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총신대학교 신학과 학생들이 학교에서 강의를 듣지 못하고 인근 교회를 빌려야만 하는 일이 벌어졌다. 11월 1일 저녁 7시 총신대 인근 더처치교회(정준 목사) 예배당에는 90여 명이 모여 강의를 들었다. 대다수가 총신대 신학과 학생이다. 왜 학생들은 좋은 강의실 두고 나와야 했던 걸까.

이날 열린 강의는 우종학 교수(서울대 천문학부)가 전날 기획한 '번개 특강'으로, 주제는 '과학으로 창조를 보다'였다. 그는 강의에서 고대부터 현재까지 과학이 발전하면서 기독교인들이 세계를 인식하는 모습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소개했다. 과학은 종교를 배척하고 무신론을 지지하는 학문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원래 이 강의는 이날 총신대에서 열릴 계획이었다. 3개월 전, 총신대 교수학습개발센터와 총신대 신학과 학생회는 공동으로 우종학 교수를 '명품 특강' 강사로 초빙했다. 그런데 4일 전에 돌연 강의를 취소했다.

우 교수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10월 28일 저녁 무렵 교수학습개발센터 직원에게 연락을 받았다. 직원은 내부 논의 결과 강의를 취소하기로 했다며 죄송하다는 말만 전했다. 강의는 3개월 전부터 잡혀 있었다. 강의를 자세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갑자기 취소한 것이다"고 말했다.

교수학습개발센터가 강의를 취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신학과 학생회가 학생들끼리라도 특강을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현되지 못했다. 우 교수는 "취소 통보를 받은 다음 날 학생회에서 연락이 왔다. 장소를 마련할 테니 강의는 그대로 진행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강의 전날 학생회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강의 진행이 어렵겠다는 얘기였다"고 했다.

▲ 교수학습개발센터는 올해 7월 말 우종학 교수에게 연락을 해 특강을 준비했다. 그런데 4일 전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돌연 취소했다. (총신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우 교수, 교목실장 외압 주장…교목실장, "문제만 제기했다"

<뉴스앤조이>는 우종학 교수 강의가 취소된 이유를 묻기 위해 총신대 교수학습개발센터장 정한호 교수에게 전화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홈페이지에 나온 공지 사항을 보라"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공지에는 "학교 내부 사정으로 강의가 취소됐다"는 내용뿐이었다.

우종학 교수는 총신대 교목실장 윤종훈 목사가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한다. 우 교수는 센터에서 명품 특강 취소 통보를 받았을 때, 담당 직원이 교목실장이 반대했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신학대 교수들에게도 교목실장이 이번 특강을 반대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우 교수는 자신의 강의가 총신대 신학을 위협한다고 생각한 윤 목사가 신학과 교수들을 압박해 급작스레 강의를 취소시킨 게 아니겠냐고 했다. 학생회가 특강을 추진하려다 멈춘 이유도 윤 목사의 개입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종훈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맞지만 외압은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교목실을 담당하는 자신이 어떻게 교수와 학생들이 주최하는 행사에 간섭할 수 있겠느냐며, 자신에게는 그럴 힘이 없다고 주장했다. 단지 신학과 학과장에게 강사가 부적절하다며 재고를 권했다고만 했다.

학생회에 연락해 이의를 제기한 것도 인정했지만 압박은 아니었다고 했다. 윤 목사는 교수들이 취소한 특강을 학생들이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신학과 학과장에게 알렸다고 했다. 자신도 담당 학생에게 전화해 "잘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주의를 주었다고 했다. 이후 학생들에게 진행을 취소했다는 확인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윤 목사는 우종학 교수가 진화론자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했다. 우 교수가 젊은지구론의 대안인 유신론을 말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있는 내용은 모두 진화론을 옹호하는 주장이라며, 우 교수를 강사로 초빙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는 우종학 교수 특강을 준비할 때부터 이미 강의 내용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동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려다 취소된 경험이 있는 우 교수는, 강의를 요청받았을 때 교수학습개발센터 측에 취지를 물었다. 우 교수는 "센터 측은 내가 CBS에서 2시간 동안 강의한 내용을 보고, 학생들에게 유익할 것으로 판단해 특강을 의뢰했다"고 전했다.

▲총신대가 갑자기 강의를 취소시키는 바람에, 우종학 교수는 학교 인근 교회에 번개 특강을 열었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이들은 대다수 총신대 학생들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독교인으로서 무례한 태도"

'번개 특강'에 참석한 학생들은 강의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저녁 7시에 시작해 세 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대부분 자리를 끝까지 지키며 강의에 몰두했다. 이후 1시간 가까이 자리에 남아 우종학 교수와 질의응답을 나눴다.

총신대 신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유익한 강의였다고 말했다. 우 교수가 유신론적 진화론을 추구한다는 소문에 강의를 듣는 걸 꺼렸는데, 막상 들으니 강의 내용이 성경을 부정하거나 신학과 배치되는 내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학교가 보수 신학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특강을 취소한 건 이해된다고 했다. 하지만 과정이 옳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3개월 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강의를 4일 전에 갑자기 취소한 것은 굉장히 무례한 태도라며, 기독교인으로서 옳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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