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뉴스앤조이> 기사 중에도 '스테디셀러'가 있다. 기사를 쓴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인터넷을 떠도는 기사. 좀비 같은 생명력을 지닌 기사. "김홍도 목사, 이번에도 '십일조 안 하면 암 걸려'"라는 제목이다. 그만큼 십일조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반증일 것이다.

<십일조에 못 박힌 기독교>는 헌금에 대한 이런 통념을 산산조각 낸다. 십일조는 이미 죽었고, 역사에서 사라졌다고 말한다. 심지어 십일조를 강요하는 이들에게 '사자 명예훼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까지 나간다.

저자는 안용수 목사다. 그는 정부에 의해 간첩 가족 누명을 쓰고 중앙정보부와 기무사령부 요원들에게 모진 고문을 받았다. 도피성 유학을 떠나 스코틀랜드 애버딘대학교에서 석의학을 공부했다. 죽기 살기로 공부에 매달린 그는 구약과 신약 속에서,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십일조의 원래 의미를 깨달았다고 말한다.

▲ 안용수 목사는 사도 바울과 초대교회 모습을 예로 들어, 십일조로 운영되는 교회가 아니라 공동체의 자발적 모금을 통해 운영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십일조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이지 무조건 교회에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고대 근동 문화에서 시작된 십일조는 정확한 10%가 아니었고, 그럴 수도 없었다. 전리품 혹은 소득의 10%를 계량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생각해 보라. 그 많은 포도송이를 어떻게 다 일일이 셀 수 있었겠는가. 그 많은 밀과 보리의 정확한 10%를 측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바치는 사람의 '자유의지'에 맡겨져 있었다. 십일조는 수에 의미를 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2쪽)

중세 교회에 들어 십일조는 폐지됐으나, 유독 한국이 십일조를 환영했다. 안용수 목사는 한국에 십일조 전문인까지 등장했다고 말하는데, 그들이 형성한 문화를 7가지로 분류했다.

△십일조를 구원에 필요한 잣대로 삼는다 △십일조를 내지 않으면 하나님 것을 떼먹는 '날도둑'으로 만든다 △부자가 된 비결이 십일조라는 경제 사기술을 이용한다 △십일조 내는 행위와 금액으로 하나님에 대한 충성도를 평가한다 △십일조 이행은 아름다운 행위이므로 명단과 금액을 공개해 교회 안에 서열을 형성한다 △십일조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하나님 은총을 십일조 금액으로 평가한다.

안 목사는 레위기에 기록된 십일조는 "농축산물로 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본 식량이 없는 계층과 먹을 수 있는 것을 나눠야 했기 때문이다. 안 목사는 가장 귀한 것을 십일조로 요구한 건 중동 지역 잡신들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현금을 오히려 현물로 바꿔 바치라고 요구했다. 현금은 안 받겠다는 뜻이다.

안용수 목사는 현금을 요구한 교회 지도자들을 '교회왕'이라고 표현했다. 현금 맛을 안 교회왕들이 한국교회에 '현금'만 내라는 십일조 문화를 형성했다는 얘기다. 민수기와 신명기를 보면 7년째에는 십일조를 내지 말라는 규정이 있지만, 교회왕들은 이마저도 어겼다고 말했다.

말라기 십일조 구절은 날조됐다

우리가 십일조 하면 떠올리는 대표적 성경 구절, 말라기 3장 8-10절. 저자는 이 구절도 왜곡됐다고 주장한다. 해당 부분은 한국 교인 대부분이 알고 있는 구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하지 말라, 온전한 십일조를 바치면 주님이 하늘 문을 열고 쌓을 곳이 없도록 복을 주어 준다, 그렇게 되는지 아닌지 시험해 보라"

저자는 세 구절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하지 말라는 구절에서 '도둑질'로 번역된 히브리어 'qaba'의 뜻은 '기만, 거짓'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하나님께 거짓 예배를 드리지 말라는 경고였지, 하나님 것을 빼앗지 말라는 뜻은 아니었다. 애초에 하나님 것을 빼앗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어떻게 10%만 야훼의 것인가? 모든 것이 다 야훼의 것이 아닌가? 10%는 야훼의 것, 90%는 우리의 것으로 나누는 것이야말로 모든 것이 다 야훼의 것인 데서 90%를 훔치는 도둑질이다. 그렇다면 누가 진짜 도둑인가? 야훼가 더 이상 요구하지 않은 십일조를 야훼의 이름으로 요구하는 자가 진짜 도둑이 아닌가?" (135쪽)

석의학 전공자답게, 성서 원문 의미를 깨달아 달라며 본문 모든 인명을 원어에 가깝게 표현한 것도 흥미롭다. 교회 권력자들을 '교회왕'이라 명기한 그의 표현도 와닿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십일조를 내야 할까. 안용수 목사는 이렇게 썼다.

"십일조의 원뜻은 하나님이 준 자유 안에서 여러 기관과 단체, 고난과 고통 속에서 탄식하는 이들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마음껏 자유롭게 기부할 수 있게끔 하는 계획이었다."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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