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10월 3일 저녁 아홉 시, 빛 한줄기 스며들지 않는 컴컴한 지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디제잉이 한창이다. 홍대 일대에서 열린 기독교 문화 축제 '수상한 거리' 마지막 순서였다.

"이제 이 시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경험하게 하시며, 또한 이 자리에 성령께서 임재하셔서 저희로 하여금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게 하옵소서. 이 모든 말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피날레 문을 연 사람은 DJ 진호였다. 클럽인지 아닌지, 흥겨워 춤을 추는 곳인지 하나님께 찬양하는 곳인지 헷갈릴 법한 장소에서 그는 기도로 예배를 시작했다.

마음 다한 기도가 끝나자 낯선 풍경이 이어졌다. DJ 진호가 헤드폰을 쓰더니 본격적으로 컨트롤러 판을 돌리기 시작했다. 클럽처럼 전자음이 쾅쾅 울려 퍼지고 사이키 조명이 어지럽게 돌아갔다.

빠른 리듬과 클럽 분위기 조명만 어색할 뿐, 가사는 낯설지 않다.

"주님 사랑해요 온 맘과 정성 다해 하나님의 신실한 친구 되기 원합니다."
"보좌 앞에 나의 삶이 향기로운 제사로 주께 드려지길 원하네."

DJ 진호 역시 "할렐루야", "하나님께 영광 돌립시다" 등 익숙한 멘트를 던졌다. 동시에 무대 위에서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고 뛰었다. 손을 들고 찬양했다.
 

어색해도 괜찮아, 'EDM·힙합'도 예배 도구니까

어색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EDM 예배를 접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터. 클럽을 가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생경함도 당연하다. 찾아온 사람 중에는 스탠딩석 대신 2층 좌석에 자리 잡은 이들도 있었다. 리듬에 몸을 맡기기보다 수줍게 박수 치며 무대를 관람했다.

그러나 DJ 진호 인도에 따라 "할렐루야!"를 외치고 자유롭게 몸을 흔들며 예배하는 사람이 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석자들 반응이 유연해졌다. "put your hands up!"이라는 말에 손을 높이 들고 환호했다. 눈을 감고 기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래퍼 W.라이노와 정상수가 나왔을 때 반응이 가장 '핫'했다. 전도사 출신, 분명한 톤으로 자기 이야기를 이어가는 W.라이노. 그의 노래에는 하나님, 교회, 예수 등 종교 언어가 쏟아져 나왔다. 랩 중간중간 자신이 생각하는 하나님, 전도사 사역을 하면서 느낀 점을 설교하듯 꾸밈없이 전했고 사람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 예배는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것. say 나는 전도사니까 (나는 전도사니까!) say 나는 전도사니까 (나는 전도사니까!) 난 교회 직원 아냐. 종교꾼이 아냐. 예수를 파는 사람 아냐."

▲ 정상수는 투박하지만 그만이 할 수 있는 랩을 선보였다. 모인 사람들에게 "여러분은 하나님의 보배"라고 축복하며 랩을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마지막 무대는 쇼미더머니로 유명세를 탄 래퍼 정상수가 꾸렸다. 그는 무대에 나오자마자 "홍대 클럽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니 기분이 좋습니다"며 랩을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명사수'를 완창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투박한 랩을 선보였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그의 랩을 따라했다. 그가 금세 땀에 흠뻑 젖었다.

"난 계속해서 매섭게 쏘겠어. 죄 속에서 날 대속해 주신 주. 인생의 방향은 예수 걸어가신 고난의 좁은 문으로 죄인아 눈 들어. say 예수 (예수!) say 예수 (예수!)"

이후 랩에는 종교 언어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대신 곡마다 자기가 보고 느낀 이야기가 진하게 묻어 있었다. 정상수는 거친 목소리로 "여러분은 하나님의 보배", "하나님께 영광"이라며 사람들을 축복했다.

마지막 시간. 무대 위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정상수'와, W.라이노의 본명 '이창수'를 번갈아 외치며 순간을 즐겼다. 마치 자신이 래퍼가 된 것처럼. 어떤 이에게는 조금은 낯설었던 시간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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