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혐오'. 2016년 한국 사회를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다. 5월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시작된 '여성 혐오' 논란은 성소수자 혐오, 이슬람 혐오까지 이어진다. 그동안 동성애·이슬람 반대 운동에 앞장선 한국교회는 사회로부터 혐오 조장 세력으로 각인됐다. 교회는 '사랑해서 반대한다'는 구호를 내세웠지만 교회를 보는 시선은 차갑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신학위원회가 10월 24일 '혐오, 싫어하고 미워하다'는 주제로 신학 토론회를 열었다. 교회협 김영주 총무는 "한국 사회에서 혐오라는 단어가 중요한 화제로 떠올랐다. 신학위원회에서 이 단어를 조명해 보자는 차원에서 토론회를 열었는데 시의적절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업이 사회를 자극하고 정상으로 돌아가는 데 기여하면 좋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0월 24일 '혐오, 싫어하고 미워하다'는 주제로 신학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 '혐오'를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하는 자리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종교와 혐오, 하나로 묶여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는 이 혐오의 시대에 어떤 대답을 들려줘야 할까. 신광철 교수(한신대 디지철문화콘텐츠학과)는 혐오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혐오 대상이 여성에 국한하지 않고, 가난·유족·약자·난민·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 계층으로 밑도 끝도 없이 확대되고 있다는 말이다.

신광철 교수는 이렇게 혐오가 만연한 시대에 종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먼저 종교는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상이 올곧은 가치를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다며, 종교가 예언자적 사명으로 가치를 바로잡는 담론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사는 삶의 현재화를 위해 종교는 '다름'과 '틀림'을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만연해 있다. 종교는 '틀림'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해야 하지만 '다름'에 대해서는 널리 포용해야 한다. 혐오의 심연에는 '나는 너와 다르다'는 극단의 경계 짓기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때때로 이러한 경계 짓기의 첨병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특히 성소수자와 이슬람에 대한 경계 짓기는 '종교적 혐오'의 차원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종교와 혐오는 결코 하나로 묶여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종교는 '다름'에 대한 '거룩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

▲ 신광철 교수(한신대 디지털미디어콘텐츠학과) 혐오와 종교는 하나로 묶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특정 집단 정죄·배제 않으신 예수님 따라야

기독교 교육의 관점에서 혐오를 발표한 김은주 교수(한일장신대 기독교교육학과)는, 기독교에서 혐오를 논하려면 우선 신앙인이 하나님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다르게' 창조된 사람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때 '혐오'가 발생한다고 봤다. 그 차이를 열등과 편견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혐오가 내 안에 있는 타자를 부정해 인간성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김은주 교수는 성경 구절을 멋대로 인용하면서 혐오를 조장하는 한국교회 행태도 지적했다. 동성애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교회가 인용하는 성경 구절은 레위기 20장 13절이다. 김 교수는 이 구절을 부모를 저주하는 자녀들, 부모 말을 듣지 않는 자녀들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레위기 20장 9절과 비교하며, 한국교회가 혐오를 위해 성경을 선택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은주 교수(한일장신대 기독교교육학과)는 혐오를 정당화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성경을 인용하는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편견과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성경 본문을 인용하는 것은 그리스도 신앙의 본질과 다른 것이다. 사랑이신 하나님,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보다 풍성한 생명을 약속하신 하나님과 반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사랑을 단지 그리스도인들만을 위해서 나타내려고 오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과 세상을 위해서 오셨다."

혐오가 넘치는 사회에서 '기독교 교육'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은주 교수는 한국교회에 만연한 이원론적 사고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에서부터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유연한 성경 공부를 통해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성경 지식과 삶의 간격을 이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성경 교육의 과제라고 말했다.

기독교인의 신앙적 관심을 사회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은주 교수는 공생애 기간 예수님은 종래의 종교·사회적 가치관에 도전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셨다며 "기독교 교육은 그리스도인 각 개인이 예수님을 따라 불의한 사회구조에 도전하는 것과 동시에 어떤 특정 집단을 정죄하고 배제하는 혐오 현상과 같은 불의에 도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혐오는 강자들의 폭력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혐오 폭력'을 주제로 발제한 김준형 교수(한동대 국제지역학과)는, 혐오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혐오를 논하기 전 먼저 단어 정의를 명확하게 했다. 그는 혐오를 약자에 대한 강자들의 폭력이라고 정의했다. 여성·난민·성소수자·가난 등 사회적 약자 계층을 향한다는 것.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나타나는 남혐이나 개독교는 혐오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이런 주장은 본질을 흐린다고 말했다.

▲ 김준형 교수(한동대 국제지역학과)는 혐오는 전 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약자 혐오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남혐', '개독교'라는 표현은 흔히 이야기하는 혐오가 아니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준형 교수는 혐오 폭력을 극복하기 위해서 폭력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폭력 감수성은 폭력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고 예민하게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와 관련 있는 사람이 폭력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관심을 갖고 있어야만 폭력을 추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폭력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더 중요한 말은 '어떤 폭력도 감수하지 말라'는 말이다. 폭력에 눈감지 말라. 폭력을 보고도 참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와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는 행동이다. 우리가 참는 순간 폭력은 자꾸만 커져 가는 법이다."

김 교수가 두 번째로 주문한 것은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혐오 폭력을 낳는 시스템에 대한 저항과 도전이다. 그는 약자가 약자에게 휘두르는 혐오 폭력을 기득권이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빈부 격차가 심화하고, 국가 공공성이 부재하며 장기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뉴노멀' 시대에 만연한 혐오를 극복하려면 개인이 더 적극적으로 폭력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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