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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의 신뢰성과 적합성에 대한 한 탐구
[서평] 월터 C. 카이저 Jr. <구약성서 다큐먼트>(세움과비움)
  • 이원석 (dkdndn2@naver.com)
  • 승인 2016.10.1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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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역사이며, 문학이며, 신학이라는 삼중의 구도로 형성되어 있다. 오랫동안 보수 신학계는 성경의 역사적 측면에 주목하여 성경의 신뢰성을 증명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번에 출간된 <구약성서 다큐먼트>(세움과비움) 또한 그러한 입장을 반영한다(원서 자체는 2001년에 출간된 것이다). 저자 월터 카이저(Walter C. Kaiser, Jr.)는 복음주의 구약학계를 대표하는 원로급 학자이며, 그간 한국 교계에 소개된 그의 저작은 (공저를 포함하여) 스무 권을 넘어선다.

구약성경의 현시대적 적합성

   
▲ <구약성서 다큐먼트 - 구약성서의 신뢰성과 적합성> / 월터 C. 카이저 지음 / 김정봉 옮김 / 세움과비움 펴냄 / 302쪽 / 1만 5,000원

국역본 제목은 원제(The Old Testament Documents)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F. F. 브루스의 <신약성서 다큐먼트(The New Testament Documents)>와 짝을 이룬다. <신약성서 다큐먼트>의 부제는 'Are They Reliable?'인데, <구약성서 다큐먼트>의 부제는 'Are They Reliable & Relevant?'이다(국역본의 부제는 '구약성서의 신뢰성과 적합성'이다). 즉 구약성서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 신뢰성 지표에 적합성 지표를 추가한 것이다.

월터 카이저가 생각하기에 구약성서 연구에는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라고 묻는 질문이 따라온다. "구약성서가 현대 우리의 삶에도 의미가 있는가? 구약 본문이 우리를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면 그 메시지를 우리의 질문들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7쪽) 이에 대한 그의 해명은 유익하다.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마지막(구약성서의 메시지는 오늘날 적합한가?)에서 서사, 토라(율법), 예언, 지혜문서와 시편 등 각 영역별로 구약성경의 적합성을 검토한다. 만일 이 책을 모두 읽을 시간이 없다면, 최소한 4부만이라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설교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목회자들에게 특히 유용할 것이다.

복음주의자로서 우리는 구약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믿기에 자연스레 구약성경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적합하다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이것은 해석학적 과업을 요청한다. 이 점에 관한 한, 구약 본문의 내용과 형식을 현대적 맥락 속에서 적합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명료하게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월터 카이저의 접근이 모범적이다.

가령 월터 카이저는 열왕기상 18장에 대해서 39절("모든 백성이 엎드려 말하되,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재구성함으로써 해당 본문의 명확한 이해를 도모한다(230쪽).

1. 야훼 홀로 그의 종들을 담대하게 만드시는 하나님이시다(1-20절).
2. 야훼 홀로 그의 영예를 탐하는 모든 자들을 반박하시는 하나님이시다(21-29절).
3. 야훼 홀로 그의 능력을 증명하시는 하나님이시다(30-39절).

이런 방식의 분석은 설교자에게 특히 유용하다. 해돈 로빈슨과 더불어 미국 복음주의 교회에 강해 설교가 확산되도록 기여한 월터 카이저의 업적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성경이 우리 시대의 필요에도 적합하다는 것을 믿는다면, 복음주의권 안에서 강해 설교의 확산을 당연한 귀결이자 당면한 과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하나 선지서의 현대적 타당성을 논하면서 교회가 이스라엘을 대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점은 아쉽다(262쪽). 대신에 월터 카이저는 선지자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인정할 것을 촉구한다(263쪽). 그의 주장이 세대주의 신학의 왜곡된 주장에 힘을 실어 준다는 것이 아쉽지만, 성경의 현시대적 적합성을 적절하게 보여 준 그의 공헌에 비해서는 작은 문제이다.

구약성경 신뢰성의 토대

그렇다면 구약성경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월터 카이저가 상정하는 신뢰성의 지표는 어떠한 것일까? 일단 그 지표가 상정하는 입장은 보수적이다. 복음주의라기보다는 차라리 근본주의에 가깝다. 애초에 20세기 중후반 이래로 미국의 복음주의가 무오성을 가지고 양분된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

이러한 지점에서 책의 제목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신학도들에게 있어서 '구약성서 다큐먼트'는 벨하우젠의 JEDP 가설을 상기시킨다(물론 제목에서의 다큐먼트는 JEDP 문서를 뜻하지 않는다). 하나 자료 비평은 그 기세가 꺾인 지도 한참 되었으며, 월터 카이저는 4장(창세기 1-4장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에서 구약성경의 문서설에 대해 반박한다.

"어느 누구도 이 자료들 혹은 이 문학적 자료들 중의 어떤 것으로도 표시된 문서를 보지 못했다. (중략) 문서 이론이 세워졌던 밑바탕으로써의 역할에서 자료 비평 이론의 철학적인 뒷받침은 붕괴되었다." (59쪽)

월터 카이저가 말하는 철학적 토대는 헤겔의 역사철학과 다윈의 진화론을 가리킨다. 진보 사관을 함축하는 이러한 입장은 현대, 즉 탈근대에는 그 입지를 상실하다시피 했다. 지적 사조의 변화는 성경 연구 방법론의 변화에 연동된다. 지금 성서학계는 역사성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문학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 그가 주목하는 신뢰성의 토대는 역사성이다.

우리는 과연 <구약성서 다큐먼트>에서 제시되는 신뢰성의 지표를 신뢰할 수 있을까? 일단 1부(구약성서 정경과 본문은 신뢰할 수 있는가?)에서 정경과 본문에 대한 논증은 설득력이 있다. 여기에서 제공되는 것은 구약성경의 유래와 정경의 분류, 그리고 구약성경 본문의 보존에 대한 타당한 해명이다. 이는 우리가 구약성경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정보이다.

또한 앞서 제시한 문서설에 대한 비판을 포함한 3부(구약성서의 메시지는 신뢰할 수 있는가?) 또한 대체로 수긍할 수 있다. 특히 11장(지혜문헌들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의 경우는 다르다. 11장의 독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매일 한 장씩 읽는 것을 권면하는 등) 잠언의 주술적 활용을 독려하는 방식을 돌아볼 계기가 될 것이다.

구약성경 신뢰성의 근대적 측면

2부(구약성서의 역사는 신뢰할 수 있는가?)는 조금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월터 카이저는 보수 진영의 성경관을 대변한다. 그는 성경의 역사성을 강력하게 변호하며, 이를 위해 고고학을 포함한 성경 밖의 자료를 활용한다. 가령 주전 1400년경 여리고의 파괴에 대해서 "도자기 유형 분류 체계와 층위학과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 그리고 풍뎅이 모양의 보석류들의 연대에 근거"(140쪽)하여 지지한다.

월터 카이저가 (문서설과 같은 방식이 예시하는) 성경을 인위적으로 짜개고 맞추는 근대적 접근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다. 성경은 고대의 문서가 아닌가. 그러나 고대 문서로서의 성경의 역사적 신뢰의 수준을 과도하게 올리는 것 또한 근대적 접근이다. 이는 기존 보수 진영이 공유하는 관점을 충실하게 답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성경은 고대의 문서이다.

고대 문서인 구약 성경에 근대적 개념(과 수준)의 신뢰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고대인의 세계에서 적용되는 신뢰의 기준은 지금의 기준과 전혀 다르다. 하나 미국 복음주의 진영의 무오성 패러다임은 이러한 시간적 간극을 존중하지 않는다. 성경의 특징은 (역사적이고 과학적인) 무오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로 말미암은) 영감성에 있다.

성경의 역사적 신뢰성을 도모하기 위해 월터 카이저가 동원하는 정보들은 흥미롭고 유익하다. "이 책에서 수집된 자료와 독자들의 상호작용은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 될 것이라고 신뢰한다."(8쪽) 그는 특히 고고학적 증거들로 구약의 내용을 지탱하고자 한다. 확실히 고고학을 통해 획득한 지식들이 성경 본문에 대한 이해를 넓혀 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어떤 자료들일지라도 충분히 알려졌을 때 그 사실들에 대한 지속적으로 밝혀진 인위적, 층서적 그리고 비문의 유물 증거의 도움으로 구약성서 사람들, 민족들 그리고 장소들에 관한 상세한 사항들에 대한 신비로운 확인을 제공[한]다." (133쪽)

월터 카이저의 고고학적 논의는 비교적 섬세하게 접근된다. 더욱이 그는 나름의 균형 감각을 지니고 있다. "고고학은 본문으로 옮겨진 모든 도전들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것은 정말 아니다! 고고학적 자료들 그 자체들로 인해 파생되는 도저히 말도 안 되는 문제들도 남아 있다."(133쪽) 그렇기에 그는 6장(족장들의 역사 기술은 정확한가?)에서 아브라함, 이삭, 야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접근한다.

"이 세 명의 족장들 중 어느 한 명의 실존에 관해서도 지지하는 외부의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중략) 반면에 이 족장 이야기들의 진정성을 위해 증가하는 상당한 정도의 개연성과 보강 증거의 사례는 정말로 그런 강력한 의견의 외적 증거로부터 계속해서 증가한다." (117쪽)

구약의 역사성에 대한 우리의 자세

그리스도인으로서 구약의 역사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신약 세계에서 역사의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를 분리할 수는 없듯이, 구약 세계 또한 그 역사적 근간과 신학적 의미가 연결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뭣이 중한디?"라는 질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구약의 역사성에 대한 변증이 다소 과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원서의 기획에 다소 반하는 지적일 수도 있지만, 이런 방식의 변증으로 믿음이 강화되지는 않는다. 참된 믿음의 근거는 오직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뿐이다. 믿음은 그리스도와의 만남으로 생성되고, 삶의 연단 속에서 숙성된다. 역사(고고학 등)와 과학(창조과학 등)이라는 모래 위에 믿음의 성을 쌓을 수는 없다. 이러한 변증은 그저 보족물에 불과하다.

이러한 지적을 <구약성서 다큐먼트>에 대한 가치 폄하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구약성경의 신뢰성과 적합성에 대해 각 영역별로 중요한 주제를 잡아서 간명하게 다루는 월터 카이저의 글은 충분히 유용하고 흥미롭다. 단지 구약성경의 신뢰성을 다룬 만큼의 지면을 적합성에 대해서도 할애한 개정판이 나오면 좋겠다(하나 그는 1933년생의 할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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