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원자력 발전소(원전)가 25개 있다. 최근 잦아진 지진으로 원전이 무너진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현재처럼 살 수 있을까? 원전 33개가 있는 중국에서 원전이 폭발하면 중국만 위험할까? 한국이 입는 간접 피해는 없을까?"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이제 더 이상 한국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9월 경주에서 5.1, 5.8 강도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후 한 달간 경주에서 476차례 여진이 있었다. 이제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지진은 위험 요소다.

환경 단체들은 원전 밀집도 1위인 한국 상태를 우려한다. 지진으로 원전이 폭발할 수도 있기 때문. 정부는 원전이 안전하다고 하지만, 노후 원전이 고장 났다는 소식은 빈번하게 접할 수 있다. 원전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탈핵'을 주장한다.

위험 요소를 안고 사는 한국에서 교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10월 31일 서울 영등포 영서교회에서 '지진과 핵 발전소, 교회' 세미나가 열렸다. 김대은 대표(세상을아름답게만드는이야기), 이민우 전도사(세상의벗공동체교회), 문희준 목사(NCF대학생선교단체)는 한국교회가 환경문제에 어떤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원전 문제에 관심 있는 목회자, 일반 교인 30여 명이 참가했다.

▲ '지진과 핵 발전소, 교회'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이분법적 사고, 사회문제 무관심 만든다

김대은 대표는 한국교회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환경문제에 관심 갖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 역시 이전에는 원전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자녀가 생기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부모로서 사랑하고 책임 있는 행동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다. 좋은 학원을 보내고 좋은 음식을 먹이는 것 대신 안전한 세상에서 살게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원전이 폭발하면 반경 40km 안에서는 살 수 없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 원전이 폭발하면 국토 1/4 정도가 피해를 입는다는 소리다. 최근 경주에서 5.8 강도 지진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지진이 핵발전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조차 모른다."

김 대표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대부분 한국교회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없다. 왜일까. 이민우 전도사는 한국교회에 팽배한 잘못된 구원관을 원인으로 짚었다. 육과 영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 때문에 기독교인이 현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하다고 했다. 지금 사는 곳은 잠시 거하는 땅일 뿐이고, 영원히 살 곳은 천국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안전 불감증도 원인으로 꼽았다. 국내 원전은 울산, 영덕, 울진 등 수도권이 아닌 곳에 있다. 수도권 목회자·교인에게 원전과 지진 부작용은 피부에 와 닿는 문제가 아니다. 직접 당면한 일이 아니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 문희준 목사, 김대은 대표, 이민우 전도사는 교인에게 거두는 십일조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제안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십일조, 교회에 내는 대신 환경문제에 쓰면 어떨까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뭐가 있을까. 이들은 생태계 문제에 십일조를 사용하라고 권했다. 교회에 십일조를 내면 대부분 목회자 사례비나 교회 건축 및 운영에 사용된다. 세 사람은 그것보다 세상을 살리는 곳에 십일조를 흘려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상에 십일조를 하자는 것이다.

"구약시대에서 십일조는 고아, 과부, 제사장 등 공동체 안에서 버려진 생명을 위해 사용됐다. 신약시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십일조는 약자를 돌보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교회는 성경이 말하는 것처럼 십일조를 사용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에게 헌금은 걷지만 이들의 생계에 보탬이 되는 곳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김대은 대표는 십일조를 교회에 내지 않는다. 그 돈으로 소외 계층에 태양광 패널을 무료 설치해 준다. 원전도 줄이고, 가난한 이들을 도울 목적으로 시작했다.

문희준 목사는 모교인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소액 대출을 할 생각이다. 돈이 필요한 학생들이 마음 놓고 빌릴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현재 십일조 낼 돈으로 대출에 사용할 종잣돈을 모으는 데 사용하고 있다.

세 사람은 십일조를 교회 밖에서 사용한다는 개념이 기존 교인에게는 받아들이기 벅찰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패러다임을 조금만 바꾸면, 교회가 세상에서 필요한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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