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 망치는 남자>(옐로브릭)는 퍼포먼스에 물든 인간관계를 떠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법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 미국 기독교 작가 도널드 밀러가 썼다. 연애와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기사든, 노래든, 책이든 뭐니 뭐니 해도 '제목'이 중요하다. 고작 3~4개 단어로 눈길을 사로잡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애 망치는 남자-어떻게 나는 나쁜 관계의 습관을 버렸나>(옐로브릭)는 좋은 제목의 모범 사례라 할 만하다. 단번에 손을 뻗치게 만든다. '절망적' 제목과 '희망적' 부제의 조화는 책장을 넘기게 만들었다.

연애와 인간관계 문제로 삶이 삐거덕거린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제목과 부제가 언급하듯, 책은 작은 의미에서 연애를, 크게는 인간관계를 기술하고 있다. 지은이는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도널드 밀러(편의상 작가 애칭인 '돈'으로 쓰겠다 - 기자 주)다. 돈은 <재즈처럼 하나님은>, <천년 동안 백만 마일>, <아버지의 빈자> 등을 쓴 기독교 작가다.

그는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신앙인이다. 신앙은 보수적일지 몰라도, 마인드는 포용적이다. 한때 5년 넘게 교회에 안 나간 적도 있지만, 그의 삶을 견고하게 붙잡아 주는 것은 '신앙'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돈은 마케팅 컨설팅 회사까지 운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돈은 잘나간다. '나처럼만 하면 연애와 인간관계를 잘할 수 있다'라고 말할 것 같지만, 오히려 정반대다. 돈은 과거 자신이 어떤 상태였는지 고백하면서, 새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들을 제시한다.

판타지에 사로잡힌 플레이보이

우선 연애 이야기에 집중해 보자. 돈은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유추해 보건대 지금의 아내 엘리자베스 밀러(벳시)를 만나기 전까지 '플레이보이'였다. 여자를 만나는 이유는 보상과 만족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그에게는 여자에 대한 판타지가 있었다.

돈은 여러 여자를 만났다. 보상과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쉽게 말해 자신만의 판타지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는 여자를 만나면 반해 버리고 그녀의 영웅이 되는 공상에 잠기기 시작한다. 대단히 부끄러운 말이지만, 내 머릿속에는 언제나 가상의 드라마를 촬영 중인 카메라가 있었고, 거기서 나는 유쾌하고 명랑한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상대 배우는 늘 바뀌었다." (107쪽)

여자에게 손쉽게 격정하는 돈에게 그의 친구 데이비드는 "상처의 아픔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여자들을 이용하는 것 같다. 낭만적인 환상에 중독돼서 선택과 헌신을 요구하는 실제 사랑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106쪽)고 충고한다.

지금이야 잘나가지만, 학창 시절 돈은 별 볼 일 없었다. 집안은 가난했고, 운동도 못했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었지만, 그럴 만한 계제가 아니었다. 성인이 된 돈은 무의식적으로 학창 시절 인기를 끌었던 여자들과의 데이트를 갈망했다.

데이비드의 충고로 한동안 연애를 끊었던 돈은 벳시를 만난다. 공상과 판타지는 계속 작동했다.

"나는 벳시를 만나기 위해 워싱턴디시로 이사를 갔다. 물론 머릿속에 완벽한 각본의 러브 스토리를 짜놓은 상태였다. 벳시가 맡을 배역은 나를 영웅으로 여기는 아름답고 세련된 여자이고, 내가 맡을 배역은 사랑스럽고 근면한 실력자였다. 예전에는 여자가 내가 상상했던 배역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이내 이 관계가 뭔가 꼬였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여자를 상상하는 덧없는 공상에 빠졌었다." (111쪽)

공상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고, 판타지는 맥을 추지 못했다. 두 사람은 친구 관계 문제로, 이사와 직장 문제 등으로 심하게 다퉜다. 돈은 이전까지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꾸면 그만이었다.

사랑받기 위해 사람들을 등지다

▲ "인간은 결코 완벽한 사랑을 이루지 못해도 그것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까워질수록 건강해진다. 사랑은 누가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즐겁게 살아갈 이야기라는 저자의 말은 특히 가슴에 와닿는다.

돈은 친구 추천으로 온사이트(성인을 위한 힐링 캠프)에서 일주일간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문제점을 알게 된다. 돈은 약점과 상처를 감추는 대신 유머와 사회적 지위로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누구보다 강했다. 반대로 좋든, 나쁘든 사람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게 두려웠다. 결혼을 하지 않은 것도 용기가 없어서였다.

"내가 삼십 대에 결혼하지 못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돈을 벌고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가지고 싶은 마음을 포기할 수 없어서였다. 그런 것을 거머쥐면 아무도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미친 일정에 따라 일을 했으니 건강한 인간관계란 불가능했다. 나는 작가로 성공하고 싶어서 겨울에 외딴 섬에 들어가 오두막에 머물며 혼자 책을 썼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사람들을 완전히 등진 셈이다. 나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불건전한 모순 속에 살고 있었다. 유명한 작가는 됐지만 의미 있는 삶을 찾지 못했다." (206쪽)

다행히 힐링 캠프에서 치료를 받은 돈은 꼭 필요한 깨달음을 얻었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있다.

"친밀한 관계에 필요한 것은 진정성,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것, 남들도 나처럼 허물도 있고 장점도 있다는 믿음이다. 나는 이런 핵심 가치들이 건강한 연애뿐 아니라 건강한 가족 관계와 건강한 양육에도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185쪽)

기본적으로 사람도 사랑도 '소통'이 돼야 뭐든 시작할 수 있다. 돈은 소통에 앞서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게 먼저라고 말한다.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벳시가 돈을 사랑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벳시는 일로 스트레스가 심할 때 내가 당황하는 법이 없어서 자신도 차분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벳시는 내가 모험을 좋아해서 내가 없다면 인생의 재미가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벳시는 나와 데이트를 한 후로 내가 날마다 아름답다고 말해 줘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의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벳시는 나 덕분에 자기가 더 좋은 사람이 됐다는 이유를 이야기하고 또 했다. (중략)

인간은 정체성이 무너지면 소통하지 못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서로에게 훨씬 더 좋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자신을 몹쓸 사람이라고 믿는 바람에 사랑할 수 있는데도 사랑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156~157쪽)

'누군가를 조종하려 하지 마세요'

건강한 사람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을 만나면 그 관계도 건강하지 못하게 된다고 돈은 말한다. 사람들은 때때로 타인을 '조종'하려고 한다. 한때 돈이 망상에 빠져 살았던 것도, 그 속에서 모든 것을 조종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한 목사 친구는 돈에게 "조종하고 싶은 욕심은 죄의 뿌리"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돈이 말하는 조종하는 사람 5가지 유형이다. 한번 정도는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스코어키퍼: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자신이 베푼 호의를 잊지 않고 있다가 신세 진 사람을 조종하고 싶을 때 이용한다. 스코어키퍼는 신세를 갚을 필요가 없다는 말로 생색을 낸다.

△심판자: 심판자는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건 좋은 일이지만 그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결정할 수 있는 권위와 힘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다. 심판하는 사람이 기독교인이라면 성경을 지배 수단으로 삼는다. 그들에게 성경은 사람들에게 신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법전이다.

△가짜 영웅: 실제로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다고 현혹한다. 누군가 거짓말 같은 장밋빛 미래에 대해 말한다면 그는 가짜 영웅일 공산이 크다.

△폭군: 자신을 강한 존재라고 믿게 만듦으로써 사람들을 조종한다.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나약하게 비칠까 봐 염려한다. 약점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도 없다.

어릴 적 다니던 작은 교회에 목사가 새로 부임한 적이 있다. 그는 괄괄한 음성으로 하나님의 진노와 지옥의 위험에 대해 설교하기 좋아하던 무서운 남자였다. 그의 첫 설교 제목은 '믿음직한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일을 맡겼으면 믿으라'였다. 다시 말해 자신의 권위에 함부로 도전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는 부임 후 몇 년 동안 우리 교회를 무너뜨렸다. (중략) 누군가에게 반대하거나 그의 권위에 도전하기가 두렵다면 폭군일 공산이 크다.

△플라퍼: 동정과 관심을 얻으려고 과장된 몸짓으로 피해자 행세를 하는 사람이다. 플라퍼는 기회만 생기면 피해자 역할을 자처한다. 이는 강력하고 파괴적인 기만극이다. 피해자 행세를 하려면 가해자가 필요하다. 플라퍼를 사귀면 당신은 가해자가 된다." (130~140쪽)

연기는 그만하고, 사랑하라

▲ 저자는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구속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는 건강하지 못한 '빈곤한' 사랑에 지나지 않는다.

돈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은 데이비드 목사다. 어릴 적 데이비드 목사로부터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돈은 책과 글쓰기에 매달렸다.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칭찬 한마디에 한 사람의 인생 방향이 달라졌다.

돈은 데이비드 목사의 죽음을 통해 결단을 내리고, 실천에 옮겼다. 10년 동안 혼자 일해 온 그는 마케팅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니었다.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다. 돈이 목적이 아닌 '행복과 가치'를 우선순위로 하는, 꼭 드라마에 나올 법한 회사를 만들었다. 회사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직원들 처우도 좋다고 한다.

연애도 인간관계도 결국 한 사람으로부터 출발한다. 우리 각자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한번 점검해 보는 건 어떨까.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돈은 강변한다.

"누구도 나를 완전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 연기는 이제 그만하고,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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