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장통합 총회 현장에 설치된 부스. 부스 현수막에는 "여성과 함께하면 하나님이 더 기뻐하시는 총회가 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9월 26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101회 총회가 열린 안산제일교회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성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1,500명에 가까운 총회대의원(총대)들이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교회를 찾았다.

총대들이 교회 정문을 통과할 때마다 흰색 유니폼을 입은 여성 두 명이 "환영합니다" 외치며 고개를 숙였다. 인사를 받아 주는 총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로비에 들어선 총대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널찍한 교회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1층 로비에는 안내 데스크를 포함해 각종 부스들이 설치돼 있었다. 다양한 부스 중에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부스 아래 설치된 현수막에 "여성과 함께하면 하나님이 더 기뻐하시는 총회가 됩니다"라는 글귀가 있었다. 마치 총대 1,500명을 향해 호소하는 것처럼 보였다.

부스에는 예장통합 전국여교역자연합회 교역자들이 앉아 있었다. 이번 총회를 참관하기 위해 15명이 모였다. 이들은 총대들에게 '여성 할당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받았다. 서명에 동참한 한 목사는 "아니, 교회 2/3가 여자인데, 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껄껄 웃었다. 여교역자들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예장통합 총회가 열리는 장소에 여성 부스가 설치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스를 설치한 전국여교역자연합회 사무총장 김혜숙 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국여교역자연합회는 1973년, 예장통합 소속 여교역자들이 만든 단체다.

아래는 김 목사와의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 김혜숙 목사는 여성 목사 안수가 진행된 지 20년이나 지났지만, 교회 내 남성과 여성의 레벨은 동등하지 않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예장통합 총회를 취재하며 '여성 부스'를 처음 봤다. 부스를 설치한 이유가 궁금하다.

우리 교단은 1996년부터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고 있다. 여성에게도 안수를 주니까, 남녀가 동등한 '레벨'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동안 조용히 변화가 있기를 바랐는데, 20년간 변화가 없었다.

'이슈 파이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작년부터 들었다. 우리 교단만 그렇지, 기장 교단의 여성 총대 비율은 9.3%에 달한다. 감리교는 10.7%에 이른다. 다른 교단은 이미 여성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 교단은 너무 뒤처져 있다. 총대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교회 내 여성 차별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여교역자들이 받는 차별은 어떤 게 있는가.

여성 목회자의 경우 담임목사로 나가기가 매우 어렵다. 청빙을 해 주는 곳도 없다. 부교역자로 사역해도 사역은 한정돼 있다. 주로 새가족부, 어린이부, 노인 학교, 문화 사역, 사회복지 관련 분야를 맡긴다. 목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교구 목회'는 여성들에게 맡기지 않는다. 20년이 흘렀지만, 변함 없다.

안수받기 전이나 후나 큰 차이가 없으니,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법과 제도를 바꾸려면 권한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권한을 남성이 꽉 쥐고 있다. 우리가 총대를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올해 여성 총대는 24명이다. 역대 가장 많은 숫자다. 하지만 전체 비율로 따지면 1.6%에 지나지 않는다. 총회에서 발언 한 번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작년에 발언에 성공(?)한 여성 총대는 1명뿐이었다.

그나마 위안 삼는 게 작년(11명)보다 늘었다는 거다. 예장통합 교인 중 여성 비율은 약 60%에 이른다. 절반이 넘는데도 총대는 1.6%밖에 안 된다. 교단 총대는 국회의원과도 같다. 작년에도 총회에 '20명 이상 총대를 보내는 노회에 여자 목사 1명, 여자 장로 1명을 함께 보내 달라'고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1명'이라도 보내 달라고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전체 노회가 66개니까, 66명을 요구하는 거다. 그래봤자 전체 총대 중 5~6%밖에 안 된다.

▲ 예장통합 여성 총대 수는 24명에 불과하다. 전체 총대 중 1.6%에 지나지 않는다. 김 목사 뒤 수많은 남성 총대들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아까 보니 서명도 받고 있더라. 반응은 어떤가.

'여성 할당제' 서명운동은 5월부터 했다. 교단 산하 7개 신학교 여자 신학생들과 함께 활발하게 서명운동을 했다. 1,053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고, 7월 초 총회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 총회에서는 내일(27일)까지 서명을 받을 생각이다. 반응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여성 할당제와 함께 총회 여성위원회 조직 개편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특별위원회로 돼 있는데, 상설위원회로 바꿔 달라고 헌의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도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서 언급했듯 교인 중 60%가 여성인데, 교회는 비민주적이고 권위적 구조를 갖고 있다. 저마다 건강하고 성숙한 교회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여성을 위한 논의는 부재하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이 교회를 빠져나가고 있다. 과거 교회 내 여성 비율은 70~80%를 차지했다. 최근 10년 사이 60%대로 떨어졌다. 사회는 양성평등으로 가고 있는데, 그렇게 발전하고 있는데, 교회는 가부장적 문화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여성들이 갑갑해하고 있다.

교회가 쇠퇴한 이유 중 남녀 차별과 가부장적 문화도 한몫한다고 본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교회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 총대 여성 할당제와 여성위원회 상설 기구 승격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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