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되는 단어, 부흥

▲ <오늘 살 힘> / 이찬수 지음 / 규장 펴냄 / 296쪽 / 1만 5,000원

퀴즈로 시작해 보자. 아래 선택지 중 '부흥'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

① 쇠퇴하였던 것이 다시 일어남 또는 그렇게 되게 함.
② 사물의 규모나 세력 따위가 점점 커짐.
③ 번성하고 영화롭게 됨.

정답은 ① "쇠퇴하였던 것이 다시 일어남"이다. ②는 '성장'의 사전적 의미 중 하나다. ③은 '번영'이다. 교회에 오래 다니는 사람들이 못 맞췄다면 정상이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부흥이라는 단어의 뜻은 ②의 성장이나, ③의 번영처럼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부흥은 성장이나 번영과 동의어로 쓰이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뿐 아니라 성경이 말하는 부흥도 교회서 쓰는 부흥과 연관이 없다.

다시 부흥의 사전적 의미를 보자. "쇠퇴하였던 것이 다시 일어남, 또는 그렇게 되게 함"(두산백과)이다. 성경에서 부흥은 히브리어로 '카야'다. 영어로 'live', 생명이라는 의미다(24쪽). 하박국에게 하나님은 이 황무한 땅을 살려 줄 것을 약속한다. 이 구절에서 나온 말이 '부흥'이다(합 3:2).

교회 다니는 사람들에게 "교회의 부흥"을 물으면 다음과 같이 답한다. "30명에서 100명으로 늘어 부흥했다"고 말이다. 이 말을 풀면, "30명에서 100명으로 죽었다 살아났다"는 뜻이 되고 만다. 실제 부흥은 이 죽었던 것이 살아나는, 절망뿐인 땅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이 땅에 나타났다는 의미다. 한국교회는 진정한 부흥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잊었다.

성장의 신이 지배하는 한국교회

한국교회는 '양적 팽창'을 교회의 성장이라 믿었다. 양적 성장만을 꾀해 왔다. 성도 수, 예배당 규모 등이 그 교회의 '성공' 척도였다. 큰 교회는 성공한 교회, 그렇지 못한 교회는 실패한 교회였다. 양정 팽창과 거리가 먼 부흥이란 말마저 성장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부흥회를 통해 성장했다는 교회의 모습은 그렇기에 절망스러울 뿐이다. 소위 성공한 교회들을 벤치마킹해 온갖 프로그램을 들여온다. '1인 10명 전도 목표' 등으로 '부흥'하기를 바란다. 그 안에는 영혼에 대한 갈망이나, 한 영혼이 정말 예수를 따르고 있는지 구원에 대한 믿음이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저 교회 수가 늘어나고, 사람이 많이 오는 것이 부흥처럼 여겨지는 듯하다.

엇나간 성장주의는 교회에 대한 세상과 교인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교회가 양적으로 자라는 동안에 교회 내부는 병들었다. 성장이 목표가 되는 교회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쏟아졌다. 지금도 쏟아지고 있다. 한 번 만들어진 구조는 쉽게 바뀌지 못했다. 관습이 되어 버렸다. 부흥이 가진 의미마저 성장주의로 퇴색시킨 조국교회 상황이 절망스럽다.

진정한 '부흥'을 위해

그렇기에 더더욱 한국교회의 부흥을 바라게 된다. 부흥은 '죽었던 것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흥이 '오늘 살 힘'이라 말하는 저자 이찬수는 부흥을 위한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우선 하나님의 자리를 찾아 주자는 것이다. 우리의 노력과 힘으로 부흥을 이뤄 낼 수 있다는 교만을 점검하고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한다(32쪽). 부흥은 나의 힘과 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하박국 선지자가 그랬듯 하나님의 능력을 통해 이루는 것이다(33쪽). 하나님의 능력 대신 우리가 부흥시킬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이 교회에 가득했다. 목소리부터 크게 외치고, 전도 폭발 집회로 조국교회를 부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 노력이 헛되다는 게 아니다. 중심에 누가 있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질의 회복도 저자가 말하는 부흥 방법이다. 본질의 회복은 사실 '뻔한' 얘기다. 그렇지만, 그 본질마저 잃어버렸기에 얘기가 결코 가볍지 않다. 저자는 지금 현재의 부끄러움을 알고, 진정으로 '돌이켜야 한다'고 말한다. 기도하며, 성령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다 쉽지 않은 일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어렵다.

한국교회가 부흥되어야 한다. 그래야 '성장'이나 '번영'이란 말로 대체되었던 부흥의 의미가 '부흥'될 수 있다. 한국교회는 '무너졌다'고 평가받는다. 희망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죽은 땅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 부흥이다. 희망을 찾기 힘든 한국교회지만,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기대해 본다. 이제 열리는 부흥회는 <부흥>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무너진 교회의 기초'를 다시 세우는 행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무너진 삶, 무너진 교회에 부흥이 있기를.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