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한 지 1년이 지났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결혼할 권리가 있다'는 차원에서 합법화 결정을 환영하는 기독교인들도 있지만 반발하는 기독교인도 많다. 주 차원에서 동성 결혼을 허락하지 않던 남부 '바이블 벨트'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연방대법원에서 내린 결정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은 '종교 자유'를 내세워 동성애자를 차별해도 처벌받지 않을 근거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공화당 소속 몇몇 주지사를 중심으로 기독교인 사업자가 동성애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도 법적인 처벌을 피해 갈 수 있는 법안을 만들었다.

'종교 자유'와 '차별 금지'. 지금 미국은 이 두 사안이 계속 대립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집단이 있다. 미국 대학교 선교 단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IVCF(InterVarsity Christian Fellowship·통상 미국 IVF라 칭함)다. IVCF는 미국 전역 667개 대학 캠퍼스에서 활동하는 복음주의 대학생 선교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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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타임>지는 10월 6일 IVCF가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직원들을 '해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타임>은 IVCF가 성 윤리와 관련해 내부 정책을 새롭게 세우고 11월 11일부터 이를 공식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성 윤리'에서 중요한 내용은 결혼의 정의, 혼전 성관계 등이다. IVCF는 미국 보수 기독교계 견해와 같이, 결혼한 남성과 여성 사이 성관계를 제외하고는 모두 부도덕한 관계라고 규정했다.

기사는 IVCF가 어떤 과정을 통해 앞으로 직원을 해고할 것인지 자세히 설명했다. IVCF는 '비자발적 퇴사'라는 제도를 통해 내부적으로 정한 '성 윤리 지침'에 신학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상부에 동의 여부를 보고하면 된다고 밝혔다. <타임>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직원들은 2주 기간을 거쳐 단체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 미국 IVCF는 가장 규모가 큰 대학생 선교 단체 중 하나다. 667개 대학 캠퍼스에서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IVCF는 얼마 전 '성 윤리 지침'을 새롭게 하고 이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퇴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미국 IVCF 홈페이지 갈무리)

IVCF의 결정은 결국 동성 결혼에 찬성하는 직원은 어떻게든 단체를 떠나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 8월 공식적으로 대표직에 취임한 톰 린(Tom Lin) 대표는 미국 IVCF 75년 역사상 첫 유색 인종이다. 백인 일색이던 기독교 단체 대표로 취임한 이후 취한 공식적인 첫 행동이 또 다른 소수자와의 결별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톰 린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톰 린 대표 대신 그렉 자오(Greg Jao) 부대표가 CBN과 인터뷰에 나섰다. 그는 10월 8일 인터뷰에서 <타임>이 기사에서 말한 '해고'는 왜곡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IVCF는 75년 동안 한 번도 결혼에 대한 정의를 바꾼 적이 없으며, 특히 동성 결혼과 관련해서는 지난 18개월 동안 신학자·직원들과 함께 어떤 것이 성경적인지 논의해 왔다고 주장했다.

자오 부대표는 성 윤리와 관련해 단체의 공식적인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떠나도록 돕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IVCF가 지난 7월 전 직원에게 편지를 보내 "(지침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상부에 알린 뒤, 학생·교수·사역 그리고 남게 되는 동료들에게 사랑을 표하는 방법으로 사역을 마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졸업자들도 반대하는 새 정책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뒤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그룹은 IVCF가 운영하는 IVP(InterVarsity Press)에서 책을 낸 저자들이었다. IVP는 미국 기독교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출판사 중 하나로 그동안 동성 결혼, 동성애와 관련한 책도 다수 출판했다.

현직 목사, 신학자, 작가들로 구성된 50명은 IVCF를 향해 '비자발적 퇴사'를 재고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혼·성·젠더 등에 대한 주제는 기독교인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상호 인격적인 기독교인들은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음 또한 알고 있다"며 IVCF의 성 윤리 지침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들도 남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작가들뿐 아니라 졸업생들도 인터넷에서 반대 서명에 돌입했다. IVCF 출신 학생들은 "가장 중요한 교리에 더해 모든 것에 반대할 자유는 대학 사역에서 필수적이다. (중략) 기독교인의 겸손은 우리가 하나님과 그 말씀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실수할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아는 데서 시작한다"며 이 정책을 다시 한 번 고려해 달라고 호소하는 서명을 시작했다.

▲ 75년 미국 IVCF 역사상 첫 유색 인종 대표로 뽑힌 톰 린(Tom Lin). 그의 첫 공식 행보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미국 교계 언론은 톰 린에게 이번 사안과 관련 의견 표명을 요구했지만 그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IVP 저자들과 졸업생들의 반대 서명에도 IVCF 지도부는 별 다른 의견 표명이 없다. 톰 린 IVCF 대표는 지난 8월 <뉴스앤조이>와 인터뷰에서 동성애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동성애는 복잡한 문제다. LGBT 형제자매들에게는 동성애 문제가 단순히 행위 차원이 아닌 정체성 문제다. 그들에게 '동성애는 죄다'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아시아인에게 '당신이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이 잘못이자 죄'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성적 행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다른 죄의 문제들과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지만 이 부분은 단순하게 말할 수 없다. 복잡한 문제다. 이 점에 대해 더 많은 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중요한 사실은 예수님이 신앙 공동체 리더들에게 다양한 주문을 하셨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더 크게 봐야 할 것은 (동성애가 아니라) 이성애 문제다. 가령 혼외정사를 하는 사람들도 리더가 될 수 없다. 우리가 믿는 바는 성경이 성적 순결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성 문제는 젊은 세대에게 큰 이슈다. 선교 단체나 교회가 성 문제를 더 깊이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이 왜 우리를 성적 존재로 창조하셨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톰 린의 최근 인터뷰 내용만 보면 IVCF의 이번 조치가 의외로 보이기도 한다. 첨예하게 대립 중인 종교 자유와 차별 금지. IVCF 안에서 일어나는 논란이 어떻게 결론 날지, 앞으로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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