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목사'를 입력하면 제일 먼저 뜨는 연관 검색어는 '목사 성추행'이다. 목사가 여성에게 성폭력을 휘둘렀다는 이야기는 이제 그리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전문직 종사자의 성범죄는 총 3,050건. 그중 성직자가 일으킨 것은 442건으로 전문직 1위다.

<뉴스앤조이>는 2000년 창립 이후 성적으로 타락한 목회자를 꾸준히 고발해 왔다. 기독교 언론이 굳이 목사의 잘못을 알리는 것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았다. 기독교만 욕을 먹인다고 비난받을 때도 있지만 썩고 곪아 버린 살을 도려내기 위해 묵묵히 한 길을 걸어 왔다. 그동안 <뉴스앤조이>가 취재해 보도한 기사를 분석해 보면 다른 직업군보다 왜 목사가 성폭력에 취약한지 알 수 있다.

교회라는 특수성

교회는 관계의 특수성이 있는 곳이다. 한국교회는 유독 목사에게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한다. 목사는 자신을 '주의 종', '하나님 말씀의 대언자'라고 부른다. 설사 자신이 잘못했다 하더라도, 주일예배 설교에서 '하나님의 뜻', '하나님이 주신 고난'이라는 단어로 자신의 잘못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목사들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격했다.

권위 의식에 사로잡힌 목사, 목사의 말에 세뇌된 교인들이 모인 교회는 자연스레 상하 복종 관계가 형성된다. 교인들은 목사 말이면 무조건 복종하고, 의심하지 않는다. 특히 목사가 병을 고치고 예언하는 등 신비 사역이 주된 교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곳에서는 목사가 하나님에게 절대 능력을 부여받은 사람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목사는 말씀으로 권위를 세운 후 '목양'이라는 이유로 교인을 만난다. 일대일로 만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목사는 영적으로 우위를 점령한 상태에서 여성 교인에게 상담, 기도, 치유를 해 주겠다며 다가선다. 목회자가 물리적인 힘이 아닌 정신적으로 교인을 구속한 상태다. 힘의 불균형이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성폭력이 일어났을 때 상황을 자세히 들어 보면 폭력과 위협보다는 이런 힘의 불균형 상태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 한국교회는 더 이상 교회 내 성폭력에 침묵하면 안 된다. 덮어놓고 묵인한다고 있던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니다.

"은혜가 안 된다"는 무서운 말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여성 교인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치자. 이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기 전 주로 장로들 귀에 먼저 들어간다. 한국 대부분의 교회에는 '당회'라는 것이 있다. 교인들이 직접 뽑은 장로와 담임목사로 구성된 교회 최고 운영 위원 기관이지만, 사실상 당회장인 담임목사가 가장 큰 권력을 쥐고 있다.

당회는 담임목사의 범죄 사실을 들어도 피해자보다 담임목사 편에 선다. 담임목사의 성폭력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면 교회가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이는 당회 입장에서 '덕이 되지 않는 일'이다. 남성들이 장악하고 있는 당회가 피해자인 여성을 먼저 위로하고 여성 입장에서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언제나 남성인 목사와 교회 이름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피해자들은 잊을 수 없는 협박을 듣는다. '담임목사가 잘못하긴 했지만 그 죄를 드러내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것이다', '당신이 하나님의 사역을 망치는 것이다', '사탄이 당신을 이용해 우리 교회를 무너뜨리려고 있다', '솔직히 당신에게도 잘못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종류의 협박은 교인 즉 하나님을 믿는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또 다른 폭력이다. 피해자는 성적으로 학대받은 것으로도 모자라 영적으로도 학대받고 교회를 떠나게 된다.

남성들이 목사와 교회 이름을 걱정하는 동안 교회 내 여성들은 무엇을 할까. 아쉽게도 교회 여성 중에서도 피해자 편을 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목사가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교회일수록 더욱 그렇다. '목사님 홀린 꽃뱀 같은 여자', '행동을 어떻게 했길래 신실하신 우리 목사님이 넘어갈까', '돈 받으려고 저러는 거야', '우리 목사님이 그럴 리가 없어' 등등 사실과 다른 말이 입소문을 타고 뻗어 나간다. 이는 위에서 설명했듯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눈앞에 보이는 목사라는 '사람'을 떠받드는 맹목적인 믿음에서 비롯된다.

그렇다고 계속 가만히 있을 것인가

<뉴스앤조이>가 8월에 보도한 이동현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보도 이후 이동현에게 정신적으로 조종당하고 성적으로 학대당한 A는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을 담담하게 편지글로 써 제안했다. 이 제안은 하루아침에 뚝딱 나온 것이 아니다. A는 해외에서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느꼈던 것, 앞으로 목사들이 조심해야 할 부분, 교회의 대처 방안 등을 쓰고 또 쓰며 고쳐 나갔다. A의 제안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현실적으로 목회자에게 상처 입은 많은 여성들은 적절한 대처, 상담, 치료를 받지 못해 여전히 고통 속에 머물고 있다. 해를 가한 목사는 면죄부를 받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아직도 그때의 수치스러운 기억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다. 목사 – 교인의 특수 관계를 이해하는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지만 한국 교계에는 이런 부분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관조차 없는 실정이다.

더 이상 목회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 없다. 주면 안 된다. 목사 권위를 이용해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이에게는 목사 자격이 없다. 다른 사람의 영혼을 돌볼 권한이 없다. 교회 내 성폭력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교회는 교회대로, 목사를 양성하는 신학교는 신학교대로, 교단은 교단대로 인식을 변화하는 양성평등 교육 및 관련 커리큘럼 개발에 주저하면 안 된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특히 여성들이 더 주체적으로 나서 더 이상 교회에서 성폭력으로 희생되는 이들이 없길 바란다.

*이 글은 <한국 YWCA>(2016년 9월 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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