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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유족 "빈소는 슬픔보다 긴장의 연속이다"
"살인자가 피해자 진상을 어떻게 규명하나"…부검 반대 의사 다시 한 번 밝혀
  • 구권효 기자 (mastaqu@newsnjoy.or.kr)
  • 승인 2016.09.2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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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경찰에게 직사 살수 물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다 선종한 백남기 농민의 차녀 백민주화 씨가 상복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9월 29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 폭력 규탄 시국 선언'에서 백민주화 씨는 "어제 경찰·검찰·법원이 부검 영장을 발부했다. 도대체 살인자가 피해자를 어떻게 진상 규명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백 씨는 "빈소는 슬픔보다 긴장감의 연속이다. 이 나라는 왜 아무런 힘도 없는 평범한 우리 가족과 아버지 사망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순수한 국민들을 괴롭히는 건가. 저희에게 왜 슬퍼할 시간조차 주지 못하나"라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저희 유가족은 사인이 명확한 아버지의 시신을, 아버지를 죽인 경찰의 손에 부검되는 일을 절대로 반대함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 법원은 9월 28일 저녁 8시 30분경 검찰의 부검 영장 청구를 받아들였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날 시국 선언에는 유가족 백민주화 씨와 백남기투쟁본부, 4.16가족협의회, 각계 시민단체, 종교계, 정치계에서 3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여연대 대표 법인 스님은 "모든 생명에 있어 분별은 있을 수 없다. 백남기 농민 앞에서 예수님도 부처님도 공동대표다. 오늘 이 자리에서 예수님과 부처님은 백남기 농민을 위로하고, 백남기 농민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분명한 공동의 증언자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법인 스님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잠시 진실을 덮을 수 있지만 끝내 덮을 수는 없다고. 성경에도 나오지 않나. 어둠은 결코 밝음을 이길 수 없다. 이렇게 부처님과 예수님이 공동으로 진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선언하셨다. 지금이라도 현 정부는 참회하고 회개하라. 더 이상 생명을 비참하게 하는, 초라하게 하는 무지한 행동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 장례식장에 붙어 있는 백남기 농민 추모 메시지. ⓒ뉴스앤조이 구권효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의장,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직무대행, 민변 조영선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 정의당 노회찬 의원, 무소속 김종훈 의원 등이 발언을 이었다. 국회의원들은 백남기 농민 부검은 철회돼야 하며, '백남기 특검'을 이뤄 내겠다고 다짐했다.

시국 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백남기 농민 죽음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특검 등을 통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또 유가족이 원하지 않는 부검 시도 중단과 국가 폭력, 물대포 추방을 촉구했다.

시국 선언에 참가한 사람들은 10월 1일 백남기 농민 추모 대회와 세월호 참사 900일 문화제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더 많은 국민이 함께해 주기를 호소했다.

다음은 시국 선언문 전문.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 폭력 규탄 시국 선언문
국민이 준 힘으로 더 이상 국민을 짓밟지 말라!

작년 11월 14일 시위에 참여했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던 일흔 살 백남기 농민께서 317일간의 투병 끝에 안타깝게도 지난 9월 25일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공권력에 의한 명백한 타살입니다. 백남기 농민께서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돌아가셨다는 것은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이 정부와 경찰에게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합니다. 그러나 백남기 농민과 가족들은 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정부로부터 단 한마디 사과도 듣지 못했습니다. 책임자 처벌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사인이 명백하고, 유족이 부검을 원치 않고 있음에도 검찰과 경찰, 법원은 기어이 부검을 강행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법률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며 사인을 은폐 왜곡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직업과 나이, 성별, 처지가 다른 우리 모두의 마음을 더욱 슬프고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이 참담한 죽음 앞에, 우리는 고인의 명복만을 빌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한마음 한뜻으로 정부에 다음 세 가지를 요구합니다.

첫 번째로, 정부는 지금이라도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죄하고 예의를 다해 조의를 표해야 합니다. 300일 넘게 정부의 책임자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이렇게도 모질게 국민을 대하는 것입니까?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책임자들에게는 권력과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 말고는 단 한 푼의 양심도 없는 것입니까? 그래도 한 번 더 '사람의 모습',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가진 이로서의 자세를 요구합니다.

두 번째로, 정부는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들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처벌함으로써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합니다. 검찰은 오늘까지도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수사에 대해 전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과잉 진압에 대한 수사는 방기한 채, 백남기 농민께서 숨을 거두시자마자 부검부터 하겠다고 나서는 검찰에게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특별검사를 통해서라도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어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국민이 준 힘으로 국민을 짓밟는 '국가 폭력'을 중단하고, 특히 백남기 농민의 목숨을 앗아 가는 데 쓰인 물대포의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1987년 고 이한열 열사께서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것을 계기로 87년 6월 18일을 '최루탄 추방의 날'로 지정하였고 여러 해 후에 결국 최루탄은 이 땅에서 추방되었습니다. 최루탄처럼 매우 위험한 경찰 장비라는 것이 증명된 물대포 사용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유엔 평화로운 집회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인권 옹호자 특별보고관 등은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애도하며 유족의 뜻에 반하는 부검을 실시하지 말 것과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유럽노총, 국제노총, 국제인권연맹 등도 국가 폭력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 당국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국제사회도 우리들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도 당부드립니다.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다 함께 빌어 주시고, 잘못한 이들이 사죄하고 책임질 이들이 책임질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과 힘을 모아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요구 
하나. 정부는 백남기 농민 죽음에 대한 책임 있는 사죄를 해야 합니다. 
하나. 특검 등을 통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합니다. 
하나. 유가족이 반대하는 부검 시도를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하나. 국가 폭력을 종식시키고 물대포 완전히 추방해야 합니다.

2016년 9월 29일
고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 폭력 규탄 시국 선언 참여자 일동(총 3,54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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