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개 기독 단체는 13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여 정부와 검경을 규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10월 28일 법원이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 영장을 발부한 이후, 경찰은 유가족에게 부검을 진행하겠다는 협의 공문을 네 차례 보내며 압박하고 있다. 13일 4차 협의 공문을 보낸 홍완선 서울종로경찰서장은 16일까지 기한을 두겠다고 유족 측에 전했다. 유가족들은 부검을 진행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21개 기독 단체가 10월 13일 저녁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폭력 정권 규탄 및 고 백남기 농민 추모 기독인 시국 기도회'를 열고 정부와 경찰을 규탄했다. 자리에 모인 250여 명의 기독인들은 백남기 농민 죽음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유족들이 반대하는 부검을 진행하려는 경찰의 모습에 분개했다.

설교자로 나선 박득훈 목사(새맘교회)는 "화를 내서 하나님 정의가 이뤄질 수 있다면 마음껏 화를 내고 싶다. 불의한 자를 주먹으로 때려눕혀 하나님 정의가 이뤄질 수 있다면 당장 뛰어가서 주먹으로 두들겨 패고 싶다"며 정부와 경찰을 향한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람이 성내는 것으로 하나님 정의를 이룰 수 없다"는 성경 구절을 인용한 박 목사는, 정부와 경찰이 더 이상 하나님 자비를 우롱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검경, 주치의 백선하 교수는 유족과 시민이 내뱉는 절규를 들으라고 성토했다.

▲ 기독 단체와 기독인들은 백남기대책위와 함께 고인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우리가 백남기다

젊었을 때 민주화 운동에 매진했던 고인은 이후 농민이 되었다. 쌀값 폭락으로 절망하는 농민들 권익을 주장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변을 당했다. 박득훈 목사는 고인을 의를 위해 핍박받은 예수에 비유했다. 그 역시 하나님나라 정의를 위해 싸우다 핍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참석자들에게 "우리가 백남기다. 우리가 백남기다. 이 말은 우리가 백남기 선생처럼 되자는 결심이다. 우리가 백남기다. 이 땅에 정의가 돌아오게 하자"고 말했다.

기도회에는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도 참석했다. 무대에 오른 정 회장은 서울대학교병원과 검찰을 비판했다. 정 회장은 "물대포로 한 국민을 죽음에 이르게 했으면 사죄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하는데 오히려 칼을 들고 시신을 탈취하려 한다"며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국회가 특검을 도입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4차 협의 공문을 보내며 16일로 기한을 두었다. 정현찬 회장은 "기한이 지나면 경찰이 강제 부검을 진행할 지도 모른다. 백남기대책위를 비롯한 여러 시민들이 밤을 새며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다. 여러분들도 함께 고인을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기도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은 "우리가 백남기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국가 폭력 진상 규명" "살인 정권 끝장내자" 구호를 외치며 시가행진했다. 시민들은 도심 한가운데서 일어난 시위에 관심을 보였다. 행진에 동참하는 이도 있었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시작한 행진은 정부종합청사 앞까지 이어졌다.

이날 시국 기도회를 연 기독 단체들은 20일 오후 3시 서울대학교병원 영안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백남기대책위 안에서는 법원이 발부한 부검 영장 집행 기한이 25일로 만료되기 때문에 경찰이 강제 부검을 집행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돈다. 시국 기도회에 참석한 기독 단체와 기독인들은 대책위와 함께 고인을 지키기로 다짐했다.

▲ 기도회가 마치고 시가행진을 펼쳤다. 행진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정부종합청사까지 이어졌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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