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하는 기독교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어디까지 기독교 문화고 어디까지 세상 문화인가요?"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홍대에서 합정으로 가는 골목, 마포구 홍익로 5길. 이곳에서 새로운 기독 문화 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이 뭉쳤다.

스테이라운지(stay.round.GEE) 공연장, 카페 피카소, 빅퍼즐문화연구소를 중심으로 10월 3일 '수상한 거리 페스티벌'이 열렸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세 곳에서 강의, 공연, 상영회 등 여러 기독 문화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스테이라운지에서는 기독 청년들의 진로를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가 진행됐다. 남오성 목사(주날개그늘교회) 진행으로 양희송 대표(청어람아카데미), 윤영훈 소장(빅퍼즐문화연구소), 전병철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가 패널로 나왔다. 현장에서 오갔던 이야기를 좌담 형식으로 정리했다.

음악 분야에 종사하는 한 청년은, 예술을 업으로 삼으려는 기독 청년들이 자본이 곧 힘이 되는 사회에서 어떻게 정체성을 지키면서 음악 할 수 있을지 질문했다.

전병철(이하 전) / 예술인이 대중성이나 자본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런데 대중의 흐름을 읽어야지만 성공하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만하다. 이번 '슈퍼스타 K'에 지리산 소년이 나왔다. 샘 스미스 노래를 부르는데 어떻게 저렇게 부를 수 있을까 할 만큼 잘했다. 지리산에서 계속 노래 부르면서 자기 소리를 찾고 만든 것 같았다. 이런 예를 보면 자본이 있고 없고는 중요한 요소는 아닌 거 같다.

윤영훈(이하 윤) / 내가 왜 아티스트가 되려고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마추어일 때는 프로가 되면 행복할 거 같지만 프로가 됐을 때 오히려 음악이 싫어질 수도 있다. 음악을 사랑한다면 다른 직업을 갖고도 충분히 취미로도 할 수 있다. 음악인에게는 '인생 곡'을 만들라고 말하고 싶다. YB에게 '나는 나비', 윤복희 씨에게 '여러분'이 없었다면 지금이 있었을까. 이 노래 하나 만큼은 세상과 공유하겠다는 1차적 목표를 가지면 좋을 것 같다.

남오성(이하 남) / 장기호 교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다른 학과 공부를 하지만 음악을 하고픈 교회 친구들과 같이 갔다. 강의가 끝나고 이런 질문을 했다. "우리가 지금 하는 공부를 그만두고 음악을 다시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그때 장 교수는 "왜 다들 실용 음악을 하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좋아하면 평소에 음악 듣고 앨범 사고 기타 치고 노래하면 되지 굳이 왜 직업으로 선택하려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전 / 맞다. 실용음악과 나온 사람들 대부분이 뒤에서 다른 가수 반주해 주는 일로 산다. 실제 톱 가수는 돈 벌기 위해 자기 영역을 버리고 오지 않는다. 음악이 밥벌이가 더 잘돼서 자기 영역을 접은 것뿐이다. 자기가 하던 걸 때려치우고 와서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YB도 2002년에 떴는데 2006년까지 밥벌이가 안됐다. 그때까지 음악을 하기 위해서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더 많이 했다더라. 요즘은 그렇지 않다. 특히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한다.

양희송(이하 양) /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교회가 예술하는 친구들에게 친화적인 공간인가. 요새 아이들은 교회 무대에 많이 서 봐서 마이크 잡고 노래하는 걸 어색해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는 교회가 대중문화와 접촉을 잘해 온 거 같은데, 미술 하는 사람은 정말 힘들다. 미술 전공자들은 스스로를 '육두품'이라고 한다.

교회가 문화, 예술과 격리된 공간은 아니지만 편향적인 부분이 있다. 세상에서 인정받으면 교회에서 인정받지만, 그게 아니면 교회 스스로가 구성원들의 문화를 격려해 주지 못한다. 사역자들이 교회가 문화 예술에 친화적인 공간이 되도록 만들어 주면 좋겠다. 멤버들도 스스로 자구책을 만들어야 한다.

실험 장려하지 않는 사회…자신이 원하는 걸 찾자

남 / 예술계를 포함해서 진로 선택을 묻는 기독 청년들에겐 어떤 말을 해 주고 싶나.

전 / 누군가가 진로를 물으면, 주로 원칙적인 이야기를 해 준다. 사람마다 케이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가능했던 일이 누군가에게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일단 자신이 원하는 것과 외부에서 인정해 주는 일을 찾아야 한다. 간혹 경쟁 사회에 익숙해져서 타인이 원하는 것만 찾으러 다니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걸 알아야 한다.

물론 타인의 인정도 필요하다. 나는 노래 부르고 싶은데 주변 사람들이 음치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런 과정을 겪기 위해 20대 때는 닥치는 대로 뭐든 해 봐야 아는 것 같다. 그런데 한국 학생들은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 이에 반해 행동은 적다.

양 / 전병철 교수님이 시도해 보지 않고 질문만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과연 왜 그렇게 됐을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실험을 장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틀에서 순응하며 살게끔 훈련시켜 왔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 사이에서 한 번 실패하면 끝장난다는 생각이 있다. 그런데 평생 이런 방식으로 살면 행복하지 않다. 힘들더라도 즐기면서 살면 어떨까 권장하고 싶다.

윤 / 동감한다. 길에서 사는 걸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취업·결혼 실패, 시련, 병을 마주했을 때 길 속에서 사는 걸 배운 적이 없어 쉽게 좌절한다. 어려운 시절이 많던 부모님 세대는 어려움을 견디는 법을 육감적으로 배운 것 같다. 그래서 자수성가한 분도 많고.

지금은 다르다. 청년들과 이야기해 보면,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다)이라고 표현한다. 부모를 잘 만나야 상류층이 될 수 있지, 혼자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대통령 탓하는 경우도 있다. 맞기도 하지만 누구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하는 투사 현상이 건강해 보이진 않는다.

흔히들 지금을 삼포시대라고 부르는데, 나는 돈 없어도 연애·결혼할 수 있고 출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너무 자본에 함몰된 건 아닐까 걱정된다. 어렸을 때부터 미디어와 자본의 젖을 먹고 자라서 오염된 부분이 있다. 하나님의 비전을 받은 게 아니라 미디어에서 비전을 받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걸 도전해 보는 게 의미가 있다. 여행을 떠나는 일도 좋은 것 같다.

진로 문제 외에 기독교 문화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사람들이 예전처럼 기독교 문화를 소비하지 않는 이유, 기독교 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선이 어디인지를 물었다.

전 / 소비되지 않는 건 대중문화도 마찬가지다. 기독교 문화만 두고 생각해 보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 대중문화는 뜻있는 사람이 스튜디오를 만들고 사람도 키우고 수익이 생기면 같이 나눈다. 그러나 CCM 가수들은 그렇지 않다. 키우는 사람이 없다. 이전에는 CCM 가수들이 교회 다니면서 노래 부르고 수익도 많았다. 그러면 재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인기를 구가하는 사람들만 돈 많이 벌고 끝났다.

기독교 문화의 경계선을 말하자면, 그런 건 딱히 없다. 판타스틱듀오에 나갔을 때 패널들이 목사가 왜 복음성가 안 부르고 가요 부르냐고 물었다. (같은 노래도) 전인권이 부르면 가요고 내가 부르면 CCM이라고 답했다. 흔히들 CCM 기준을 예수, 성경 구절이 직접적으로 들어가는지 아닌지에 따라 나누는 것 같다. 아니다. 문화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예수 믿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문화이지 종교적 언어의 유무로 보는 건 아니다.

양 / 온누리교회에 있을 때 처음에는 30~40명 모였던 '경배와 찬양' 참가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걸 경험했다. 나중에는 2,000명 이상 모였다. 문제는 수가 늘고 유명해지면서 서로가 다 비슷해졌다. 어느 교회를 가든 악기 구성도 같아졌다. 그렇게 되면 몰락은 필연적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카피하기 바빴지 새로운 걸 만들어 내지 못했다.

윤 / 그전까지는 기독교 문화가 파격적인 게 많았다. 나는 컨티넨탈싱어즈 출신인데, 우리가 처음 '칼 군무'를 시작했다. 여성 멤버들도 바지 입고 무대에 서고 그랬다. 보수적인 목사님은 무대에 서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보면 옛 추억을 보는 느낌이다. 컨티넨탈싱어즈 하면 '파격성'이었는데 지금은 가장 보수적이게 변했다. 단복 입고 노래하는 거 보면 진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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