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말씀, 그리고 하루 - 헤른후트 기도서 287판> / 헤른후트형제단 지음 / 홍주민, 오호영 옮김 / 한국디아코니아연구소 펴냄 / 290쪽 / 1만 8,000원

하나님은 우리에게 어떻게 말씀하시는가. 하나님 말씀을 통해서다. 헤른후트 로중은 이러한 배경에서 지난 300여 년간 1년도 빠짐없이 개신교 역사를 따라 이어져 왔다. 개신교 최고의 말씀 묵상집 독일어판 '헤른후트 로중'이 한국어로 <말씀, 그리고 하루>라는 제하에 아홉 번째 출간을 맞았다.

세계적으로는 1731년부터, 한국에서는 2009년부터 출간된 이 말씀 묵상집의 역사는 깊다. 1415년 체코에서 로마가톨릭교와의 마찰로 화형당한 개혁자 얀 후스 후예들이 모라비안형제단을 결성, 신앙의자유를 찾아 300여 년간 유랑하다 독일의 한 변방에 정착하면서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1722년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지역에서 신앙 유민으로 온 이들이 루드비히 폰 친첸도르프를 만나면서 헤른후트형제단이 시작되었다. 1722년 6월 17일 시작된 형제단은 독일의 다른 지역에서 신앙의자유를 위해 온 이들과 함께했다. 얼마 후 덴마크와 접촉하면서 사탕수수 농장의 섬 카리브 노예들과 헤른후트 형제들이 만나면서 세계적인 선교의 장을 열렸다.

이러한 뿌리는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 형제단 감독을 통해 그린란드, 북아메리카 인디언, 남아메리카, 남아프리카 등으로 퍼져 현재 100만 명이 넘는 형제단으로 발전해 왔다. 현재 25개 나라에 형제단이 분포돼 있고, 에큐메니컬 공동체의 작은 부분으로 참여하며 다양한 신앙고백을 가진 교단과 협력 관계에 있다.

특이한 것은 이들이 초기 원시 그리스도교, 전적인 신앙 공동체, 생활 공동체, 경제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신앙의 정수를 이어온 한 작은 말씀 묵상 전통이 바로 헤른후트 로중이다.

헤른후트 로중은 하나의 기도서로 친첸도르프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처음 공동체가 형성될 때 서로 다른 신앙고백을 가진 이들과의 분쟁이 있었다. 그는 베르텔스도르프교회에서 성만찬 예배를 할 때 성령을 체험하면서 선교적 열정을 갖게 되었다. 친첸도르프의 아이디어로 하루의 영적 슬로건에 해당하는 성경 구절을 제비뽑기로 결정하게 되었고, 1728년 5월 14일 처음 성경 구절을 뽑아 그 한 말씀으로 공동체가 영적인 무기로 삼는 전통을 이어 나가게 되었다.

1731년, 처음 책의 형태로 1년에 한 번씩 출간되었는데, 분단 시절 동독에서도 이 과업을 이어 왔고 계속해서 다른 신앙고백을 하는 이들에게도 이 로중이 확산되었다. 현재 50여 개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많은 그리스도인이 동시에 같은 성경 말씀을 함께 읽는다는 것. 한 하나님으로 연결되어 신앙한다는 점이다.

종교개혁 전통 위에 선 이 헤른후트공동체는 600년 전 얀 후스와 500년 전의 마르틴 루터의 개신교 영성을 함께 잇고 있는 영적 보고라 할 수 있다. 개신교 영성은 오직 그리스도, 오직 성서, 오직 은총, 오직 믿음이라는 네 개 명제에 집중한다. 더 나아가 가족과 직업 그리고 사회에서 경계를 뛰어넘는 개신교 영성의 운동으로 나아간다. 여기서 그리스도는 이웃 안에서 만나는 존재로 부각되고, 서로가 그리스도가 되는 신비적인 인식의 단계까지 이르게 한다.

개신교 영성은 예수 영성과 일치되는데, 이는 사랑의 이중 계명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 하고, 네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 하였으니,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으뜸가는 계명이다. 둘째 계명도 이것과 같은데,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 한 것이다."(마태 22:37-39) 다시 말해, 하나님 사랑은 이웃 사랑과 동전의 양면이며, 이는 기독교 영성 핵심이며 디아코니아 영성에 속한다.

9년째 로중을 번역하고 있는 필자는 독일에서 머문 10년간 독일어로 된 로중에 큰 영향을 받았다. 한국어로 번역하게 된 동기는 이 작은 개신교 영성의 보고 로중으로 '디아코니아'를 확산시키고자 한 하나의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500년을 맞아 다큐 영화 '디아코니아'를 제작해 시사회를 마치고 공동체 상영을 이제 시작한다. 이와 함께 이 로중이 종교개혁 정신을 담은 말씀 운동으로 좀 더 한국 개신교 저변에 확산되길 소망한다.

특히 이번 <2017 말씀, 그리고 하루>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필기용 양장판'으로 출간한다. 한 면에 그날 그날 주신 하나님 말씀을 기록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어떻게 말씀하시는가. 하나님 말씀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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