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교인 이름도 서로 모르는 대형 교회를 떠나 작은 교회를 꾸리자고 꼬시는 책 <닭장 교회로부터 도망가라>(홍성사). 1년 만에 후속작 <나사렛 선언>이 출간됐다.

전작에서 작은 교회 필요성을 논하는 실제적인 이야기가 나왔다면, <나사렛 선언>은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을 소개한다. 특히, 저자 정용성 목사(풍경있는교회)는 예수의 고향이자 정체성의 핵심인 '나사렛'에 집중한다. 그래서 책 제목도 나사렛 선언이다.

나사렛은 전작에서도 언급됐다. 작은 교회가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죽기까지 복종하셨던' 나사렛 예수를 근간에 둔다고 설명한다. 예수는 변두리인 나사렛에서 태어나 30년간 생활하면서 주류 가치관과 흐름을 거슬러 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런 예수를 본받는 작은 교회 역시 세상 통치와 가치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한다. 구체적으로는 분립 개척, 재정 흘려보내기, 네트워크 목회, 공간 공유, 직분 장사하지 않기 등을 구체적인 실천 실례로 제시한다.

▲ <나사렛 선언> / 정용성 지음 / 홍성사 펴냄 / 200쪽 / 1만 1천 원 / 

<나사렛 선언>에서는 나사렛이 의미하는 바를 살펴본다. 구약(이사야, 예레미야, 학개, 스가랴), 유대교, 신약에서 '나사렛' 용례를 하나씩 톺아본다. 정용성은 다양한 '나사렛' 단어 의미에서 '가지'라는 맥락을 뽑아 이야기를 풀어 간다. 구약 이사야에서 가져온 가지의 뜻은 이렇다.

"이사야 11장에 나오는 '가지'는 그루터기만 남고 잘려진 나무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이 구절의 자연적 의미는 완전히 새로운 출발이다. 미래의 이상적인 왕은 현재 유다 왕의 혈통이 아닌 다윗 왕조가 기원된 이새로부터 다시 파생될 것이다. 약하고 작지만 자라서 온 세상을 덮을 것이다. 이것은 가지인 메시아를 통해 이루실 하나님나라에 대한 이사야의 전망이다." (54~55쪽)

신약으로 넘어가 보자. 나사렛 예수는 무엇을 뜻할까. 저자는 '나사렛 선언'에서 의미를 발견한다. 나사렛 선언은 누가복음 4장 16~29절에 나온다. 예수가 나사렛 회당에서 이사야 61장 1~2절을 낭독하고 "이 글이 오늘 너희 귀에 응하였느니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이는 예수의 공식적인 데뷔 메시지로, 하나님나라의 복음, 예수의 사명, 정체성을 알려 주는 중요한 사건이다.

본문에도 나타나듯, 예수는 자기 정체성을 가난한 사람에게 복되고 좋은 소식을 전하는 사람으로 설정했다. '가난한 자'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지만, 저자는 빈곤에 허덕이는 자로 본다. 구약에도 가난한 자는 토지 상속권을 박탈당한 자, 자신의 땅을 떠나 광야를 배회하는 이스라엘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였다. 성경은 이스라엘의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희년'을 선포하기도 했다.

나사렛 선언은 이런 맥락에서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힘없는 자와 힘 있는 자, 아이와 독사, 송아지와 어린 사자가 싸우지 않고 서로 어울려 지낸다는 점을 강조한다. 생존경쟁이나 약육강식이 아닌 공생과 평화와 의가 지배하는 세상을 이상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예수가 나사렛 선언으로 하나님나라를 열었다고 보았다. 하나님나라는 가난한 사람만을 위한 건 아니다. 지금까지 배제돼 온 자를 부르지만 가난한 자와 함께 살려는 기득권층도 무대로 초청한다.

책 막바지에서는 교회에 적용할 수 있는 가치를 제안한다. 경쟁으로 신분 상승을 추구하지 않는 '새로운 명예', 도둑질이나 사기, 물물교환 대신 보상을 바라지 않는 '경제생활', 가난한 자와 장애인, 세리, 죄인을 성전에서 배제하는 '정결법' 대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교제',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소그룹 운동' 등이다. 저자는 나사렛 예수가 지닌 가치는 세상 가치를 뒤엎는 힘이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의식을 갖고 서로 공유하라

정용성은 독자들에게 문제의식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처해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질 때 비로소 창의적인 대안을 도출할(177쪽)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서로 공유하라고 권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신앙생활에 독불장군은 없고, 자수성가도 없다. 공유하지 못하는 문제의식은 독선이다. 오히려 독이 되어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고 또한 자기를 파멸시킨다. 공유가 되어야 공명을 일으키어 상호 간에 영향을 주어 동업하게 된다."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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