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온유한 변증. '온유'와 '변증'은 어색한 단어 조합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독교에서 변증은 '방어', '변호' 의미가 강하다. 기독교 신앙이 없는 사람에게 기독교 교리를 논리적으로 수호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일종의 논박,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싸움 같아 보인다. "오늘날 변증은 하나님이 존재하시고 세상에 개입하신다는 증거를 둘러싼 무슨 격투처럼 되었다."(9쪽) 이런 변증에 '온유함'을 더할 수 있을까.

달라스 윌라드 <온유한 증인>은 제목 그대로, 통상적인 변증에 대한 정의를 뒤엎는 책이다. 그는 예수의 제자라면 온유한 증인으로서 온유하게 변증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단순히 믿지 않는 사람만이 아니라 회의와 의심으로 갈등하는 기독교인도 변증 대상이라고 지적한다.

"성경적 변증이란 성령께 복종하는 가운데 우리의 타고난 사고력을 최대한 바르게 사용하여,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속에서 믿음으로 힘차게 살아가지 못하게 막는 회의와 문제를 없애는 일이다." (46쪽)

▲ <온유한 증인 - 이 책은 변증의 참된 모범이다!> / 달라스 윌라드 지음 / 윤종석 옮김 / 복있는사람 펴냄 / 204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 강동석

이 책에 따르면, 변증은 이웃 사랑의 한 형태다. 기독교인이라면 마땅히 변증이 필요한 사람을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로까지 나아가도록 인도해야 한다는 말이다. 변증에서 중요한 것은 회의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말 기술에 있지 않고 행동에 있다는 지적이다. 논리적 설복만으로는 참된 믿음을 일으키지 못한다.

기독교인이라면 (예수께서 그러하셨듯이) 논리적 수사나 언변으로 상대방을 설복하는 게 아니라, 온유한 증인의 삶을 드러내어 회의하는 기독교인을 감화하고 위로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 변증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말싸움에서 승리한다고 상대방이 가진 회의가 절로 없어지지 않는다. 다음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 대한 유진 피터슨 목사의 코멘트가 그 의미를 잘 보여 준다.

"내가 자라난 기독교 문화에서는 '믿음의 변호'에 성경이 무기로 사용되었다. 누구든지 나의 믿음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적으로 취급당했다. 그러던 내가 성인이 되어 달라스 윌라드를 접하게 되었다. 한없이 온유하고 정중한 그는 우리 세대의 변증을 바꾸어 놓았고, 그리하여 우리 중 많은 사람이 '검과 방패를 내려놓았다.'" - 유진 피터슨

기독교인 스스로 '온유한 증인'으로 변증의 자리에 서야 한다는 것.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인식일 수 있다. 달라스 윌라드가 끌어오는, 변증을 이야기하는 대표적 성경 구절 베드로전서 3장 15절에서 이를 잘 알 수 있다.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고."(벧전 3:15) 하지만 이런 인식은 대부분 행태를 보건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변증에 관한 실천적 저술

베드로전서 3장 15절에서 '온유'와 함께 '두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하다. 이 구절에서 말하는 두려움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과 연결된 개념이다. 다른 이들 앞에 서기 전에 먼저 하나님 앞에서 '온유한 증인'으로 바로 서야 한다는 말이다.

"궁극의 변증은 하나님나라의 자원으로 살아가는 개인의 삶이다"(148쪽), "궁극의 변증-곧 회의를 없애는 궁극의 방법-은 신자가 하나님과 교류하는 삶 속에서 믿음으로 행동하는 것이다"(174쪽)라고 그가 말하는 이유다.

<온유한 증인>은 기본적으로 변증의 기초를 닦는, 변증 자세에 주목하는 책이지만 변증의 실제도 함께 다룬다. 다만 얇은 분량 안에서 '믿음과 이성', '하나님과 인류의 소통', '고통과 악의 문제',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과 행동' 등 무게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내용이 축약되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많다.

책 내용을 정리해 엮은 사람은 달라스 윌라드의 딸 레베카 윌라드 히틀리다. 본래 <온유한 증인>은 아버지인 달라스 윌라드와 그녀가 함께 집필하기로 예정돼 있던 책이었다. 하지만 집필 도중 달라스 윌라드가 암 진단을 받고 소천했기 때문에 레베카 윌라드는 아버지가 남긴 여러 문서와 녹음테이프, 논문 등을 가지고 내용을 정리했다. 갖춰져 있던 뼈대에 살을 입혔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점이 감동적으로 다가오지만, 단점이기도 하다는 판단이다.

일장일단이 존재하지만, 변증의 모본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온유한 증인>은 의미 있는 책이다. 일부 기독교인들에게는 진부할 수 있지만, 또 다른 기독교인들에게는 적실한 도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존 오트버그 목사(멘로파크장로교회 담임), J. P. 모어랜드 교수(탈봇신학교 철학과)의 추천사가 이 책이 가진 함의를 잘 드러내고 있다.

"달라스 윌라드가 생각하는 변증은 혁명적이다. 지적으로 더 철저하면서도 지금까지 이 주제에 대해 내가 보았던 그 무엇보다도 더 실천 가능하고 겸손하며, 성품과 맞물려 있다. 그가 기술하는 내용은 예수께서 실제로 보이신 행동이다." - 존 오트버그

"이와 조금이라도 비슷한 책을 본 적이 없다. 윌라드는 어떤 이슈든 아무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관점에서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변증의 핵심 이슈들에 대해서도 늘 마찬가지다. 그의 변증은 목양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 영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터득해야 할 실천적인 필독서다." - J. P. 모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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