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가 국방부에서 사드 반대 기도회를 한 지 22일째. 대한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과 용산 해방촌 나눔의집이 기도회를 찾았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9월 30일, 원불교가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 자리를 잡았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아침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교무와 교도들이 번갈아 가며 피켓을 들었다. 주 1회 지방에 있는 교도들도 올라온다. 청아한 종소리에 맞춰 함께 침묵하며 평화 기도회를 한다.

10월 21일 오후, 국방부 앞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정갈하게 정돈한 머리, 흰 저고리 검은 치마, 원이 그려진 예복을 입고 합장하는 원불교 교무, 교도들 옆에 기독교인들이 앉았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과 용산 해방촌 나눔의집이 원불교 사드 반대 기도회 현장을 방문했다. 원불교인들 앞에 있는 커다란 종과 나란히 놓인 나무 십자가가 눈에 띄었다.

"하느님, 우리를 어서 구원하소서. 주여, 우리를 빨리 도와주소서.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용산 해방촌 나눔의집 민김종훈 신부 인도로 예배가 시작됐다. 낯설 법도 하지만 원불교인들은 미리 나눠 준 예배지에 적힌 말씀, 기도문을 따라했다. 서로 손을 잡고 축복기도도 했다.

인도자가 "이 땅의 모든 가난한 사람들을, 이 땅의 모든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을, 이 땅의 모든 차별받는 사람들을"이라고 선창하자 참가자들이 "하느님이 편드시나이다"를 낭송했다.

▲ 성공회 걷는교회 송경용 신부. 그는 원불교 행보를 지지했다. 정의와 평화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종교인의 숙명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평화는 결코 전쟁으로 가져올 수 없다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먼저 '성공회 걷는교회' 송경용 신부가 나섰다. 원불교인은 합장하고 박수로 송 신부를 맞았다. 송 신부는 원불교 행보를 응원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평화·정의·인권을 이야기하는 건 종교인의 숙명이자 사명이라며 성공회가 그 걸음에 동행할 것을 약속했다.

"종교인이 이 사회의 정의, 생명 존중, 평화를 이야기하면 정치가들이 '철없는 소리'라고 말한다. 세상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맞다. 그러나 종교인은 태생부터 정의와 평화, 인권을 이야기하게 돼 있다. 이것이 종교인의 숙명이고 사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 앉아 있다고 생각한다. 종교가 지켜야 하는 근본적인 평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땅히 해야 옳은 일이다. 언제든지 어느 곳에서든지 여러분의 기도, 염원과 함께하겠다."

그는 결코 전쟁으로는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가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역사상 무기 증축은 전쟁을 낳았다고 설명했다.

송경용 신부는 영국에 머무를 때 겪은 사례를 이야기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영국 코번트리대성당을 무참하게 폭격했다. 사람들은 독일에게 똑같이 해 주자고 말했지만 당시 주교는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낳는다. 폭력은 사랑과 인내로 멈춰진다"고 말했다. 결국 보복은 없었고, 전쟁은 끝났다.

영국성공회는 폐허가 된 코번트리대성당에서 예배를 시작했고, 독일 교회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영국성공회 예배당을 지어 줬다. 그는 영국에서 코번트리대성당을 보면서 진정한 평화는 사랑과 인내로 찾아온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 김선명 교무는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지 않던 원불교가 사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사드, 생명 중시하는 원불교와 배치

김선명 교무(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가 이어서 사드 배치에 관한 원불교 입장을 설명했다.

원불교에서 최고 지도자를 맡고 있는 경산 종법사가 "성주와 사드는 공존할 수 없다"고 언급할 정도로 사드 문제는 원불교의 핫이슈다. 본격적인 반대 활동은 7월 14일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7월 13일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 후보지를 발표했다. 원불교는 바로 사드 배치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지역 교당에서 성주시민과 함께했다. 정부가 사드 배치에 박차를 가하자, 원불교 차원에서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사드 말고 평화'라는 주제로 성주군청에서 원불교 기도회, 국방부와 광화문 앞에서 평화 기도회를 열었다.

원불교는 지금껏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거나 광장에 나온 경험이 많지 않다. 그런 원불교가 사드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내린 결정이 생명을 중시하는 원불교 가치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8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3부지 발언을 했다. (지금까지) 성주가 최적화된 공간이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국방부도 우왕좌왕했다. 결국 롯데 골프장에 적합하다고 했다. 상식적으로 정부 정책 과정을 수용할 수 없다. 과정 자체가 잘못됐다. 불신의 늪으로 스스로를 빠져들게 한 책임이 있다."

김선명 교무는 한반도 안보를 미국에만 의지하는 상황을 각성하고 바꿔 나갈 것을 요청했다. 사드라는 괴물을 걷어 내기 위해 남과 북이 지정학적 특징을 이용해 주도권을 갖고 생존을 모색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배를 준비한 민김종훈 신부는 예배를 마치며 '용산 화상 경마장', 'KTX 해고 승무원'을 언급했다. KTX 승무원 해고 문제는 해방촌 나눔의집이 진행하는 거리 기도회에서 지속적으로 관심 갖는 사안이다. 그는 사드 문제 외에 사회 곳곳에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함께 기도하고 노래하고 연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