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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평 쪽방 벗어나 인간답게 살아 보자
대안주거협동조합, 빈 사무실 개조해 도시 빈민 터전 마련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6.10.0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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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영등포시장 인근 ㄴ여인숙은 1평도 안 되는 방 월세가 최저 30만 원이다. 욕실이 있는 방에서 지내려면 45만 원이다. 옆에 ㅇ여인숙을 포함 주변 여인숙들도 방값이 비슷하다.

고시원, 고시텔은 이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제일 싼 방이 한 달에 20만 원. 대신 창이 없다. 창이 있는 방은 25만 원, 욕실을 추가하면 35만 원까지 올라간다. 말이 고시텔이지 '고시'와 무관하다. 투숙객들은 낮엔 다 일하러 가고 밤에 와서 잠만 잔다고 고시텔 관리자가 말했다.

1평도 안 되는 방에서 사람들이 산다. 대개 청소, 경비, 배달, 공장 일을 하는 일용직 노동자들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도시 빈민들이다. 짧으면 한두 달, 길면 수년을 이곳에서 지낸다.

   
▲ ㅇ고시텔 월세 25만 원짜리 방이다. 이곳에 사람들이 수년간 산다. 아래는 대안주거협동조합이 만든 미호 실내 모습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같은 25만 원인데, 창도 크고 방 면적도 훨씬 넓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반값고시원운동본부 대표를 역임한 대안주거협동조합 박철수 이사장(향린교회 집사)은 고시원, 여인숙 평균 거주 기간이 7~8년이라 말한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소속 사회복지사였던 박철수 이사장은 노숙자를 돌보면서 평범한 사람이 노숙자가 되기 전 보통 고시원을 거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도·실직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집을 팔고 전·월세를 전전하다 끝내 고시원에 이른다는 말이다.

자활하는 노숙자가 사회로 진입하기 전에 거치는 곳도 고시원 쪽방이다. 박철수 이사장은 2011년부터 반값고시원운동본부를 발족해 고시원 월세를 낮추자는 운동을 펼쳤다. 도시 빈민이 노숙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노숙자 자활을 돕기 위해서다.

이 주장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관심을 보였다. 2012년, 노숙자가 월 5만 원으로 거주할 수 있는 '희망 원룸'을 만들었다. 구세군대한본영이 위탁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월세가 줄어 수입이 줄 것을 우려한 고시원 업자들이 반발해 희망 원룸은 더 확산되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박철수 이사장은 언제 노숙인으로 전락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대안주거협동조합을 만들어 도시 빈민들이 더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대안 주거 공간 미호(美戶)가 첫 열매다. 빈 사무실을 빌려 공간을 나누고 방과 거실과 부엌, 욕실 등을 만들었다. 쪽방에 사는 비용으로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내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 대안주거협동조합은 도시 빈민들이 적은 비용으로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미호'를 만들었다. 박철수 이사장이(사진 속 인물) 현판 앞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한 달 25만 원에 내 방을

문 연 지 1년이 지난 지금, 1평 남짓 쪽방을 전전했던 사람들 6명이 미호에 살고 있다. 방 넓이는 약 4평. 박철수 이사장은 "기존 고시원에서는 발만 뻗어도 방이 꽉 찼는데, 미호에서는 침대를 설치하고도 옷걸이, 책상을 둘 수 있어 사람들이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방마다 큰 창이 있어 채광·환기가 양호하다. 벽도 쪽방 벽보다 두껍게 시공해 방음이 좋다. 주방에는 밥을 지을 수 있는 도구가 마련돼 있다. 거주자들이 음식을 해 먹을 수 있고, 옆방 사람과 함께 거실이나 옥상에서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다.

쪽방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소망이 있다고 한다. 햇빛, 집밥, 친구다. 박철수 이사장은 미호에서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이룰 수 있다고 자랑했다.

거주자들이 대안주거협동조합에 내는 한 달 생활비는 25만 원. 평소 쪽방 월세로 지출하는 것과 비슷한 비용으로 더 나은 환경에서 사는 셈이다. 대안주거협동조합은 임대료로 120만 원을 지급하고, 남은 돈은 수도세, 전기세, 생활비, 예비비 등으로 사용한다.

이외에 거주자들은 1년 사이에 200만 원씩 저축해야 한다. 금융 소외자에게 무이자로 대출하는 생명의길을여는사람들(이사장 김종익 목사)에게 빌린 보증금 2,000만원을 갚기 위해서다. 보증금을 갚고 나면 미호는 온전히 거주자들 집이 된다.

   
▲ 거주자들은 주방(안쪽 공간)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생각보다 실내가 넓고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관계 형성으로 인간성 회복 도모

쪽방은 시설만 열악한 게 아니다. 고시원에는 흔히 3대 금지 규정이 있다. 발소리, 말소리, 문소리가 나지 않게 주의하라는 내용이다. 방음이 열악한 시설에서 소리를 내지 않으려면 투숙객들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소리 때문에 옆방 사람에게 한 소리 들으면 마음까지 쪼그라든다.

박철수 이사장은 "쪽방에 사는 사람들 중에 우울증, 외로움 등에 시달리는 분들이 많다. 쾌적한 환경도 중요하지만 함께 사는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미호에서 관계망을 형성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우울증,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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