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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38명이 죽어 나간다
[인터뷰] 자살 예방 센터 라이프호프 조성돈 교수…"교회가 자살 외면해서 안 돼"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6.09.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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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문제, 취업, 우울증 등 이유는 다양하다. 자살은 한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주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생명과 평화를 중시하는 기독교는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까.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부끄러운 일이지만, 대한민국은 '자살 공화국'이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하루 평균 38명(2014년 사망 원인 통계 기준)에 이른다. 2010~2014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평균 자살자는 29.3명이다. OECD 가입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

사망 원인 중 자살은 각종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네 번째다. 당뇨가 그 뒤를 따른다. 자살은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이 한다. 두 배 정도 높다. 20~30대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고, 10·40·50대에서는 2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살 관련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경제난, 취업, 우울증 등의 이유로 목숨을 끊는다. 최근 두 달 사이 장로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언론에 오르내렸다. 고인들은 사회에서 인지도가 높았다.

통계 결과나 사회적 현상만 놓고 보면 자살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저마다 자살이 문제라고 입을 모으지만, '그때'뿐이다. 사회에서 낙오된 한 개인의 일탈로 여기는 시선이 많다. 자살을 개인만의 문제로 이해하고 넘어가도 될까. 생명과 평화를 존중하는 기독교인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목회사회학 교수, 자살 문제에 꽂히다

9월 21일, 서울 도림동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에서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를 만났다. 라이프호프는 2013년 창립했고, 현재 조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다. 역사는 짧지만, 창립 1년 만에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는 등 성과를 올리고 있다.

독일에서 목회사회학을 전공한 조 교수는 2002년 말 한국으로 왔다. '교회가 어떤 사역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자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살이 문제다'는 지적에 멈추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지 연구했다. 자연스럽게 유가족과 자살 시도자들을 만나게 됐고, 심층 인터뷰도 하게 됐다.

라이프호프를 세우기 전에는 서울시, 수원시 '자살 예방 센터'에서 강의했다. 조 교수는 강의를 하면서 교인들을 많이 만났고, 교회도 이 일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 교수는 2010년 '자살 예방 학교'를 먼저 만들었다. 유가족뿐 아니라 목회자들을 교육해 자살 예방 강사로 키웠다. 지금까지 학교를 거쳐 간 사람만 8,000명이 넘는다.

자살하면 지옥 간다고?

   
▲ 자살 예방 센터 '라이프호프'를 이끌고 있는 조성돈 교수는 한국교회가 자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살자는 구원을 받지 못한다고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통설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독교는 자살을 '금기'시한다. 기독교인이라면 "자살은 큰 죄"라는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사실 성경에 명백하게 "자살하지 말라"고 적힌 구절은 없다. 그럼에도 자살은 어떻게 '가장 큰 죄'로 규정됐을까. 조 교수는 가톨릭 전통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톨릭 전통에 따르면, 자살은 대죄 개념에 속한다. 용서를 받지 못하는 죄이고, 회개해도 쓸모가 없다. 이 개념을 개신교가 받아들였다. 하지만 성경을 보면 자살한 사람이 지옥에 간다는 내용은 없다. 그런데 가톨릭은 2002년 자살에 대해 다른 정의를 내렸다. 교황은 '구원은 하나님이 판단할 일이다. 다만 우리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자살한 사람을 함부로 죄인이라고 규정해서 안 된다는 말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자살은 환영받거나 권장할 일은 아니다. 교리적인 문제 때문인지 몰라도 교회도 자살 문제를 외면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을 위한 '추도 예배'는 찾아보기 힘들다. 목사가 자살자를 위해 장례 예배를 집도하려 해도 교인들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도 많다.

"한 목사가 자살하신 분 장례를 치르려고 했다. 그런데 장로가 구원받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장례를 하냐며 반대했다. 어쩔 수 없이 전도사에게 부탁했는데, 장례식 첫마디가 '고인은 비록 지옥에 가셨지만…'이었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아무리 자살을 죄악시한다고 해도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유가족은 이런 문제로 상처받고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

조 교수는 자살을 죄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는 믿음도 통설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런 주장은 8년 전에도 했다. 2008년 조성돈 교수는 정재영 교수와 함께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예영)를 펴냈다. 당시 <뉴스앤조이>는 책 소개 기사를 내보냈는데, 댓글로 한바탕 논쟁이 일었다.

책에는 "자살은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질병으로 봐야 한다",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속설이 교인들뿐 아니라 목회자들에게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공포가 한편으로는 기독교인의 자살을 상대적으로 줄이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기독교인 중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이러한 경고가 하나님에게까지 버림받았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어 더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게 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기사 댓글 중에는 "자살해도 천국 갈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자살하라는 말인가?", "자살하면 천국 가니 자살 많이 하라는 주장을 하는 것인가?", "사회적인 질병을 위해서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었단 말이냐?"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아니면 자살에 대한 인식이 변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제는 과거와 같이 피를 토하는 반응은 없다. 조 교수는 얼마 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자살자가 용서받지 못한다는 건 통설일 뿐"이라고 강변했다. 어느 정도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감한다"는 댓글 하나만 달렸다. 자살이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과 망자를 함부로 논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니냐고 조 교수는 분석했다.

산 자의 '고통'

자살은 산 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연구에 따르면, 가족 중 자살 시도를 한 사람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살을 2배 더 많이 생각한다. 자살도 얼마든지 전염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유가족들이 떠안는 상처와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켜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궤도에서 벗어날 때도 있다.

   
▲ 라이프호는 2013년 창립했다. 자살한 유가족, 자살 시도자를 위로하는 한편 자살 예방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라이프호프 홈페이지 갈무리)

대전에 사는 김민규(가명·32) 씨는 3년 전, 여자 친구 A 씨의 자살로 1년 넘게 고통을 겪었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허망하게 떠날 줄 몰랐다. 김 씨는 A 씨가 숨지기 전날 밤, "잘 자, 내일 봐"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래, 내일 봐." A 씨가 보낸 마지막 문자였다. 다음 날 A 씨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가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김 씨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별일 아닐 거라 믿었다. 막상 그 친구의 죽음을 인지했을 때 앞이 보이지 않더라. 그때까지만 해도 '얼'이라는 개념조차 몰랐는데 '얼빠졌다는 게 이런 건가'라는 경험을 했다. '이게 뭐지?'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지?' '앞으로 어떻게 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너무 슬프니까 눈물도 안 나더라. 정신이 있었던 것 같은데 혼절도 몇 번 했다고 하더라."

후유증에서 벗어나기까지 1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어떻게 살았는지, 한 번이라도 웃어 본 적이나 있는지,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술을 찾았다. 밥보다 술을 많이 먹었다. 김 씨는 인생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김 씨는 상담을 받으면서 차츰 호전됐다. 살면서 상담을 받으리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효과는 있었지만,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 목회사회학을 전공한 조성돈 교수는 자살 문제가 심각한 것을 알고, 자살 예방 사역에 뛰어들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조성돈 교수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유가족과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 유가족이나 지인은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슬퍼하다가, 분노한다. 함께 있어 주고, 안정이 될 때쯤 상담을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프호프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도림감리교회(장진원 목사)에서 자살자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마음 이음 예배'를 한다. 유가족 전문 상담을 지원한다. 조 교수는 "유가족들이 움츠러들지 않고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예방만큼 효과적인 교육은 없다. 8월에는 서울시,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와 함께 제3회 청소년 생명 사랑 캠프를 진행했다. 목회자, 목회자 부인, 전도사, 사회복지사 등을 대상으로 자살 예방 교육도 꾸준히 하고 있다. 앞으로 전문가 양성 과정인 '무지개 강사 교육'을 연 4회 실시하고, 중·고등학교와 군부대, 사회복지 기관 등에서 교육할 예정이다.

마구잡이식 언론 보도 자제해야

조성돈 교수는 언론의 '자살' 보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당사자 신상과 자살 원인 등을 명시해서는 안 된다. 이는 한국자살예방협회와 한국기자협회가 체결한 보도 지침이기도 하다.

현장에서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어떻게 목숨을 끊었는지 자세히,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기사가 넘쳐난다. 조 교수는 "언론은 자살 방법을 절대 보도해서는 안 된다.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 보도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일반 언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기독교 언론도 '자살'을 다룰 때 유의할 점이 있다. 조 교수는 "자살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기독 언론이 알려 줬으면 좋겠다. 자살 여파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주고, 자살률이 높은 상황에 대해 대책을 강구하는 보도를 해 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가치관 변화가 시급"

   
▲ 1998년을 기점으로 자살률은 증가했다. 한국은 1997년 12월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2014년 기준 하루 평균 38명이 자살을 하고 있다. (통계청 홈페이지 갈무리)

IMF 이후 한국 사회는 자살률이 급증했다. 이전에는 하루 평균 18~20명 정도 자살했는데, 이제는 30명을 넘어섰다. 조 교수에 따르면, 가치관 변화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돈에 따라 생명이 오가고 있다. '돈이 없으면 죽어도 된다'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조 교수는 가치관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40대 남성 자살 비율이 제일 높다. 열심히 달리다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시기다. 회사에서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노후 불안감으로 존재 의미를 잃어버린다. 경제는 어렵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진다. 자살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황이 이런데 개인 문제로만 규정하고 말 것인가. 사회와 교회가 한 번 정도는 이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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