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지금 국정의 수반인 대통령이 '꼭두각시'라는 수치스런 빈정거림을 듣고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던 비서관들이 줄줄이 경질되고 많은 시민들은 거리로 나서 밤이슬을 맞으며 대통령 하야를 외친다. 여기에 중고등학생까지 분노하며 동참하고 있다. 심지어 일찌감치 어린 손자들을 양손에 잡고 나온 할머니도 있다. 다시는 그 아이들에게 지금같이 부끄러운 세상을 물려주어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란다.

외신은 앞다투어 이 낯 뜨거운 막장 드라마를 신나게 퍼 나르고 있고 이웃 나라 사람들은 심심풀이 땅콩처럼 우리 치부를 안주 삼아 즐기니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그럼에도 이런 난국을 강 건너 불 보듯 아주 태평한 족속들이 있다. 아니 하던 목회나 똑바로 할 일이지 갑자기 나서서 개헌 논의를 하자고 한다. 국민들은 열 받아 탄핵을 외치고 있는데 이들은 엉뚱한 노래를 한다. 논의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박자가 영 틀렸다는 거다. 더구나 나라의 백성이 물대포를 맞아 죽어 갈 땐 얌전히 입 다물고 구경하다가 돌연 "대통령에게 돌 던지지 말라"고 열 내는 목사도 있다.

아무튼 국정 운영의 핵심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강남 아줌마의 애완견이 되어 꼬리를 말고 설설 기니 나라 꼴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국가 기밀급의 고급 정보를 밤마다 가져다 바치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서 불법과 편법을 자행했다. "선무당이 나라를 잡는다"는 탄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게다가 이들의 행태는 어쩌면 그 아비 세대의 악습에서 조금도 발전이 없이 그리 똑같은지 정말 감탄할 정도다. 그 유전자가 아주 특이하다. 비리 의혹이 발생하면 무조건 아니라고 딱 잡아뗀다. 내일 아침 당장 들통날 거짓말도 일단은 하늘이 무너져도 오늘은 아닌 것처럼 우긴다. 단 한 인간도 솔직하게 인정하는 걸 못 봤다. 많은 경우 국회에 나온 장관들의 답변도 거짓말 또는 속임수 투성이다. 만날 지겹게 하는 소리가 검토 중, 조사 중, 또는 수사 중이란다. 그러니 매사가 오리무중이다. 국민을 아예 속도 없는 빈 밥통으로 안다.

그러다 나중에 거짓과 비리가 발각되면 그 드러난 부분만 일부 축소해서 변명하며 겨우 인정한다. 그리고는 가장 불쌍한 얼굴로 국민의 선량한 인정과 감성에 호소한다. 이게 너무 영악해선지 또는 미련해서인지 범인으로서는 도저히 감이 안 온다. 설사 바보라도 한두 번은 속아 주겠지만 건마다 저 수순이니 누가 또 계속 속겠는가.

일부 개신교 지도자란 사람들은 또 어떤가. 과거 자신들의 기득권인 사학 재단에 철퇴가 내려질 때는 머리 깎고 촛불 들고 별 난리를 다 치던 자들이 지금은 기껏 한다는 소리가 촛불 내리고 오로지 "자신을 살피며 나라를 위해 기도하자"는 말뿐이다.

사이비 교주 최태민이 권력을 배경으로 나라를 호령할 때는 갖은 아양을 떨며 설치던 목사들이 막상 그의 딸 비행이 드러나고 국정이 개판 되니 이제는 기도나 하자고 한다. 아직도 기도가 부족해서인가. "무엇이든지 기도하면 다 이루어진다"고 그토록 확신하며 설교하고 새벽 기도 철야 기도 쉬지 않고 기도했는데 왜 나라는 더 개차반이 되었나.

행동하지 않는 신앙은 허구며 침묵하는 양심은 기만이다. 어떤 목사들은 말만 한다. 교인들은 침묵하게 하고 자기만 말한다. 게다가 그 말 대부분은 기만이고 어쩌다 나오는 바른 말조차도 대체로 위선이다. 그들은 설교로 사기 치고, 기도로 사기 치고, 그리고 삶으로 사기 친다. 특히 소위 기독교 연합 단체라는 곳에 가보면 이런 무리가 아주 널렸다. 신실한 목회자를 덤으로 욕되게 하는 자들도 바로 저런 자들이다.

민초들은 지금 '국정 농단'에 분개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목회 농단'이다. 이 땅 방방곡곡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해 악이 행해지고 있다. 하나님나라를 팔아 돈을 거두고 예수의 이름을 팔아 배를 채우는 사특한 자들이 많다. 그 결과 교회가 커질수록 헌금 횡령액이 커지고 교회가 늘어날수록 무속적 맹신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 수와 종교 귀족이 늘어난다고 그걸 부흥으로 착각하면 큰 오해다. 그건 사실 복음이 확산되는 게 아니라 죄악이 관영하는 거다.

세상이 부패하고 교회가 썩어 가도 분노하지 않는 교회, 이게 교권주의에 잠식된 한국 개신교의 자화상이다. 어찌된 교회가 건국 이래 단 한 번도 부당한 권력에 대항해서 제대로 정의와 약자의 편에 선 적이 별로 없다. 일제 강점기에는 '친일', 미군정 시대에는 '친미', 군사정권 시대에는 '친독재', 권위주의 시대에는 '친정권', 그리고 민주화 시대에는 '친재벌'이 이들의 성스러운 교리였다. 한마디로 말해 태생적으로 변신과 변절의 천재다.

그래서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정치인과 교인을 현금인출기로 보는 종교인은 서로 완벽한 닮은 꼴이다. 한국 개신교는 정치판을 흉볼 자격이 별로 없다. 종교판이 훨씬 더 개판이다.

국민이 각성하면 나라가 살고, 교인이 각성하면 교회가 산다. 그러니 밥만 먹지 말고 생각을 좀 하며 살아야 옳다. 사실 정치판 꼭두각시보다 세상에 더 해악한 존재는 종교판 꼭두각시다. 이게 무슨 조화인지 사회에서 멀쩡하던 인간도 교회만 가면 이상해진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맹종한다.

오늘날 교회 속에 꼭두각시가 너무 많다. 맘몬의 종이 된 목사, 목사의 종이 된 장로, 그리고 기복의 종이 된 집사가 차고 넘친다. 본래 꼭두각시는 영혼이 없다. 그래서 박수 치라면 박수 치고, 아멘하라면 아멘하고, 돈 바치라면 돈 바치고, 그리고 몸 바치라면 몸 바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잘 바친다. 이제 어떤 교회는 맹신과 미신과 광신과 등신을 넘어 아예 실신 상태다.

최순실 모녀가 교회에 다녔다는 말을 들었다. 수시로 감사 헌금을 했다고 한다. 혹자는 그녀 역시 기복과 번영을 구하며 이 교회 저 교회를 오가던 꼭두각시였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찌보면 세상의 진실에 눈을 감고 교회의 불의에 침묵하던 우리야말로 국정 농단과 목회 농단을 적극 보좌하던 또 하나의 진짜 꼭두각시였는지도 모른다.

이건 우연히 지나가는 일회성 사건이 결코 아니다. 선무당 최순실은 앞으로 언제든 우리 곁에 다시 올 수 있고 심지어 우리 속에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누가 너희를 종으로 삼거나 잡아먹거나 빼앗거나 스스로 높이거나 뺨을 칠지라도 너희가 용납하는도다(고후11:20)."

신성남 / 집사,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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