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르재단 몸통으로 알려진 차은택 광고감독. 그는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계 황태자'로 등극했다. 과거 CBS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한 차 감독은 "크게 쓰임받게 해 달라"는 기도를 평생 해 왔다고 말했다. (CBS '새롭게 하소서'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47년 평생 크게 쓰임받게 해 달라고 기도해 온 그가 진짜로 '큰사람'이 됐다.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차은택 광고감독 이야기다. 정국을 흔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자 내지 몸통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소속된 대기업들 출연으로 만들어졌다. 무려 800억에 가까운 돈이 두 재단으로 흘러갔다. 전경련은 "기업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만들었다"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청와대 개입 없이 불가능했을 일이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야당은 미르·K스포츠재단 몸통으로 지목된 차은택 감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세우려 했지만, 여당 반대로 무산됐다.

차은택 감독은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계 황태자'로 등극했다. 차 감독이 기획한 행사마다 박근혜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는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영상총괄감독을 맡았다.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차 감독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뿐만 아니라 재단 인선 개입, 박 대통령 해외 순방 문화 행사 독점 의혹도 받고 있다. 숱한 문제 제기에도 입을 닫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차 감독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와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차 감독은 가수 이민규의 '아가씨'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다. 28살 때였다. 이후 가수 이효리 'U-Go-Girl', 빅뱅 '거짓말', 이승환 '애원', 브라운아이즈 '벌써 1년' 등 뮤직비디오 200여 편을 만들었다. 골든디스크 뮤직비디오 감독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CF는 800여 편을 제작했다. 방송계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솔로몬과 같은 지혜 주소서"

▲ 설립한 지 6개월도 안 된 재단에 400억이 넘는 돈이 모였다. 전경련에 가입돼 있는 16개 기업이 출연한 기금이다. 야당은 사실상 청와대 개입 없이 거액의 돈이 모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미르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논란의 정점에 선 차은택 감독. 그는 독실한 신앙인으로 알려졌다. 모태신앙으로, 4대째 신앙을 이어 온 가문 출신이다. 차 감독은 2012년 4월 16일 자 CBS '새롭게 하소서' 방송에서, 자신의 삶과 신앙 이야기를 풀어냈다.

차 감독은 학교에 안 가는 경우는 있어도, 교회는 안 빠졌다고 했다. 교회에 빠지면 불안해지기 때문에 꼭 출석한다고 말했다.

차 감독은 평소 '크게 쓰임받게 해 주소서', '솔로몬과 같은 지혜를 주소서'라고 기도해 왔다고 말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상관없이 아침마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무릎 꿇고 기도했다. "조금 더 크게 쓰임받게 해 주세요."

광고 촬영이 안 될 때는 분장실과 화장실로 가서 기도했다. 차 감독은 "그럴 때마다 촬영이 원활하게 진행됐다"고 간증했다.

기도 외에도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주문을 외웠다. 차 감독은 "부모님으로부터 '너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었다. 항상 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떤 데서 누구와 무엇을 하든 '나는 다르다'는 생각을 해 왔다"고 말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차 감독 고발

크게 쓰임받게 해 달라고 기도해 온 차은택 감독은 진짜 큰사람이 됐다. 박근혜 정부 이후 승승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종착지마저 '해피'할지 아무도 모른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뇌물 수수, 뇌물 공여, 배임 혐의로 차 감독을 10월 11일 검찰에 고발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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