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하는 자와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자와 함께 눈물 흘리는 것이 성도들의 마땅한 일이기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회환경선교부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모시고, 이야기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해서 기꺼이 허락했습니다. 오늘 들은 말씀 주변 사람에게 잘 전해서,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 10월 9일 수원성교회에서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가 열렸다. 수원성교회 사회환경선교부가 주관했다.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와 세월호 특조위 상임위원 박종운 변호사가 강사로 나섰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수원성교회 안광수 목사 말에 참석자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간담회 발표자로 참석한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상임위원 박종운 변호사도 함께 손뼉을 쳤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소속 수원성교회 사회환경선교부는 10월 9일 일요일,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수원 성균관대역 바로 옆에 있는 교회는 매주 3,000여 명의 교인이 출석하는 중대형 교회다. 규모가 큰 교회일수록 사회문제를 회피하기 마련이지만, 수원성교회는 다르다.

담임 안광수 목사는 세월호를 진보·보수 싸움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교회에서 금기시하는 정치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진상 규명으로 유가족들의 억울함을 풀어 줘야 한다고 믿는다. 앞서 안 목사는 교인들과 안산을 찾아 유가족들과 함께 예배하고, 저녁 식사를 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더 안산 분향소를 찾겠다고 약속했다.

수원성교회 교인들도 세월호 진실을 밝히는 일에 적극적이다.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 이야기를 처음 꺼낸 것도 교인들이다. 안 목사는 교인들 제안을 받아들여 주보에 간담회 일정을 공지했다. 참석을 희망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와서 들어도 좋다고 했다.

수원성교회 소예배실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예장통합 경기노회 관계자를 포함, 100여 명의 교인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 사회로 시작했다. 남 소장은 수원성교회 집사다.

▲ 박은희 전도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하나님과 좀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한국교회에 대한 기대는 더 낮아졌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가 먼저 강대상에 올랐다. 박 전도사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기 전까지, 누구보다 하나님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고 고백했다.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 강도를 만나 피를 철철 흘리는 사람이 됐다.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을 찾아가 이유를 묻고,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생겼다. 어쩌면 수백 번을 더했을 이야기를, 박 전도사는 담담하게 풀어냈다.

"참사가 있던 날 뉴스를 보면 헬기, 배 수십 대가 도착해 있고, 잠수사 500명이 넘게 와 있다고 나와요. 그러나 막상 현장에 가보니 뉴스와 달랐어요. 구조 인력과 잠수사는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사고 해역에는 달랑 고무정 몇 개뿐이고, 잠수사도 몇 명 안 됐어요. 그런데 뉴스에는 100% 구조될 수 있다는 식으로 나왔어요.

구조에 최선을 다해야 할 정부는 사복 경찰들을 동원해 가족들을 감시하고, 구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정보를 흘렸어요. 언론은 그걸 그대로 전부 받아 적고. 가족들이 화가 날 수밖에 없었어요. 더 이상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 생각했어요. 수장(대통령)을 만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버스를 대절했는데,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가족들이 진도대교를 건넌 거예요. 그걸 또 사복 경찰들이 막았고요. 우리도 광주처럼 고립되는 건 아닐까 무서웠어요."

세월호 참사는 사람을 바꿔 놓았다. 박 전도사는 그동안 세상을 너무 몰랐다고 고백했다. 살 만하다고 생각했고, 소신을 가진 사람들 덕분에 잘 굴러간다고 믿었다. 일을 겪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을 할수록 드는 느낌이 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우리를 막고 있다."

예수 탄생을 전후로 세계는 'B.C.'(주전)와 'A.D.'(주후)로 나뉜다. 박 전도사의 세계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2014년 4월 16일이 그렇다. 참혹했던 그날을 경계로 삼아, 이 세상이 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는 교회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박 전도사가 안타까운 심정으로 말했다.

"이 어려운 싸움을 하면서 많은 부모가 교회를 떠났어요. 희생자 학생 부모 중 50가구 정도가 교회를 다녔는데, 절반이 떠났다고 해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셨을까?', '전지전능한 분이 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막지 않으셨을까?'

교회에서는 (아이들이) 천국 갔으니까 더 이상 슬퍼하지 말라고 해요. 천국 갔는데 왜 우냐고, 장례식 와서 그렇게 말해요. 분명 우는 자와 함께 울라 했는데, 와서 우는 자들의 입을 틀어막는 거예요. 솟구치는 울음을 못 울게…. 오랫동안 교회 다닌 분들은 스스로를 죄악시해요. 믿음이 적어서 본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줄 알아요.

보니까 저희처럼 억울하게 사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힘 있는 자들에게 빼앗긴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을 교회가 외면하고 있어요. 지금은 왕정시대가 아닌데도 대통령을 비판하지도 못해요. 성경을 너무 열심히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교회는 2000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요."

박 전도사는 불의 앞에서 몸을 사리는 한국교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럼에도 박 전도사는 한국교회에서 희망을 찾았다. 지금 가장 많은 위로와 힘을 주는 이들이 바로 기독인들이라고 했다. 박 전도사는 "가까이서 가족들 필요를 채워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들이 있어요. 그중 기독교인이 70% 정도 돼요. 감사한 일이죠"라고 말했다.

진상 규명, 회복의 첫걸음

▲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간이 9월 30일부로 종료됐다고 발표했다. 박종운 변호사는 특조위 활동 종료와 함께 진상 규명도 멀어졌다는 취지로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어 강단에 오른 박종운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에 석연치 않은 지점이 한둘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배 안에 300여 명이 탑승하고 있었지만,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 몇몇 사람이 구조되기는 했지만, 이는 민간 어선에 의해 구조된 것이다. 해경은 뭐했냐고? "국가(해경)는 뱅뱅 돌기만 할 뿐 실제 아무 조치를 안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는 너무 많은 '우연'이 겹쳐 있습니다. 세월호를 일본에서 가져오기 위해 규정을 이상하게 바꾸고, 거기에 국정원이 끼어 들고, 세월호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 자재가 실려 있었고, 다른 배와 달리 세월호만 출항했습니다. 사고가 나자 선원과 선장은 퇴선 명령 없이 자기들만 빠져나오고…. 이런 상황을 대체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박 변호사는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유가족들의 트라우마도 치료될 수 있다고 강변했다.

"많은 분들이 세월호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립니다. 손해배상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망가진 사람 마음은 돈 몇 푼으로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진상 규명이 우선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이것이 피해자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물론 아직 진행 중이지만, 국민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이분들의 노력으로, 돈보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게 됐습니다. 이제 세월호 참사는 한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인식이 됐습니다. 정부 여당이 넘어가려 하지만,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못된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싸우고 있는데, 결국 그 혜택은 우리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두 사람의 강연 이후,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아래는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간담회는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100여 명의 교인이 참석했다. 이야기를 듣고 함께 기도도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박은희 전도사님은 가장 힘들 때, 가장 위로받을 때가 언제인가요.

박은희 전도사: 일을 성공해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어요. 완전히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잖아요. 그럼에도 가장 힘이 나는 건 같이 버티면서 싸우는 가족과 시민들을 볼 때예요.

- 박 변호사님, 배·보상 문제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습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 그리고 유병언과 청해진 해운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박종운 변호사: 국가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지켜 줄 의무가 있어요. 배상은, 법적으로 잘못한 사람이 피해자에게 지불하는 걸 말해요.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이미 법원이 판결했어요. 해경이 잘못했기 때문이죠. 해경 외에도 여러 가해자가 있죠. 청해진, 선장과 선원 등.

보상은 국가가 자기 의무로서 주는 거예요. 잘못을 했든 안 했든 간에요. 지금 배·보상을 안 받은 가족만 131가정 정도 돼요. 유가족은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성금 가지고 뭐라 하는데, 이건 남들이 뭐라 할 이야기가 아니에요. 다 목적이 있어요. 장학금이랄지, 트라우마 치료비랄지. 목적에 따라 나눠 주는 겁니다. 그걸 가지고 배 아파 하면 안 됩니다. 따질 게 아니에요.

유병언은 세월호와 직접 관련이 없어요. 언론이 방향을 그쪽으로 돌려서 부각이 된 건데요, 국가가 구상권 행사를 미리 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슈 전환과 배상 문제로 유병언을 잡은 겁니다. 사실 (세월호 참사) 핵심은 유병언이 아니라, 배의 침몰과 구조 실패에 어떤 원인이 있는가 입니다.

- 기억관은 어떻게 되는지, 세월호 인양은 언제 되나요?

박 전도사: 기억 교실을 말하는 것 같은데, 2년 안에 학교 근처에 건립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게 해 주는 현장이 필요했어요. 학교에 가서 빈 교실을 보니까 여기가 곧 현장이더라고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사라졌는지 생생하게 말해 주더라고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인양하고, 7월까지 목포항으로 오는 거였는데 계속해서 미뤄졌어요. 인양하면서 휘어지고, (선체에) 100군데 넘게 구멍이 뚫리고. 지금은 저희가 확인할 수 없어요. 보여 주지 않으니까. 말로는 10월 말까지 한다지만,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어요.

박 변호사 : 해수부가 올해 1월 5일 인양 발표를 한 이후로 후속 조치를 발표 안 하고 있어요. 선수 들기 할 때부터 삐거덕거리고 있고요. 6차례 실패했어요. 배에 113개 구멍을 뚫었는데, 이건 심각한 문제예요.

누구도 배가 올라온다고 이야기를 못 해요. 정부는 올해 안에 끝내려는 의도가 강해요. (배가 올라오면) 정밀 감사를 해야 하는데, 특조위를 없애 버렸죠. 미수습자도 수습해야 하는데, 구멍이 뚫려서…. 유실 방지 조치를 했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어요.

- 세월호 아이들을 못 구한 건가요? 안 구한 건가요? 안 구한 거라면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박 전도사 : 저희도 알고 싶어요. 500명이 탄 배가 침몰했는데, 경비정 1척과, 헬기 3대, 구조 인력은 다 합쳐서 30명밖에 안 됐어요. 상식적으로 이런 구조가 가능할까요. 무능한 건지, 구할 마음이 없었던 건지 모르겠어요. 이 점은 끝까지 가 본 다음에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 주요 방송이 침묵할 때 그나마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세월호를 다루긴 했는데요. 혹시 잘못된 게 있나요?

박 변호사: KBS, MBC는 사실상 공영방송이 아니고요. SBS 내용도 100% 적확하지는 않아요. 추정으로부터 나온 거라. 그러나 큰 흐름의 방향성은 맞게 보도가 됐다고 봅니다.

- 일각에서 유가족들 피해 보상은 이뤄졌다고 하는데, 어디까지 진행이 됐나요?

박 전도사: 가족마다 달라요. 131가정은 국가 배·보상금을 거부하고 정부와 청해진 해운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어요. 여행자 보험 수급비는 2년 정도 기다렸다가 받았고요. 그 외에는 아무것도 받은 게 없어요. 유가족들은 성금과 수급비로 싸우며 생계를 연명하고 있어요.

- 특조위가 밝힌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박 변호사: 정부가 진실을 규명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9월 30일부로 특조위 활동이 종료돼서 조사를 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제대로 규명된 게 없습니다. 왜 세월호를 타게 됐는지, 왜 출항을 하게 됐는지, 얼마만큼 과적했는지, 왜 고박을 안 했는지, 특별한 물건이 뭐였는지, 배에 어떤 하자가 있었는지 조사해야 함에도 정부는 특조위 활동을 종료시켰습니다.

-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철근을 나르려고 안개가 심한 데도 출항한 것 아닌가요?

박 변호사: 저희도 나중에야 (세월호에 철근이 실려 있다는 걸) 알았어요. 철근이 급하니까 빨리 가져오라고 했을 수 있죠. 그런데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증거를 찾다가 (특조위가) 중단됐어요.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 세월호 참사를 경험하면서 하나님에 대한 이해가 달라졌나요?

박 전도사: 하나님과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교회와의 거리는 많이 멀어졌어요. 가끔씩 우리나라 교회가 과연 교회인가, 그런 고민마저 들기도 하고요.

▲ 질의응답 시간,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해 교회와 사회가 무슨 일을 하면 좋겠냐는 질문이 나왔다. 박은희 전도사는 '하나님도 아들을 잃어 보셨잖아요'라는 안내 책자를 꺼내 들며, 한번 읽어 봐 달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들이 지치지 않게 기도해 달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일반 시민과 교회가 유가족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박 전도사: 저희가 만든 유인물을 읽고, 함께 기도해 주세요. 노란 리본도 큰 힘이 됩니다. 초대교회 익투스와 비슷한데요.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그 힘, 연대감은 어마어마해요.. 지나가다 노란 리본 보면 반갑고, 힘이 나요. 분향소와 광화문도 찾아주면 좋겠어요. 매주 목요일 6시, 일요일 5시에 예배드립니다.

박 변호사: 저는 팩트와 평가는 구별돼야 하고, 평가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평가할 때 누구 입장을 고려해야 할까요. 사회적으로 어려운 분들, 세월호 가족들 입장을 고려해서 고민하면 좀 더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창 교회 개혁 운동할 때 한국교회에 굉장히 많이 실망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 즉 이주 노동자, 난민, 장애인, 세월호 일을 하다 보니 곳곳에 진짜 그리스도인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성도들 덕분에 한국교회가 망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유가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정죄하려 들지 말고, 이해하려고 한다면 세상은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 수원성교회 안광수 목사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에 따라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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