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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성범죄, 한국교회서는 범죄도 아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반복되는 목사 성 문제 해결 방안 모색 위한 포럼 개최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6.09.20 15:43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최근 처조카에게 성폭력을 가한 목사가 세간에 알려졌다. 목회자 성범죄는 이제 하루가 멀다 하고 지면을 채우는 흔한 뉴스가 됐다. 반복되는 목회자 성범죄. 그동안 교회는 교회 내 성폭력 문제에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방인성·박득훈·백종국·윤경아)는 9월 19일 '교회 성폭력 이젠 교회가 응답할 때'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교단별 헌법 구조를 살펴보며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들이 왜 처벌에서 자유로운지 짚었다. 해외에서는 목회자 성범죄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소개하고, 다양한 사람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었다.

   
▲ 교회개혁실천연대는 9월 19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교회 성폭력 이젠 교회가 응답할 때'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 뉴스앤조이 이은혜

교단 헌법 보니…성범죄는 범죄 아니다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는 대부분 교단 권징 조례가 범죄 내용을 포괄·추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채영남 총회장)이나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전용재 감독회장)가 그나마 범죄 항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성범죄와 관련한 부분은 없다.

강 변호사는 최근 감리교에서 '부적절한 결혼 또는 부적절한 성관계(동성 간의 성관계와 결혼을 포함)'이라는 치리 조항을 신설했는데, 이는 성범죄와 결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성범죄와 관련해 교단 차원에서 조사를 시작해도 가해자인 목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교단 재판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사회 법정에서는 피해자 진술을 중요한 증거로 보는데, 교단 재판에서는 성범죄와 관련해 유독 '엄정한' 물질적 증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재판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거의 남성으로 구성되는 점도 문제로 봤다.

강 변호사는 피해자에 대한 공감 없이 진행하는 재판에서 교회 또는 교단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2차 가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병욱 목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노회에서 재판받을 때, 재판국원은 전원 남성이었고 이들은 피해자 진술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을 다시 소환하려 했다.

   
▲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는 각 교단 헌법에서 성범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소개했다. 성범죄를 명시하고 있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교회 내 성범죄를 살펴보면, 목사 지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목사 성범죄에 형법 제302조가 규정하는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이 적용되는 이유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성범죄 발생 당시 직접적인 폭행과 협박이 없었어도 피해자가 '반항이 현저하게 곤란한 상태'라는 점을 인정해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가 있다.

강문대 변호사는 목사와 교인 사이는 위계가 존재하는 특수 관계임을 알리는 예방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목회자들이 '성범죄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며, 모든 목회자가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교회라고 성범죄 없을까

개혁연대 김애희 국장은, 해외 교단은 목회자 성범죄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김 국장이 소개한 교단은 미국장로교회, 미국연합감리교회, 독일개신교회, 캐나다연합교회다.

미국 교회는 철저하게 피해자 위주 매뉴얼을 구축했다. 교단 홈페이지에 비밀이 보장될 수 있도록 따로 제보 창구를 마련했다. 더불어 무료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교단 소속 목회자·직원이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교단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교단은 책임 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예방 교육도 노회(연회) 차원에서 철저하게 진행한다.

   
▲ 김애희 국장(교회개혁실천연대)은 사역자 성 문제에 해외 교단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자세히 소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애희 국장은 미국연합감리교회 헌법은 목사와 교인 사이 성관계는 위계에 의한 것임을 별도로 설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위계에 의한 성관계는 아무리 피해자가 동의했다 하더라도 처벌이 가능한 범죄다. 김 국장은 교인과 목회자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차원에서 이런 부분까지 설명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봤다.

독일개신교회도 교단 홈페이지에서 성범죄와 관련한 제보 및 상담 접수를 받는다. 그뿐 아니라 성범죄는 비밀 유지 의무에서 제외된다. 범죄를 저지른 목회자 신상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라면 수사기관에 반드시 제보해야 한다.

캐나다연합교회는 예방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1년에 한 번 교회에서 급여를 받는 모든 교역자 및 직원은 연회에서 주관하는 예방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한두 시간이 아니라 3일간 교육을 받게 한다.

한국교회 만연한 여성 차별부터 극복하자

한국교회에 목회자 성범죄가 많은 이유는 여성 차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홍보연 목사(감리회 선교국 양성평등위원회 공동위원장)는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전했다.

"얼마 전 감리교 여교역자 수련회가 있었다. 다들 자신의 성추행 경험을 말했다. 남의 경험이 아닌 자신의 경험이었다. 교회에서 성추행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교회에 만연한 여성 차별이 성범죄를 만든다. 성범죄는 성차별 구조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한다. 성차별을 극복하지 않으면 근절할 수 없는 문제다."

   
▲ 홍보연 목사(감리교 선교국 양성평등위원회 공동위원장)는 한국교회에 만연한 여성 차별을 극복하는 것이 목회자 성범죄에 대처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최유진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최 교수는 한국교회가 지나치게 남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단 총회에서 의사 결정하는 이들은 대부분 남성이고 여성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신학교에서도 여성신학 또는 양성평등 교육이 부재하다. 한국교회 교인 60%가 여성이지만 여성이 내는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권대원 집사는 전병욱 목사 재판 과정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삼일교회에서 전병욱 목사 문제가 불거졌을 무렵, 청년들을 모아 놓고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또 다른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이전에 접수된 내용과 비슷한 패턴이었다. 이런 내용을 노회 재판할 때 접수했지만 피해자 진술, 증언 다 무시됐다. 재판국에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강문대 변호사는 노회 혹은 총회 재판을 비전문가인 목사들이 맡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애매한 교단 헌법 규정, 같은 교단 혹은 신학교 출신으로 이어진 인맥에서 파생되는 문제도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성범죄만큼은 외부 기관에 조사를 맡기고 보고서를 받은 후 이에 근거해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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