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지난 한 달간 동물과 교회에 대해 취재했다. 10월 초 대한성공회 '동물 축복식'을 시작으로 축복식을 집전한 민숙희 사제,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신학적으로 해석한 이화여대 장윤재 교수를 인터뷰했다.

동물과 관련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두 반응이 공존했다. '동물의 반려 역할을 이해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동물은 사람을 위해 존재할 뿐 어떤 의미도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장윤재 교수는 동물 역시 하나님이 직접 지으신 피조물이라며,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이들도 동일하게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중 '동물 교회'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장 수소문해 연락을 시도했다. 전화를 받은 안수아 목사는 교회에 개, 고양이만 있을 뿐 특별한 게 없다는 말을 꺼내며 취재에 응했다. 10월 28일 대전과 논산 경계에 있는 예사교회를 방문했다.

▲ 안수아 목사가 담임하는 예사교회. 교회 뒤뜰, 옆 마당, 심지어 안 목사 집에도 동물이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사료 주고 개똥 치우는 교회

교회에 들어서자 고양이 두 마리가 기자를 맞이했다. 다리에 몸을 부비기도 하고 등허리를 만져도 가만히 있었다. 고양이와 인사를 나누는 동안, 목사는 옷을 갈아입었다. 입고 있던 곱게 스티치 박힌 치마 대신 실밥 풀린 티, 움직이기 편한 바지를 입었다. 예배당 안쪽에 들어간 목사는 누군가와 인사를 나눴다.

"엄마 왔어. 잘 있었어? 배고프지. 아이고 예뻐. 누가 이렇게 울어?"

안수아 목사를 따라 들어갔다. 방에는 고양이 몇 마리가 있었다. 안 목사는 바삐 움직였다. 이름을 부르고 몸을 쓰다듬었다. 86마리 이름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 동물들은 안 목사를 알아보는지 꼬리를 흔들었다.

예배당 밖에도 동물이 있었다. 그가 도착하자, 강아지들이 신나서 짖기 시작했다. 흙 묻은 발을 들어 안 목사를 반겼고, 10분이 채 되지 않아 안 목사 옷이 더러워졌다. 처음 만났을 때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예수님 사랑'을 뜻하는 예사교회. 다른 교회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 매일 일어난다. 어딜가나 개와 고양이가 있다. 예배당과 예배당 옆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박스, 공터, 안 목사 집에도 있다. 모두 사람에게 버려진 유기 동물이다. 눈·다리 한쪽 없는 동물, 학대받은 개, 길가에서 데려온 고양이 등 사연 있는 80여 마리 동물들이 모였다.

교인은 당번을 정해 사료를 주고, 변을 치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1시간에서 3시간 정도 걸린다. 관리 후 특별한 사안이 있으면 장부에 기록한다. 교인들은 자신의 개를 돌보듯 정성껏 한다.

교회 밖에서도 유기 동물을 돌보는 일은 끝나지 않는다. 안수아 목사는 늘 차 트렁크에 사료와 간식, 일회용 그릇, 종이 박스를 싣고 다닌다. 길 고양이에게 쉴 공간과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어쩌다가 안 목사는 이 일을 시작했을까.

▲ 2011년 교회 개척 후부터 동물을 돌보는 일을 했다. 교인이 돌아가며 교회에 있는 동물에게 사료를 주고 케이지 청소를 한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안 목사가 처음부터 동물을 가까이한 건 아니었다.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다. 동물과의 인연은 교인이 강아지를 주면서부터 시작됐다. 2011년 개척한 교회. 늘 10여 명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그는 친엄마처럼 교인을 챙겼다. 친딸이 "우리 엄마는 왜 저렇게 남에게 잘하지?"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필요한 게 있으면 자기 것을 나눠 주고, 취미로 시작한 뜨개질로 가방과 옷을 짜서 선물했다. 갈 곳이 없는 사람은 예배당 안에서 살 수 있도록 했다. 그에게 도움을 받은 교인이 고마운 마음에 강아지를 줬다. 괜찮다고 극구 마다했지만 결국 강아지를 기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교회에 동물이 늘어났어요. 며칠만 맡아 줄 수 있냐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고, 교회 앞에 고양이를 두고 가는 사람도 있었어요. 유기 동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니까 길가에 있던 동물도 보이고요.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어요. 길에서 사는 동물은 3년 정도를 살거든요. 거두지 않으면 죽게 될 텐데 '연민'을 느꼈어요. 하나님이 지은 세계를 보존하고 가꿔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고요."

잠시만 맡아 달라는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10여 마리를 맡아 주면 사료값을 보내겠다는 사람도 연락을 끊었다. 결국 유기 동물은 모두 안 목사 몫이 되었다. 화가 나기도 하고, '이걸 왜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동물 돌보는 일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번거로운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매일 사료와 물을 준다. 땅이 움푹 파져 있으면 다른 곳에서 흙을 가져다가 메워야 한다. 학대받다가 이곳으로 온 개 '백구'는 1년이 지나도 쉴새 없이 짖어댄다. 매일 치우지만 곳곳에 변 냄새가 난다. 몸에 탈이 나면 차에 싣고 병원을 왔다 갔다 한다. 그래도 자기가 맡은 유기 동물은 책임져야 한다고 여겼다.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내가 하겠다고 다짐했다.

▲ 옷을 갈아 입은 안수아 목사. 처음 만난 모습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얼굴을 정면으로 찍기 힘들 정도로 몸을 빠르게 움직였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그럴 시간에 영혼 구원에 더 힘쓰라"는 말 듣기도

유기 동물과 관련해서 예사교회를 방문하는 봉사 단체들은 모두 놀랐다. 교회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예사교회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인간 구원에만 힘쓰는 기존 교회와 달리, 안 목사가 하는 일로 누군가는 '교회가 저럴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게끔 했다. 한 봉사자는 "저는 목사님들 안 좋아해요. 보신탕을 많이 드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목사님이 이런 일 해 주시니까 생각이 달라지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곱지만은 않았다.

"목회자들이나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제가 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교인이 개냐고 비꼬기도 하고 동물 돌볼 시간에 사람 돕고, 영혼 구원에 힘쓰라는 말도 했어요. 처음엔 상처도 받았죠. 저도 하고 싶어서 했던 건 아니니까요."

처음에는 유기 동물이 안타까워 시작했지만, 지금은 불신자를 만나는 통로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개와 고양이를 계기로 여러 사람을 만났다. 동네 주민들과 식당 주인과 안면을 텄다. 자연스럽게 오가면서 동물 이야기를 했고, 그들이 필요한 부분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줬다. 사람들은 이런 점을 안 목사에게 고마워했고,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이가 됐다.

실제로 동물이 인연이 되어 예수를 영접한 사람도 있다. 개인 사정으로 고양이를 돌볼 수 없게 됐다. 대신 맡아 줄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어디 버릴 수도 없었다. 안 목사를 알고 있던 지인이 그에게 부탁했다.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1년 넘게 고양이를 돌봤다. 간혹 연락해 고양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안부도 전했다.

불신자였던 고양이 주인은 안 목사와 교제하면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이번에 세례도 받고 안 목사와 성경 공부도 하고 있다. 이런 케이스가 많지는 않지만 사역하면서 예수를 주로 고백하는 불신자를 만나면 힘과 위로가 된다.

▲ 사람들은 그에게 "그럴 시간에 영혼 구원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역시 그에게는 사람을 돕고 만나기 위해 하는 일이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안수아 목사는 한 사람을 전도하고 섬기기 위해서는 헌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회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헌신하는 모습을 보고 먼저 물어보기도 한다.

"제 교인은 사람이죠. 그런데 사람과 친해지고 전도하려면 공감대가 필요해요. 집을 가서 치워 주든, 맛있는 걸 사 주든 제가 헌신해야 해요. 저는 그게 동물인 거죠. 사료도 주고 간식도 나눠 줘요. 직접 맡아 주기도 하고요. 그분들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거죠. 그럼 사람들이 다 느끼고 알게 돼요."

예사교회는 동물 카페를 준비 중이다. 주일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 교회 공간을 주중에는 동물 애호가에게 제공할 생각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불신자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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