서도, 그러한 토론이 현재도 날마다 각종 매체를 통하여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살면서도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터득하지 못하고 있다.

한인들이 소수민족으로서 백인들과 동등한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은 지난 두 세기 이상의, 특히 1960~1970년대의 흑인 민권운동의 덕 아닌가? 미국의 흑인들의 처절한 민권운동과 이에 동조한 백인 지성인들을 위시한 다수의 노력이 합쳐져서 이만큼이라도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었고, 한인들은 뒤늦게 와서 그 혜택을 다 누리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를 한국에서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면 다 '종북'으로 몰아가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종북' 세력을 소탕해야 한다고 한다. 이건 역설 중의 역설이다. 그들은 지금 한국에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보는가? 아니 언론 자유를 억압하고, 권력기관들을 동원하여 선거 치르고, 보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고 하는 사람들을 핍박하는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의 정부인가? 그런데 민주사회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하는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니 어찌 역설이 아닌가?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믿는다는 기독교인들이 많으니, 그 또한 역설이 아닌가?

민주 사회의 가장 큰 무기는 자유, 정의, 화평의 확대이다. 서독과 서방세계가 그것으로 동독과 소련 제국을 이기었듯이, 대한민국도 그것으로 북한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자유, 정의, 화평을 증진하는 정치를 하라는 사람들을 '종북'으로 몰아대면서 '보수' 세력을 결집하여 정권을 유지하려 하여 사회 갈등이 날로 심각해지는데, 그것으로 인한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드는가? 남북 분단과 갈등으로 인한 천문학적 비용에 더하여서 말이다.

한국교회가 성도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복음에 대한 깊은 이해와 복음에 입각하여 사물을 보고 평가하고 행동 양식을 결정하는 비판적 사고 능력, 신학적 사고 능력이다. 그런데, 다수 목사들 스스로가 이런 능력을 갖추지 못했으니, 교인들을 트럼프 지지 기도회에 독려해 데려가는 것이다. 트럼프가 부르짖는 정책은 대부분 하나님나라의 정책과 반대편에 서 있는데도 그것을 분별하지 못하고 말이다. 그들에게 기독교는 겨우 술, 담배 안 하고, 낙태나 동성애 반대하는 것인가? 가난하고 연약한 이웃을 사랑하고 (돌보고) 정의와 화평을 실현하라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은 못 들었는가?

양재영 / <미주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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