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눈에 보는 기원 논쟁>은 기원을 둘러싼 논쟁들을 여섯 모델로 정리해 소개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인류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했을까. 인류 기원을 묻는 이 오래된 질문에 철학자·신학자·생물학자·천문학자 등은 저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잘 알려진 입장으로는 창조론과 진화론이 있다.

거칠게 말하자면, 창조론은 성경에 기록된 것처럼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입장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지만, 진화론은 유인원이 오랜 시간 진화해 인간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일반 사람들은 유신론자들이 창조론을, 무신론자들이 진화론을 주장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창조론과 진화론 안에도 여러 입장이 있다. 유신론자들 안에서도 사안에 따라 서로 상반된 주장이 나온다. 한 예로, 신이 세계를 창조했다고 말하면서 진화를 인정하는 유신론자도 있다.

인류 기원을 설명하는 여섯 모델

제럴드 라우는 인류 기원을 둘러싼 이론과 주장들을 여섯 모델로 구분한다(2장). 네 모델은 진화론과 관련된 모델로 △자연주의적 진화 △비목적론적 진화 △계획된 진화 △인도된 진화다. 나머지는 창조론 관련 모델로 △오래된 지구 창조 △젊은 지구 창조다.

각 모델 특징은 아래 표를 참조하면 좋겠다. 이 표는 <한눈에 보는 기원 논쟁> 56, 278쪽을 참고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일치주의는 창조 기사처럼 하나님이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했다고 본다. '일', '하루'를 두고 오래된 지구 창조와 젊은 지구 창조 측이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오래된 지구 창조는 각 날을 오랜 기간으로 보고 있고, 젊은 지구 창조는 각 날을 24시간 길이로 본다. 

여섯 모델이 씨줄이라면 책에 등장하는 네 가지 주제 우주·생명·종·인간은 날줄이다. 책의 부제 '우주, 생명, 종, 인간의 시작에 관한 여섯 가지 모델'처럼, 제럴드 라우는 여섯 모델을 제시한 뒤, 각 모델이 우주·생명·종·인간 기원에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설명한다(3~6장). 이는 여섯 모델을 자세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저자는 어떤 입장?

사무실에서 이 책을 읽고 있자, 한 동료 기자가 물었다. "그래, 저자는 어떤 입장이래?" 대다수 진화론·창조론 관련 서적은 저자가 취하는 입장을 대변하는 자세를 취한다. 저자가 전제하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해석을 열거하며 논리를 강화한다.

<한눈에 보는 기원 논쟁>은 특정 이론을 내세우지 않는다. 제럴드 라우는 여섯 모델과 거리를 유지한 채, 각 모델이 갖는 전제·증거·해석을 차례로 소개한다. 그렇다고 기계적 중립도 아니다. 라우는 각 모델이 일관된 논리를 펼치는지, 지지받을 만한지 분석한다. 각 진영이 공헌하는 바와 보완할 점 등은 무엇인지 설명한다.

라우에 따르면 '젊은지구론'도 공헌하는 바가 있다. 격변설과 같이 과학계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음에도 교과서에서는 강조되지 않는 이론들을 대중들이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주장이다.

▲ '젊은지구론' 학자들은 미국 그랜드캐니언이 노아의홍수 때문에 형성됐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격변설을 근거로 내세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제럴드 라우가 각 모델을 객관적으로 소개하려는 이유는, 기원 논쟁이 건강한 상호 소통으로 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쉽게도 저자의 바람은 이뤄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각 진영이 '과학'을 다르게 정의하기 때문이다.

"자연주의적 진화·비목적론적 진화·계획된 진화는 현상과 경험적 자료의 자연적 원인과 설명을 찾는 과업이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인도된 진화·오래된 지구 창조·젊은 지구 창조는 자연 현상과 경험적 자료의 원인과 설명을 찾는 과업이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258쪽)

인용문만 읽고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처음 세 모델(자연주의적 진화·비목적론적 진화·계획된 진화)은 "방법론적 자연주의를 수용하면서 과학을 자연적 설명을 찾는 학문으로 국한"하는 반면, 나중 세 모델(인도된 진화·오래된 지구 창조·젊은 지구 창조)은 "방법론적 자연주의를 배제하면서 과학을 자연 현상에 대한 설명을 찾는 학문으로 확장"한다는 말이다.

창조과학회 학자들이 '창조'라는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방법론적 자연주의'를 배제하고 성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걸 보면, 나중 세 모델이 과학을 어떻게 보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각 진영이 과학을 보는 시각과 증거를 다루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기원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럴드 라우는 대화는 먼저 상대를 이해하려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현재 각 직영은 자신들 견해를 고집하며 강요하려고 한다. 라우는 각 진영이 서로 소통하며 자기 한계를 이해하고 상대 장점을 인정하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진화론·창조론을 둘러싼 입장들을 객관적·통시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기원 논쟁을 둘러싼 흐름을 여섯 모델로 충분히 개괄한다. 분량도 개론서치고는 부담되지 않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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