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년 8개월 사이에 수용 인원 10%에 달하는 129명이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사망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지난 8일,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알고싶다'가 '가려진 죽음-대구 희망원 129명 사망의 진실' 편에서 대구광역시립희망원(희망원·박강수 원장)에서 발생한 인권유린, 노동 착취와 각종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희망원은 노숙인, 조현병 환자, 지체장애인 등을 수용하는 시설이다. 지난 2년 8개월 사이에 수용 인원 10%에 달하는 129명이 사망,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은 희망원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을 고발했다. 희망원 출신 한 남성은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희망원 직원들이 "줄로 묶고 자물쇠를 채워 (나를) 꼼짝 못하게 했다. 한 3일을 패는데 맞다가 기절하면 깨워서 또 팼다"고 회상했다.

수용자가 사망하면 직원들이 시체를 바로 치우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남성은 "많이 죽는 날은 하루에 3명도 죽었다. 일주일에 5명 정도는 죽었다고 본다"며, "죽자마자 치우는 게 아니다. 3, 4일이 지나면 사체 상태가 좋지 않았다. 쥐가 눈을 파먹은 것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수용자를 감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희망원을 찾은 제작진은 한 조현병 환자가 안에서 문을 열 수 없는 방에 갇혀 있는 걸 발견했다. 희망원 직원은 환자가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자해하는 걸 막기 위해 심리안정실에 가뒀다고 항변했다. 제작진과 희망원을 찾은 전문가는 오히려 방 안에 위험 시설이 많다며 의료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동 착취와 부식비를 횡령한 정황도 포착됐다. 장애인을 데려다 부원장 집에서 청소, 설거지, 빨래 등 집안일을 시키고, 뇌성마비를 앓는 부원장 아들을 돌보게 했다는 것이다. 이중장부를 만들어 단가를 조작하거나 물품 수량을 부풀려 부식비를 조작한 흔적도 확인됐다.

▲ 제작진은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인권유린과 각종 비리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방송이 나간 뒤, 주요 언론들이 앞다퉈 희망원 문제를 보도했다. 누리꾼들은 SNS로 기사를 공유하며 희망원을 비난했다. 희망원 홈페이지에도 박강수 원장과 직원들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희망원 직원은 1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아침부터 방송 내용이 사실이냐며 따지거나 항의하는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36년째 운영…내부 자정 능력 상실

희망원은 대구시가 1958년 노숙인 복지시설로 설립했다. 1980년부터는 천주교 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대구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36년째 운영 중이다. 노숙인 재활·요양 시설, 정신 요양 시설, 지체장애인 거주 시설을 갖췄다. 일시에 1,150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희망원은 2014년까지 연속 6회 우수 시설로 선정됐고, 2006년에는 최우수 사회 복지시설로 선정돼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가톨릭이 대구 지역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복지시설인 셈이다.

그런데 이번 방송으로 희망원 안의 인권유린, 재정 비리 문제 등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희망원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톨릭프레스> 김근수 발행인은 "이번 사건은 일부 신부와 수녀가 외부에 알렸다. 이는 천주교 내부 자정 능력이 크게 상실됐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김근수 발행인은 희망원 문제와 관련된 이들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리에 연루된 신부·수녀들을 모두 처벌하고, 국민 앞에서 공개 사과해야 한다는 것. 그는 조환길 대주교도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교구장을 사임하고 평생 근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인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중규 박사(재활학)는 희망원의 폐쇄적인 내부 구조를 지적했다. 정 박사는 "장애가 있는 이들은 자기 방어가 어려워 폭력에 속수무책이다. 그런 이유로 복지시설에서 문제가 생겨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대구시립희망원은 조사 결과에 따라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겸허히 조치를 받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구시립희망원 홈페이지 갈무리)

대구시, 특별 감사 돌입…국정감사서 진상 밝힌다

정중규 박사는 '국민의당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진상조사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회는 오는 14일 국정감사 때 희망원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정 박사는 △인권유린과 노동 착취 △식자재 비리 △부정 투표 의혹 등이 주요 안건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도 10일부터 특별 감사에 착수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와 희망원은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희망원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특별 감사, 국정감사 등을 받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겸허히 조치를 받겠다"고 홈페이지에 입장을 밝혔다.

SBS 방송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부분과 과장된 내용이 대부분으로, 소수 제보자 의견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편파 방송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대응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희망원 박강수 원장은 이번 주 안으로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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