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뉴스앤조이=양재영 기자] 미국장로교(PCUSA)가 교단 사상 처음으로 알래스카 원주민, 특히 기숙학교에서 벌어진 학대에 대해 사과했다.

미국장로교 총회는 지난 6월 북미 원주민 학대와 미션스쿨과 기숙학교에서 벌어진 모든 차별에 대해 사과할 것을 결의했으며, 지난 토요일(22일) 알래스카원주민연합(Alaska Federation of Natives·AFN) 주최로 열린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알래스카앵커리지를 기반으로 하는 유콘노회(Presbytery of the Yukon)의 커티스 칸스 목사는 지난 토요일 AFN 회의에서 직접 과거의 잘못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했다.

칼슨센터에서 열린 회의 마지막 날 칸스 목사는 "미국장로교와 관계됐던 인디언 기숙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행해졌던 육체적, 성적, 감정적 학대를 당한 이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립니다. 당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습니다. 당신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사악한 행동의 피해자들이었습니다"라고 전했다.

▲ 커티스 칸스 목사가 AFN 회의에서 미국장로교가 원주민 기숙학교 등에서 행한 일에 대해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출처 알래스카디스패치뉴스)

인디언 기숙학교 잔혹사

미국은 1879년부터 2000년까지 인디언들을 동화시키기 위한 기숙학교(Boarding School)을 운영했다. 미국장로교 역시 코르도바(Cordova), 배로우(Barrow), 갬벨(Gambell)와 알래스카의 시트카(Sitka)에 선교를 목적으로 한 기숙학교를 운영했다.

원주민 선교사인 안맹호 목사는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원주민 학생들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가족을 떠나 기숙학교에 들어가 교육을 받았다. 일단 기숙학교에 들어가면 첫날 머리를 깍이고, 이름을 바꿨으며 미국인 선생들에 의한 교육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장로교 기숙학교에서는 특히 원주민 언어 사용을 철저히 금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안맹호 선교사는 "기숙학교에서는 원주민어를 사용하면 선생에게 불려가 하루종일 비누로 입을 닦이는 징벌을 당했다. 원주민들은 지난 121년간의 교육을 통해 그들의 고유 언어를 잃어버렸다. 이제는 영어가 보편 언어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칸스 목사 역시 사과문을 통해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미신과 죄로 가득한 그들의 언어를 없애고, 기독교문화를 담은 영어로 대체하려 했습니다. 기독학교는 모든 원주민들에게 영어로만 말하고 쓰도록 강요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독교 시민의 자격이 있는 지적인 인간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미국장로교에 의해 운영된 기숙학교에 들어간 원주민들에게 심한 고문도 가해졌다는 기록도 눈에 띈다.

안 선교사는 "원주민들에게는 기숙학교에 들어가면서 '머리 깍인 다음 바로 고문으로 들어간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혹독한 고문이 자행됐다. 당시 고문과 학대를 견디지 못해 죽어 간 인디언 청년들이 많았으며, 학교 안에 있는 무덤들은 그러한 사실들을 잘 보여 주고 있다"고 전했다.

서구 유럽 제국주의와의 결별

칸스 목사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교만하게도 서구 유럽의 문화가 그리스도 복음의 필수 요소라 생각했으며, 당신들(원주민들)을 우리와 같이 행동하는 인간으로 개조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설교해온 복음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습니다"라고 전했다.

칸스 목사는 마지막으로 "미국 정부를 포함한 원주민 학대와 관계한 모든 단체들도 마찬가지로 나와서 사죄의 뜻을 밝히기를 원한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 커티스 칸스 목사가 AFN 회의에서 발표한 사과 성명에 대해 참석자들이 환영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 출처 알래스카디스패치뉴스)

칸스 목사의 사과 성명을 마친 후 "인디언 기숙학교의 어린 생존자였다"고 밝힌 조안 월리스는 "나의 아버지는 영국성공회가 운영한 기숙학교에서 수년을 다니며 학대를 당했다. 모든 곳에서 똑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우리들(인디언들)의 삶은 황폐해질 수밖에 없었다"라며 "미국장로교의 사과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장로교는 원주민 관련 항목에 대한 35개 결의안을 마련했으며, 그중 하나만 추가적인 작업을 위해 위원회에 올리고 나머지는 모두 승인했다.

양재영 / <미주뉴스앤조이> 기자
본보 제휴 <미주뉴스앤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