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은 '고대 서아시아 역사와 문화'를 배경 삼아 읽고 해석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지식 없이 구약성경을 읽는 것은 지도나 나침반 없이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기독인문학연구원이 '구약성경과 고대 근동'이라는 제목으로 15주간 특별 강좌를 개설했다. 단단히 신발 끈을 묶고 긴 여행을 떠나듯, 긴 호흡으로 고대 근동학 강좌를 시작한다. 신학생과 목회자뿐 아니라 평신도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가슴 설레는 인문 여행에 동참을 권한다. 이번 강의로 참가자들이 구약성경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는 지식과 안목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구약성경과 고대 근동' 강좌는 고대 근동학 연구자 두 명이 공동 진행한다. 윤성덕 박사는 미국 히브리칼리지에서 고대 근동을 연구하여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유성환 박사는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이집트학을 전공해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 박사도 서울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국내에서 찾기 힘든 고대 근동학 전문가 두 명이 깊이 있고 폭넓게 구약성경 배경을 가르칠 것이다.

10월 10일 오후 2시, 오픈 강좌가 개최된다. 이날 누구나 자유롭게 강의에 참석해 청강할 수 있다. 이 첫 강의와 함께 15주의 긴 인문 여행이 시작될 예정이다.

고대 근동 공부는 왜 중요할까. 목회자가 구약성경을 읽고 해석하며 가르칠 때, 왜 고대 근동을 알아야 할까? 윤성덕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의 글은 이 강좌에 대한 초대사와 같다.

'고대 서아시아에서 자라난 구약성경'

'심청전'은 어린아이들도 줄거리를 다 아는 한글 소설입니다. 제 아비를 아끼고 사랑하는 심청의 갸륵한 행동은 누구도 토를 달지 않고 받아들이는 효심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외국어로 번역하여 외국인에게 읽힌다면 그 사람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효심을 읽을까요? 오히려 자기 시력을 위해 딸의 목숨을 희생시킨 늙은 아버지의 욕심을 읽고 몸서리를 칠지 모릅니다. 한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겹겹이 쌓여 있는 문화의 층들을 공유하지 못한 외국인들이 심청전을 이해하려면 우리가 긴 역사 속에서 겪었던 경험을 하나씩 설명해야 할 터입니다.

중국 문화권에 살면서 옥황상제와 용왕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우리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지, 유학의 영향으로 효가 얼마나 중요한 덕목으로 간주되고 있는지, 불교가 전래된 뒤 연꽃이 얼마나 상서로운 꽃이 되었는지 모른다면 심청이 제 아비를 위해 목숨을 버릴 결심을 하는 순간이 얼마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지 느낄 수 없고, 연꽃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심청이 얼마나 곱고 귀한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화적 배경 안에서 심청전을 읽을 때 왜 이 이야기가 소설뿐만 아니라 판소리로 공연되고 있고, 또 거타지 설화나 연권녀 설화 등 유사한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오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약성경은 우리와 문화적 층위를 공유하는 동시대 작가가 우리말로 창작하고 출판한 문학 작품이 아닙니다. 서점에 가면 멋진 가죽 표지로 제본된 성경책을 살 수 있다고 해서 전시되어 있는 다른 책들과 같은 방법으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라는 말이지요.

구약성경은 뜨거운 태양을 맨머리로는 견딜 수 없어서 시원한 나무 그늘이 하나님이 허락하신 복으로 느끼게 되는 고대 서아시아에서 태어나 자라났습니다. 농사를 짓는 것보다 가축을 치면서 떠돌아다니는 생활이 더 익숙하던 사람들이 광야와 구릉지를 오가며 만난 하나님에 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계절이 뚜렷하고 일 년 내내 비가 오는 지역에서 살아온 우리들이 구약성경을 읽을 때 쉽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겠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구약성경을 읽기 위해 고대 서아시아 세계를 좀 더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날씨와 지형은 물론 고대 서아시아 사람들이 살았던 당시 세상을 익숙하게 알아야 그들이 남긴 기록도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대 서아시아는 기원전 3200년경부터 문자를 만들어 기록을 남겼던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의 산실입니다. 이렇게 수천 년에 걸쳐서 지속되어 온 문화적 경험이 구약성경에 고스란히 축적되어 있는 것입니다.

고대 서아시아 사람들이 남긴 제의 관련 문서들, 찬양시와 기도문들, 예언 관련 문서들, 법전들, 그리고 신화와 설화는 레위기와 민수기의 제의 법들, 시편에 실린 시들,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등 선지자들의 예언서, 출애굽기나 신명기의 율법, 그리고 창세기나 욥기에 기록된 다양한 이야기들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대 서아시아 기록과 구약성경을 비교해서 읽으며 어떤 면이 유사하고 어떤 면이 다른지 공부하는 일은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구약성경 독서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기독인문학연구원 가을 특별 강좌를 통해서 이런 귀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구약성경과 고대 근동' 강좌에 관심 있는 분들은 기독인문학연구원 카페를 방문해(바로 가기) 강의 일정과 강의 내용을 살펴보기 바란다. 수강을 원하는 사람은 미리 강의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청서는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된다(바로 가기).

문의: 02-6925-1526(사무실), 010-4501-1365(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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