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성배 목사가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박 목사가 총회·재단·학교 공금 수십억을 빼돌려 40여억 원을 카지노에서 탕진한 것으로 보고, 이같이 구형했다.

박 목사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서대문 총회장과 학교법인 순총학원 이사장 등을 역임한 교단 내 실력자다. 박 목사는 지난해 12월 말 횡령·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박 목사가 신학교 교비와 수익용 재산 등 66억을 빼돌린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재판은 5개월 넘게 진행됐다. 검찰은 박 목사가 총회·재단·학교법인에 돈을 넣고 빼는 방법으로 공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아내 김 아무개 씨를 학교 직원으로 위장 취업시켜 5,000여만 원을 부당 수령하고, 학교법인 이사회 회의록도 수차례 위조한 것으로 봤다. 이사회에 기하성 여의도 측 인사들도 참여해야 하는데 배제됐다고 했다.

박성배 목사 측 변호인들은 횡령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 목사가 신학교를 살리기 위해 지인과 사채업자들에게 돈을 빌려 학교에 투자한 것이라고 했다. 박 목사 아내가 학교 직원으로 위장 취업했다는 검찰 주장과 관련해, 박 목사는 관여한 적도 없고, 모르는 사실이라고 항변했다. 이사회에 여의도 측 인사들을 배제한 것은 애당초 서로 합의한 내용으로 지금까지 아무런 이의 제기도 없었다고 했다.

▲ 박성배 목사가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공금 횡령 등으로 기소됐다. 횡령한 돈을 카지노에서 사용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박 목사는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카지노 출입했지만 도박은 안 했다" → "베팅은 했다"

9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도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검사와 박성배 목사가 카지노 도박 사안을 놓고 대질신문할 때는 긴장감이 돌았다. 아래는 검사와 박 목사가 나눈 신문 내용이다.

검사 / 가진 재산이 얼마인가?
박 목사 / 없다.
검사 / 월수입은 얼마인가?
박 목사 / 600만 원.
검사 / 정선 강원랜드에서 도박한 사실 있나?
박 목사 / 없다. 출입은 했으나 도박은 안 했다.
검사 / 베팅을 한 사실이 있는가 없는가?
박 목사 / 조금 있다.
검사 / 자금(베팅 액수- 기자 주)이 얼마 정도 되는가?
박 목사 / 얼마 안 된다.
검사 /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고.
박 목사 /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카지노를 출입한 자체를 문제 삼지 말고, 그 돈이 어디서 나왔고, 내가 횡령한 근거가 뭔지 집중적으로 조사해 달라. 분명히 (도박은 안 했다)고 대답했다. 자료를 제시하라. 내가 정선 카지노에서 얼마나 잃었는지 자료를 제시해라.
검사 / 피고인이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사용한 수표가 70여억 원이다. 2011년부터. 그런데 피고인이 받아온 수표는 30여억 원뿐이다. 40억 원이 빈다. 그것만 해도 피고인이 도박을 했다는 증명이 되는 게 아닌가.
박 목사 / 분명히 (도박)하지 않았다.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카지노에 간 것이다. 돈 대신 칩으로 넘겨줬다.
검사 / 사채업자한테 칩을 넘겨줬다? 칩으로 돈 갚는 경우도 있는가?
박 목사 / 거기는 그렇게 한다.
검사 / 진짜 이상한데?
박 목사 / 이상하면 검사가 직접 출입해 봐라. 왜냐하면 거기 사채업자 사람들이 세금을 면제하기 위해 돈을 안 받는다. 칩을 건네주면 자기들이 수표로 바꾼다.
검사 / 처음부터 수표로 받으면 되지 않는가.
박 목사 / 세금을 면하기 위해서 그렇다.
검사 / 어떻게 정선 카지노에서 돈 빌릴 생각을 했는가.
박 목사 / 학교를 세우고 돈이 필요했는데, 그쪽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고 밑에 후배가 그러더라.
검사 / 카지노에서 돈 빌릴 때 뭘로 담보했는가.
박 목사 /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담보 없이 했다.
검사 / 지금까지 빌린 돈이 얼마인가?
박 목사 / 꽤 많이 빌렸다.
검사 / 수십억 되는가?
박 목사 / 그렇다.
검사 / 몇 십억이나 되는 걸 담보도 없이 빌려주는가?
박 목사 / 신용이다.
검사 / 사람을 어떻게 믿고 빌려주는가?
박 목사 / 그 사람들은 (빌려주는 사람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다.

증인 신문까지 겹치면서 공판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재판장이 15분 정회를 선언했다. 법원 복도에서 서성이던 박 목사를 만났다. 검사와 한바탕 설전을 벌인 박 목사는 위축되지 않은 표정이었다. 기자는 "도박을 한 적 없다고 해놓고, 조금 전 신문에서 베팅을 하긴 했다라고 말을 바꾼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박 목사가 큰소리로 말했다.

"도박이란 게 뭔가. 수백만 원, 수천만 원씩 해야 도박 아닌가. 5만 원어치 한 게 도박인가. 검사가 그런 식으로 유도한 거다. 나는 (이 건으로) 압수수색을 두 번이나 받았고, 특수부에도 끌려갔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가. 기자가 아는 것처럼, 두 발로 걸어 나왔다."

▲ "카지노에 출입은 했지만, 도박은 하지 않았다"던 박 목사는 검사 신문에서 "베팅은 했다"고 말을 바꿨다. 돈을 빌리기 위해 카지노를 수차례 찾았다고 진술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박성배 목사 "선처해 달라"

기세등등했던 박 목사는 검찰 구형과 함께 태도가 바뀌었다. 검사는 돈을 빌리기 위해 카지노에 갔다는 주장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검사는 "피고인은 2011~2014년도까지 카지노에서 무려 70여억 원의 자기앞수표를 사용했다. 그런데 회수한 돈은 30여억 원에 불과하다. 40여억 원이 공중으로 붕 떴다"고 지적했다.

검사는 앞서 집행유예를 두 번이나 받고도 박 목사가 동일한 죄를 저질렀다며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피고인들이 믿고 있는 하나님‧예수님이 이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면, 다 아시겠죠. 다 아실 겁니다.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반드시 실형을 선고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변호인석에 앉아 있던 박성배 목사가 최후진술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 목사는 재판장에게 선처를 구한다고 짧게 말했다.

"교육 사업에 손댄 것이 70 평생 살면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인 것 같습니다. 약 200억 원을 운용했는데, 잘못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선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서는 박 목사에게 심경을 물었다. 박 목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떳떳하다", "목회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배 목사 선고 공판은 10월 21일 열린다.

▲ 검찰은 돈을 빌리기 위해 카지노를 수차례 찾았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피고인이 믿는 하나님과 예수님이 재판을 지켜봤다면 다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법원을 나서는 박 목사(오른쪽)의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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