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경찰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에 빠졌다 9월 25일 세상을 떠난 故 백남기 농민. 백남기 농민은 사후에도 가족들과 편한 이별을 하지 못한 채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다. 경찰이 그를 강제 부검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윤길수 위원장)은 24일 이런 상황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다. 백남기 농민이 명백하게 국가권력이 행사한 폭력으로 사망했는데도 공권력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경찰 병력을 동원해 부검을 강행하려 한다며, 이런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교회협은 백남기 농민 부검이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이며, 박근혜 정부와 경찰은 참회하는 마음으로 유가족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은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이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국가권력이 행사한 불의한 폭력에 의한 살인이다. 우리는 국민을 향해 살인적인 폭력을 휘두르고도 반성할 줄 모른 채 오히려 경찰 병력을 동원하여 명분 쌓기용 부검을 강행하려는 경찰과 정부의 행태에 분노하며 참담한 심정으로 아래와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유가족들은 부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수차례에 걸쳐서 분명하게, 너무나도 분명하게 밝혔다. 또한 전 국민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는 장면을 찍은 영상을 통해서, 그리고 그저께 밤 방송된 '그것이알고싶다' 라는 프로그램에서 다시 한 번, 백남기 농민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경찰이 발사한 물대포 때문임을 확인했다.

방송은 물대포의 안정성에 대한 경찰의 실험 결과는 완벽한 허구이며,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나 훈련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만천하에 보여주었다. 경찰은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이웃으로서가 아니라 어떠한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쫓아내고 물리쳐야 할 적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국가폭력에 의한 살인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반성은커녕 오히려 대규모 경찰 병력을 대동한 채 점령군처럼 유가족들을 찾아와 영장 집행을 위한 명분 쌓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을 상대로 최후의 선전포고를 하는 듯한 섬뜩한 인상마저 받게 된다.

지금 이 순간, 정부와 경찰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부검을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할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유가족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일이다.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끝까지 국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으려 하는 정부와 경찰의 행태에 탄식과 분노를 금할 수 가 없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박근혜 정부와 경찰을 향해 엄중히 경고한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은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이다. 더 이상 무의미한 부검 논란으로 유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를 가중시키지 말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유가족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 불의한 국가폭력에 대해, 또한 진즉에 잘못을 인정하고 진실규명을 위해 힘쓰지 못함으로써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하고 또 사죄하라.

법원이 제시한 영장 집행 기한인 10월 25일은 "협의"라는 명분을 쌓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 아니라,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함으로써 국민을 위한 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허락된 마지막 기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백남기 농민에게 가해진 살인적인 국가폭력에 분노하며 국민의 생명이 하늘같이 존중받고 소중히 여김 받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다.

2016. 10. 24.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 위원회
위원장 윤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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