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무화과나무가 나오죠.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벌거벗은 부위를 가릴 때 사용한 게 무화과나무 잎(창3:7)이었죠. 그 잎으로 앞치마를 만들어 자신들 수치를 가렸습니다. 일종의 의복으로 대체한 셈이었죠. 무화과나무 잎을 꺾을 때 하얀 진액이 나와 가려움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그 잎을 말린 후에야 치마로 엮었겠죠.
무화과는 하나님께서 에덴동산에서부터 먹을 수 있도록 하신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창 1:11)1) 중 하나였습니다. 음식이나 요리나 간식으로 말이죠. 그러다 아담과 하와가 그것을 앞가림용으로 대체한 것이죠.
어디 그뿐인가요? 히스기야 왕이 병에 걸렸을 때 무화과 반죽(왕하 20:7)을 이겨 상처에 발랐습니다. 그 일로 질병이 낫게 되었죠. 일종의 의술용으로도 쓰인 셈이었죠.
그토록 다양한 용도로 쓰인 까닭일까요? 무화과나무는 5,000년 전 고대 이집트 나일강 유역은 물론 지중해 해변에도 퍼져 나갔다고 합니다.2) 이스라엘 백성들도 이집트에서 빠져나와 광야를 행진할 때 이미 가나안 땅에 자생하고 있는 무화과를 맛보게 되었죠. 여호수아와 갈렙을 비롯한 12명 정탐꾼이 그 땅에 들어가 포도송이와 석류를 비롯해 '무화과'(민 13:23)를 따서 짊어지고 왔죠.
무화과의 효능
대체 무화과는 어디에 얼마나 좋은 과일일까요? 고대 이집트, 로마 그리고 이스라엘 등지에서 무화과는 종기, 치질, 변비, 간장병 등에 이용됐다고 합니다. 종기가 나거나 부은 곳에 무화과 습포를 하면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하죠. 어쩌면 히스기야가 무화과로 치료한 병도 그런 종기나 부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요즘에는 무화과에 항암 효과가 있다고 소문이 났죠.
동의보감에는 "무화과는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며 독이 없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래서 무화과는 '3항 3협의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죠. 3항이란 '항산화·항균·항염증'을 일컫는 것입니다.
'항산화 작용'이란 노화나 성인병의 주범인 유해 산소를 제거하는 것, '항균 작용'은 독특한 무화과 향이 벌레나 해충, 균의 접근을 막아 주는 것, 그리고 '항염 작용'이란 관절염이나 목의 통증을 비롯해 기침 환자에게도 좋다는 것이죠.
'3협 효능'은 뭘까요? '소화 촉진·변비 개선·심혈관 질환 개선'을 일컫습니다. 무화과는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피신'과 항산화 작용을 하는 '안토시아닌'이 많이 들어 있어서 소화 기능을 개선하고, 섬유소가 풍부해 변비 탈출에 효과적이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 벽을 청소한다니, 심혈관 질환을 개선하는 데 탁월하죠.
무화과 열매 효능은 그렇다 치고, 무화과나무도 용도가 따로 있었을까요? 그 옛날 이스라엘 땅에서는 무화과나무를 집 짓는 재료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사방 벽을 돌로 쌓은 다음, 지붕을 목재 빔으로 깔고, 그 위에 종려나무 가지를 올린 뒤 흙으로 덮었다고 하죠. 바로 그 지붕 빔으로 사용한 게 무화과나무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들보'(마 7:3)와 연결되겠죠.
성경을 보면 '무화과나무'를 '뽕나무'로 잘못 번역한 부분이 나옵니다. 구약의 아모스가 재배했다는 그 '뽕나무'(שִׁקְמָה, sycamore figs, 암7:14), 신약의 삭개오가 예수님을 보기 위해 올라갔다는 그 '뽕나무'(눅19:4), 그것이 실은 무화과나무를 잘못 번역한 것3)이라고 하죠.
물론 그 무화과는 에덴동산의 무화과나 히스기야가 사용한 무화과, 그리고 가나안 땅을 정탐한 사람들이 가져온 무화과와는 다른 종류라 하죠. 크고 맛있는 참무화과가 아니라 '돌무화과'(류모세, <열린다 성경>, 두란노) 말이죠. 그만큼 종류가 다른 것인데, 열매도 참무화과에 비해 작고 맛도 훨씬 덜하다고 하죠.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새 품종 무화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예전 시골서 먹었던 무화과는 '도후인' 품종으로 붉은색을 띠고, 중앙을 기점으로 옆으로 쫙 벌어졌죠. 그 때문에 열매가 익을 즈음이면 벌떼가 달려들어 빨아먹곤 했죠.
'도후인' 품종에 비해 최근에 나온 '바나네' 품종은 다 익었어도 여전히 연녹색을 띠고 있는 무화과입니다. 보기에는 '도후인' 품종이 먹음직스럽지만, 당도 면에서는 '바나네' 품종이 훨씬 더 낫다고 하죠.
그런데 무화과를 식용, 약용, 집 짓는 재료로 대하는 관점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게 있습니다. 이른바 진리와 생명의 관점으로 무화과나무를 바라보는 것이죠. 성경은 나다나엘이 예수님께 나올 때, 주님께서 그를 미리 아시고 계셨다고 밝혀 줍니다. 그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을 때에' 봤다는 것이죠.
"나다나엘이 이르되 어떻게 나를 아시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빌립이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을 때에 보았노라." (요 1:48)
대체 나다나엘은 그때 무화과나무 아래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그 옛날 하나님 뜻과는 정반대 길을 걷던 북이스라엘과 남유다가 각각 앗수르와 바벨론 제국에 의해 멸망당할 시점에, 이스라엘 백성은 나름대로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에서'(미4:4) 나라의 독립과 평화와 번영을 이야기하고 꿈꾸며(렘 24:1-10, 호 9:10) 기도했음을 알 수 있죠.
그런 관습처럼 나다나엘도 로마에게 압제를 받고 있는 이스라엘에게 독립과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메시아를 꿈꾸며 기도했던 게 틀림없겠죠. 바로 그 모습을 예수님께서 미리 지켜봤다는 것이죠. 그런 이야기를 예수님께 직접 듣게 된 나다나엘은 그때 주님을 향해 그렇게 고백했죠.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이스라엘의 임금이로소이다"(요 1:49) 하고 말이죠.
그렇듯 무화과나무는 에덴동산부터 등장하고 있는 나무로서, 생명나무와 결코 뗄 수 없는 길목에 놓여 있는 나무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생명과 평화와 번영을 바라보게 하는 메시아적 관점을 지닌 나무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꽃이 없는 열매'란 뜻의 '무화과'(無花果). 그러나 무화과에도 엄연히 꽃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무화과 열매를 반으로 가르면 보이는, 실타래처럼 생긴 게 바로 무화과 꽃이라고 하죠. 그래서 무화과를 일컬어 ‘꽃을 품은 과일’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무화과는 우리나라 서남쪽 해변과 인접한 땅에서 잘 자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전라남도 영암, 해남을 비롯해 신안군 일대에서 주로 재배하고 있죠. 8월부터 11월까지가 제철이라고 하죠. 내가 아는 목사님도 신안군 압해도 교회 뒤편 밭에 무화과를 엄청 키우고 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달콤한 맛과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자랑하는 무화과. 생과로 먹어도 좋고 말려서 먹어도 맛있죠. 오래 보관하면서 먹으려면 으깬 무화과와 설탕을 1:0.5의 비율로 넣고, 약한 불로 1시간 정도 졸여서 잼으로 만들어 먹는 게 좋다고 하죠. 물론 다른 채소를 곁들여 ‘무화과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그 풍미는 더욱 좋겠죠.(나카가와 히데코, <지중해 샐러드>, 로그인)
다만 익은 무화과일수록 쉽게 무르기 때문에 생과로 구입했다면 빠른 시일 내에 먹는 게 나을 것입니다. 냉장고에 보관하려면 신문지나 종이에 싸서 보관하는 게 낫겠죠. 그렇더라도 3~4일 이내에는 먹는 게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