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신대학교가 오정현 목사 편목 입학을 무효화했다. 총신대는 입학 서류가 허위 또는 위조일 경우 합격을 무효로 한다는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김영우 총장)가 오정현 목사 편목 입학을 무효 처분했다. 총신대는 10월 26일 오 목사 합격 결정을 무효화했다는 사실을 교수들에게 알렸다. 학교 관계자는 11월 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미 총장 결재까지 끝나 외부에도 알려진 사안"이라며 이를 확인해 주었다.

주연종 목사가 쓴 <진실>(RHK)이 나비효과가 되어 돌아왔다. 주연종 목사는 저서에서 "총신대가 보관 중인 학적부는 80% 이상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 학적부는 이름만 '오정현'으로 되어 있는 다른 사람의 학적부라고 해야 맞았다"고 했다. 이에 반발한 총신대 교수들은 교단지에 "오정현 목사가 입교·입대·졸업 시기를 다르게 기록한다"며 공개 성명을 냈다.

총신대는 이에 그치지 않고 8월 16일 오정현목사편목과정조사위원회(조사위)를 구성한 후, 8월 24일 교수회의에 오정현 목사가 잘못된 서류로 입학했다고 보고했다. 총신대는 10월 26일 신대원 교수회의 이후, 이 사건에 관한 간담회 형식의 모임에서 오정현 목사 문제는 규정대로 처리해 총장 결재까지 끝냈다고 알렸다.

편목 과정 입학 시 소속 노회에서 관련 추천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총신대는 오정현 목사가 다른 서류를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총신대는 "입학 관련 서류(노회 추천서, 세례 증명서, 학력 증명서 등)가 허위 또는 위조로 판명된 경우에는 합격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처분은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가 오정현 목사를 상대로 한 '위임 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 새로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목사가 되려면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반드시 졸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총신대는 이 내용을 법원이나 갱신위, 사랑의교회에 통보하지는 않았다. 총신대 관계자는 "이 문제로 한쪽을 편든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결정만 하고 통보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이 열람하러 오거나 강제성을 지니고 제출을 명령하면 그때는 통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마치 겁이 많아서 (통보) 못 하는 것으로 보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는 주연종 목사가 학교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오 목사 기록을 규정대로 처리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 <뉴스앤조이>는 김정우 교수가 사랑의교회 관계자들에게 보낸 메일을 입수했다. 이 메일에는 오정현 목사 편목 문제 대처 방안이 기록돼 있다. 김 교수는 오 목사 입학 당시 총신대 신대원장을 맡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정우 교수, 사랑의교회 관계자에 '특별 보안' 메일 보내 "대책 세우자"

한편, '편목 입학' 사안이 중요하다고 인지한 일부 총신대 교수들이 이를 막기 위해 사랑의교회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앤조이>는 김정우 교수(총신대 은퇴)가 지난 8월 쓴 "오정현 목사 편목과정조사위원회 신설 및 새 쟁점" 메일을 입수했다.

김정우 교수는 오정현 목사 편목 입학 당시 신학대학원장으로 재직했던 핵심 관계자다. 김 교수는 한국신학정보연구원 후원금 명목으로 매년 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이 기관 이사장은 오정현 목사다.

메일 첫 줄에는 김지찬 총신대 교수, 주연종 목사, 오 아무개 변호사 등이 수신자로 올라 있다. 김지찬 교수는 김정우 교수와 더불어 사랑의교회 주일 설교자로 수차례 나서 수천만 원 사례비를 받기도 했다. 법무법인 로고스 소속 오 변호사는 사랑의교회 장로로, 위임 결의 무효 확인 소송 등에서 오정현 목사를 변호하고 있다. 수신인 명단 뒤에는 "아래의 사항은 특별 보안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여 있다.

김정우 교수는 편지에서 총신대 내부 상황을 소상히 전하며 "우리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오늘 교수회의에서는 오정현목사편목과정조사위원회의 조사 보고를 교무위원회에 일임한다는 결의를 하였다고 합니다. 만약 교무위원회에 일임되면, 교무위원회의 보고가 바로 교수회의 공식적인 입장이 되고 법원으로 바로 이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은 심각하고, 우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현재 상황과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해 역할 분담을 제안하는 문구도 있다. 학교 내부적으로는 김지찬 교수, 외부적으로는 박희석 교수가 이 상황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교회 내부적으로는 주연종 목사가 모든 증거들을 토대로 대응 방향을 만들고 정보를 필요한 분들과 공유하고, 법적으로는 로고스에서 새로 발생한 문제점에 대한 적극적인 증거 잘 및 변론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상황을 슬기롭게 잘 마무리하여 승리하시길 빈다"는 말도 넣었다.

▲ 총신대 교수들은 "학적부 80% 이상 조작됐다"는 주연종 목사 주장에 발끈했다. <기독신문>에 광고를 내고, 오정현 목사야말로 입교 시기나 부산고 졸업 시기, 숭실대 졸업 시기, 군입대 시기 등을 다르게 기록한다고 했다. 이 사건 이후 '조사위'가 활동을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주연종 목사 "당시 상황 아는 사람으로서 개인 의견 개진한 것"…당사자는 묵묵부답

<뉴스앤조이>는 메일을 쓴 김정우 교수와 수신인 김지찬 교수에게 편지 작성 의도 등을 질의하기 위해 전화와 메일,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지만 읽기만 할 뿐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또 다른 수신인인 주연종 목사에게서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메일을 입수했다고 하자 주 목사는 "메일을 일일이 다 열어 보지는 않는다. 어디서 구했느냐"는 말을 먼저 꺼냈다. 편지 내용을 보여 주자 과거 일이라 희미하게 기억이 난다면서도, 별로 대단할 것 없는 문서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주연종 목사는 "당시 상황을 아는 분 중 한 사람으로서 사실관계가 더 필요하다는 마음에서 메일을 보내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도 많다. 학교 내부 처리 과정은 아실지 모르겠으나 이 사안 전체를 알고 있지는 않다. 참고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평소 총신대 교수들과 대책을 논의하지도 않고, 별도 TF 같은 것도 있지 않다고 했다.

'특별 보안'을 필요로 한다는 언급은 왜 넣었냐고 묻자, 주 목사는 "그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편지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보안이 중요하다면 기자 손에 왜 들어가 있겠나, 편지 내용은 다 공개된 것들인데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나"라고 대답했다.

주 목사는 총신대가 오정현 목사 입학을 무효화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는 "현행범도 처벌할 때는 변호사가 입회해 말할 기회를 준다. 하물며 현행범도 아닌 사안인데 본인에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전혀 물어보지 않았다. 무효화했다면서 결정을 당사자에게 통보해 주지도 않았다"면서 반발했다.

사법적 절차를 밟을 것임도 암시했다. "12년 전 이제 와서 아무런 소명 기회 없이 무효 처리하겠다는 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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