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걱정하지 말고 하나님 앞에 내려놓읍시다."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젊은이들의 놀이터, 홍대 공연장에 성경 말씀이 울려 퍼졌다. 관객들은 '아멘'을 외쳤다. 밴드 보컬이 성경 말씀을 읊고, 다시 거친 목소리로 들국화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른다. 사람들은 핸드폰에 라이트를 켜고 좌우로 흔들었다.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밴드 구성원이 목사로 이뤄진 '목사밴드'다.

▲ 최근 목사로만 구성된 '목사밴드'가 핫하다. 판타스틱듀오 '전인권 편'에도 출연한 전병철 교수로 인기가 좋다. (사진 제공 수상한 거리)

10월 10일 마포구 홍익로 5길에 있는 카페 피카소에서 목사밴드를 만났다. 기자를 맞이한 세 목사는 외모부터 눈에 띄었다.

청바지에 머리를 묶고 나온 전병철 교수, 스냅백에 귀걸이를 한 김정수 목사, 파란색 맨투맨 티를 입은 백종범 목사. 본래 밴드 멤버는 네 명인데, 색소폰을 맡은 이유재 목사는 노회 참석을 이유로 오지 못했다. 보컬을 맡은 전병철 교수(아시아연합신학대)는 최근 SBS '판타스틱듀오' 전인권 편에 나와 유명세를 얻었다.

누군가에게 "무슨 목사가 옷차림이 저래?", "자유주의자 아니야?" 같은 이야기를 종종 듣는 이들. 평범한 교회에서 사역하는, 이전에 사역했던 네 명의 목사들은 왜 밴드를 시작했을까. 그것도 록 밴드를.

록 스피릿 충만한 네 목사

목사밴드는 이제 결성 두 달 남짓 된 신생 밴드다. 처음 이야기를 꺼낸 건 보컬 담당 전병철 교수였다. 3년 전, 목사들이 모여서 함께 음악하면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디밴드 활동을 했던 백종범 목사(베이스)가 전 교수 제안에 제일 먼저 응했다.

SNS에 밴드 멤버 모집 글을 올렸다. 김정수(드럼), 이유재(색소폰) 목사가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네 명의 멤버로 구성된 밴드가 만들어졌다. 지난 7월 말, 속전속결로 첫 모임을 했다. 그렇게 뭉친 네 목사는 통성명 대신 합주를 했다.

다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다. 처음 만난 날 전병철 교수는 같은 곡을 20번이나 불렀다. 본인 표현을 빌자면 성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노래했다. 공연을 목표로 삼았다. 이후 월요일마다 모여 합주했다. 바쁘지만 서로 지친 기색 없이 즐겁게 했다.

목사밴드가 즐겨 부르는 노래 중에는 록 스피릿이 충만한 곡이 많다. 록 밴드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다. 들국화의 '걱정말아요 그대', YB의 '나는 나비', 인디밴드 휴먼레이스의 '괜찮아'를 자주 부른다.

보컬 없는 연주곡을 택할 때는 찬송가를 선곡하지만 아직까지 CCM을 부르지는 않았다. 소위 '세상 음악'이라 불리는 록 음악을 목사들이 부르는 까닭이 있을까. 전병철 교수는 록 스피릿을 이유로 꼽았다.

"이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록 정신이 맘에 들어요. 록 스피릿은 저항이에요. 저는 복음 정신도 록 스피릿이라고 생각해요. 로마서 12장 2절에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고 하잖아요. 그게 바로 '록'이죠. 힙합도 비슷해요. 힙합도 예수님도 디스를 하죠. 잘못된 시대정신을 꼬집으셨잖아요. 그런 면에서 예수님은 힙합 전사고 하나님은 로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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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사람들 위로하고파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세상에 많은 CCM이 있지만 울림을 주는 노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시대의 고민과 상황을 잘 담아낸 노래도 드물 뿐더러, 영성만 강조하다가 삶에 던지는 메시지에 소홀한 노래가 많다. 교회 밖, 세상과 연결되기보다 교회 안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세상 노래'만 불렀다. 혹자는 이를 우려한다. 그러나 네 목사 생각은 조금 다르다. 처음에는 재미를 위해 목사밴드를 시작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세상과 소통하고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 일을 한다.

전병철 교수는 목사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위로'라고 했다. 선지자 역할이 돌을 던지는 것이라면 목회자나 제사장은 사람을 위로해야 한다는 것. 이 때문에 가요 안에 담긴 메시지가 반기독교적이지만 않다면 밴드 구성원들과 논의해 곡을 선정한다.

비기독교인이 만든 곡이지만 예수님 말씀하시는 것처럼 느껴지는 노래도 있다. 휴먼레이스의 곡 '괜찮아'가 그렇다. 가사 중 "아파도 괜찮고 울어도 괜찮아, 어차피 지나갈 거야"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예수님 말씀처럼 느껴졌다. 이런 위안을 만나는 사람에게 주고 싶다.

김정수 목사도 비슷한 감동을 느꼈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전병철 교수가 추천해 준 '괜찮아'를 들으며 눈물이 났다. CCM이 아니었지만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 그때 목사밴드가 부를 노래는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위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가사 속 메시지로만 승부하는 건 아니다. 노래 중간 성경 말씀도 읽고 자기가 전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 최근 한 공연에서도 빌립보서 구절을 읊었다.

"만약 저희가 가사로만 위안 주고 끝난다면 뉴에이지랑 별반 다르지 않죠. 그런데 저희 공연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노래는 가요지만 그 안에서) 하나님이 안심하라고 말씀하시는 거죠. 저는 복음서를 읽으며 하나님이 저희에게 안심하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신다고 생각해요. 이게 돼야 하나님을 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 같아요."

목사밴드의 도전은 계속된다

목사밴드는 요즘 여러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그중 가장 마음이 끌리는 건 현장에서 직접 사람을 만나는 정기 공연이다. 관객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호흡하며 서로의 기운이 연결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교회 밖에서도 무대를 열고 싶다. 음악 공연도 하고, 초대 손님에게 이야기도 들으려고 한다. '김제동의 톡투유'처럼, 꼰대스럽지 않은 목사들이 청년들 고민을 듣고 '걱정말아요 그대'라고 노래 불러 주는 그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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