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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 축복식도 하면서, 동물은 왜 안 되나?
[인터뷰] 반려동물 축복식 집전한 민숙희 사제…"인간 혼자 살 수 없어요"
  • 최유리 기자 (cker333@newsnjoy.or.kr)
  • 승인 2016.10.1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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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축복을 받으러 성당에 온 반려동물에게 정성껏 기도를 해 줬다. 건강하고 평온하게 살 수 있기를, 해코지당하지 않고 위험한 일 겪지 않도록 복을 빌었다. 목사가 교인 앞길을 위해 마음 다해 기도하듯, 그렇게 정성 다해 기도했다.

10월 9일,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사제당 뒤뜰에서 진행된 반려동물 축복식. 예배를 마친 후 민숙희 사제를 만났다. 그는 만나는 교인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무슨 일로 오셨냐는 교인 질문에 "오늘 반려동물 축복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주 행복해요"라 답하며 거듭 웃었다.

축복식을 집전한 민 사제는 평소 동물에 관심이 많다. 유기견과 유기묘를 기르고 있다. 축복식 때 사용한 예식문은 그가 몸담았던 '노아의방주예배공동체'에서 쓰던 형식이다. 거기서 민 사제는 한 달에 한 번씩 동물과 함께하는 예배를 인도했다.

   
▲ 민숙희 사제는 반려동물 축복식에 참여한 사람과 동물에게 축복을 했다. 세례를 준 건 아니다.ⓒ뉴스앤조이 최유리

다음은 민숙희 사제와 나눈 대화다.

- 오늘 설교 내용이 노아 방주 부분이었다. 공동체 이름도 노아의방주다. 이유가 있나.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이 나쁜 것은 다 쓸어버리고 새날을 맞이할 동물들과 사람을 방주에 태운다. 이 때 하나님이 노아에게 동물들도 넉넉하게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장만하라는 명령을 하신다. 사람과 동물을 평등하게 대한 것이다. 이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하나님나라의 새로운 주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노아의방주예배공동체'는 어떤 곳인가.

동물들도 예배에 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당시 공동체는 동물뿐 아니라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피조물을 살피려고 했다. 그래서 제주 강정마을도 방문하고 동물 보호소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축복식도 했다. 수의사를 초청해 강의도 듣고, 버려진 강아지와 고양이를 입양했다.

예배에 참여한 사람 중에 반려동물이 없는 교인도 있었다. 그럼에도 함께 예배하고 축복식도 참가하면서 유기견·묘를 입양하기 시작했다. 그 수가 꽤 됐다. 감사한 일이다. 유기견·묘들은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15일 안에 안락사를 당한다. (공동체 활동으로) 한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언제부터 동물을 위한 축복식을 진행했나.

대성전에서 한국인이 집전한 것은 처음이다. 주일마다 외국인 미사가 있는데, 거기선 쭉 해 왔다. 동물에 관심이 있어서 축복식은 늘 하고 싶었다. 미뤄 오다 처음 구제역 파동이 있고 나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 엄청난 돼지와 소가 살처분됐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추모식을 했다.

사람들 때문에 동물이 죽게 됐는데 사죄할 기회가 없었다. 그때 서로를 위로하는 기도회를 열었고 나중에는 정기적으로 모여 예배하기 시작했다. 동물을 키우는 분, 관심 있는 분들이 주로 오셨다. 사람들 반응은 좋았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마음껏 반려동물을 예뻐하고 사랑하고 싶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다 이런 자리가 마련되니 좋아들 했다.

-축복식 때 주로 무엇을 하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반려동물 건강과 평온한 삶을 위해 기도해 주고 성찬식을 한다. 사람은 성찬식 때 면병과 포도주를 사용한다. 이게 동물들 입맛에는 맞지 않아 따로 간식을 준비한다. 면병, 포도주, 동물 간식을 함께 놓고 축복하고 같이 성찬을 한다.

예배할 때마다 벽에 오줌 싸는 수놈이 있었다. 오면 서로 신경전하고 으르렁댔다. 근데 희한하게 입당 성가를 부르면 가만히 있더라. 짖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예배 후 수의사 강의를 듣는데, 그때는 예배가 아닌 걸 아는지 막 돌아다니더라. 어떤 놈은 강의 도중 정 가운데서 똥을 쌌다. 애들이 예배를 아는 것 같아 정말 신기했다.

- 처음 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는 없었나.

반대는 없었다. 성공회니까 이 일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동물들의 수호성인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는 새와 대화했다. 이 사실을 기반으로 모든 동물들에게 축복식을 하는 게 가능해졌다. 서양 교회들은 성 프란체스코 축일 즈음에 축복식을 많이 한다.

혹시라도 이단적인 행위로 보일까 봐 교무국장에게 보고했다. 노아의방주를 근거로 함께 예배하겠다고 말했다. 성공회는 동물 축복식 외에도 새로 이사 가면 가옥 축복식, 차를 사면 차량 축복식, 사무실을 개업해도 축복식을 한다. 생명 없는 것에도 축복을 하는데, 생명 있는 것은 왜 안 되는가란 생각이 들었다.

맨 처음 페이스북에 내용을 올렸을 때 성직자들 사이에서 이게 맞는지 틀리는지 신학적 논의가 있었다. (우리의 모임을 보고 누군가는) 거기는 애찬식을 보신탕으로 하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 민 사제는 2년 반 정도 동물과 함께하는 예배를 집전했다. 사람들 반응이 좋았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해외 교회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나.

모든 교회가 하진 않는다. 성공회나 천주교가 주로 한다. 뉴욕에 있는 한 성공회 교회에서는 근처에 동물원이 있는데 코끼리와 낙타가 왔다고 들었다.

오늘은 개와 고양이만 왔는데, 대성전 외국인 미사에는 앵무새, 햄스터, 고슴도치도 왔다. 축복식에 반려동물을 데려오지 못한 사람 중에는 자신이 키우는 동물 사진을 가져오기도 했다. 외국은 동물이 먹는 간식, 사는 집, 가지고 노는 인형에 축복을 받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동물 신학'이 낯선 이유가 뭘까. 창세기에 나오는 '다스리라'를 '소비'로만 생각해서 아닐까.

다스리라는 말의 원어는 돌보라는 개념이다. 다스림이라고 하니까 위에서 억압하는 것처럼 느끼는데 그게 아니다. 청지기 의무를 말하는 거다.

강아지를 매우 아끼는 분이 있었다. 아이들과 밖에 잠깐 나간 사이에 남편이 키우던 개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고 다시 집에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우리는 반려동물이 죽으면 장례 예식을 치르는데 사체가 있거나 유골함이 없어서 강아지가 묶여 있던 자리에서 예식을 했다. 동물에 얽힌 추억을 함께 나눴다. 좋았던 기억을 나누면서 가족들을 위로했다. 강아지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하나님이 노아 방주에 동물을 다 태우고 갔던 것처럼 그 나라에서 다시 만나면 된다고 아이들을 위로했다.

사실 개가 하늘나라 갔는지 안 갔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알 수도 없고. 이는 사목적인 위로다. 그렇게 하니 아이들이 강아지에게 쓴 편지를 읊고 무덤을 꾸미고 싶다며 꽃을 따 왔다. 장례 예식으로 아이들에게 생명의 귀중함을 상기시키고 죽음을 희망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본다.

그 사건 이후 그분이 말씀하시길, 자기들이 소수자 같다고 했다. 개를 잃었을 때 억장이 무너졌는데 친척이나 형제가 이해를 못 하니 마음껏 슬퍼하지 못했다는 거다. 대부분 똥개 한 마리 죽었는데 뭘 그러냐고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해받을 수 없고 마음 놓고 울 수 없으니 소수자 같다고 말한 거다.

-이번 축복식에 온 사람들도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사실 내가 제일 많이 위로받았다. 집에서 유기견과 유기묘를 키우는데, 잘 해 줘도 결핍이 있는 거 같을 때가 있다. 그런데 같이 예배하다 보면 애들이 평화를 느끼는 게 보인다. 다른 고양이들과 교감하려는 걸 보면, 사람 자식은 아니어도 내가 위로를 받는다.

-축복식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해 줄 말이 있다면.

이해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이해가 될 거다. 그렇지 않으면, 온갖 신학을 들이대도 거절한다. 성경에서 가장 쉽게 말할 수 있는 건 노아의방주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하나님은 사람과 동물을 평등하게 보았다.

(일부 사람들 주장처럼) 사람만 중요했다면, 하나님은 다른 것은 만들지 않으셨을 텐데 그게 아니다. 다른 생명체를 다 만들고 나중에 사람을 만드셨다. 동물, 식물, 바다, 산, 해, 달이 모두 있어야 사람이 살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에 사람을 창조했다고 생각한다. 인간 혼자서 살 수 없다. 우리보다 먼저 창조된 피조 세계에 감사해야 한다. 이것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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