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쇼크 록(Shock Rock), 인더스트리얼 메탈(Industrial Metal) 록그룹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이 내한한다. 마릴린 맨슨이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는 건 2008년 이후 처음이다. 2003년 첫 내한 공연 당시에도 기독교계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특정 종교 비방 행위'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공연 허가를 받은 적이 있다.

록그룹 '마릴린 맨슨'이라는 이름은 그룹 리더의 이름이기도 하다. 팬들은 그룹 이름과 리더를 구분하기 위해 리더를 '미스터 맨슨'이라 부른다. 전설적인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 이름과 여성 9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마 찰리 맨슨의 성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인간이 갖는 아름다움과 추악함, 양면성을 보여 주기 위해 극단에 있는 두 이름을 조합했다고 알려져 있다.

'마릴린 맨슨'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언제나 어둡다. 노래 가사에서 거침없이 폭력과 섹스를 말하고 주류 사회를 비판한다. 콘서트할 때는 또 어떤가. 성경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는가 하면, 자신의 몸을 자해하는 등 일반인이 보면 눈살을 찌푸릴 만한 광경도 종종 일어난다. 때문에 마릴린 맨슨은 미국 보수 기독교의 지탄을 받는 소위 '사탄교' 신봉자로 불린다.

▲ 11월 4일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의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다. 맨슨의 공연 소식에 일부 기독교인들이 공연 기획사에 항의 전화를 하는 등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키피디아 공용 사진)

한국에서 마릴린 맨슨이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독교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IHOP을 본떠 만든 한국기도의집(KHOP)·더크로스처치(박호종 목사)가 운영하는 키퍼슨스쿨 페이스북 페이지에 관련 글이 올라왔다. 키퍼슨스쿨은 "이번 공연은 단순한 음악 공연이 아닌 사탄을 향한 '어둠의 제사'"라며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국에 악한 영을 풀어놓으려는 사탄의 계략을 막기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기도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퍼 나르던 기독교인들은 단순히 기도하는 데만 머물지 않고 공연 기획사에 항의 전화도 했다. 기획사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 전화 통화에서 "매일 차이가 있지만 하루에 평균 20통 넘는 전화를 받는다. 전화하시는 분들은 콘텐츠에 문제가 있고 아티스트가 반기독교적이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연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유만석 대표)도 마릴린 맨슨 내한 공연에 반대하는 논평을 냈다. 10월 25일 언론회는 "반기독교적·반사회적인 내용을 공연하여, 실제적인 살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을 데려다 그의 폭력성, 음란성을 대중에게 보여 주겠다는 것은, 결국 국민의 정신적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정 가수가 방한할 때마다 기독교인들이 적극적으로 보이콧에 나서는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2003년 마릴린 맨슨이 처음 한국에서 공연한다고 했을 때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012년 레이디 가가가 내한했을 때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공개적으로 반대에 나섰다. 레이디 가가 콘서트가 열리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앞에는 기독교 청년 20여 명이 모여 뿔피리를 불며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기독교 세계관 문화 운동을 펼치며 <윤영훈의 명곡 묵상>(IVP)이라는 책을 펴낸 윤영훈 교수(명지대·빅퍼즐문화연구소)는 "좋든 나쁘든 마릴린 맨슨은 분명히 반기독교적 이미지를 활용해서 자기의 상품성을 개발한 그룹이다. 80년대 이후에 악마주의라는 것은 대중문화에서 하나의 중요한 코드였다. 당시 기성 사회에 불만을 표하는 하나의 상품인 셈이다. 사회 기득권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공격할 때 사람들이 얻는 해방감은 문화에서 중요한 요인이다. 마릴린 맨슨은 종교적인 수사를 이용해 상품성을 만든 경우"라고 말했다.

윤영훈 교수는 마릴린 맨슨이 보여 주는 반기독교적이고 선정주의 가득한 퍼포먼스는 분명히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피켓을 들고 공연을 보이콧하는 행위는 노이즈 마케팅이 될 뿐이라며 기독교인들이 나서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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