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년간 신앙생활한 A 씨는 가나안 교인이다. 최근 교회 탐방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을 겪었다.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뉴스앤조이>로 제보 전화가 왔다. 신앙생활 40년 차 A 집사였다. 그는 지금 4년째 교회를 찾아 헤매고 있다. 소위 '가나안 교인'이다. 20년간 예장합동 교회에 출석했다. 다니던 교회에서 문제를 겪은 후 새로운 교회를 찾아 나섰다.

경기도 고양시 삼송 신도시로 이사 와서는 집 주변 교회를 탐방하기 시작했다. 여느 사람들처럼 교회 분위기, 설교, 주변 사람들 평가를 기준으로 여러 교회를 다니며 관찰하는 중이다.

그렇게 교회를 탐방하던 A 집사는 최근 속상한 일을 겪었다. 삼송제일교회(정대운 목사)와 참좋은교회(나대현 목사)에서 생긴 일이다. 한 곳은 2년 전, 또 다른 한 곳은 지난 주일에 방문했다. 두 교회는 약 800m 거리에 위치한 '이웃 교회'다.

한국교회, 세습하고도 창피해하지 않는다

처음 방문한 삼송제일교회.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이었다. 외국인 목사를 초빙해 며칠간 교회에서 강의를 진행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건물도 웅장했고 벽에는 칼뱅 초상화가 붙어 있었다. 복음성가를 부르지 않고 폐회송으로 십계명에 곡을 붙인 노래를 불렀다. 청교도 사상을 강조하는 게 신선했다. A 집사는 목사가 설교에서 복음과 거룩을 강조했다고 했다.

주보를 봤다.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성이 같았다. 예배가 끝나고 교역자에게 교회를 물려받은 것이냐고 물었다. 청교도를 강조하면서 세습해도 괜찮냐고 질문했다. 상대는 교인이 허락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답했다. A 집사는 부아가 치밀었다. 설교에서는 거룩을 말하는 목사가 세습에 별 문제의식이 없다는 게 화가 났다.

참좋은교회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으로, 담임목사가 40대 초반이었다. 목사는 설교에서 기독교 목사가 이슬람 이맘과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며 혼합주의라고 비판했다. 주보를 확인하니 여기도 담임목사와 원로목사의 성이 같았다. 나오면서 원로목사와 담임목사가 가족 관계냐고 물었다. 맞다는 답이 돌아왔다. A 집사는 성결을 강조하는 교단에서 세습이 가능하냐고 한탄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A 집사는 교회 세습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아버지 목사가 일군 교회 자본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목회 초기부터 자본과 교인 수를 확보해 안정감을 채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큰 교회는 그렇다 치고 이제는 작은 교회마저 세습하는 분위기인 거 같아 속상했다.

한국교회가 창피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혼합주의라고 비판하고 거룩을 말하는 게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졌다. 북한과 유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후 삼송제일교회와 참좋은교회에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 A 씨는 의아했다. 신도시로 들어온 교회 두 곳이 세습 교회처럼 보였다. 해당 교회에 연락을 했다. 두 교회 중 한 곳은 세습인지 아닌지로만 판단하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세습이냐 아니냐로만 보면 억울하다

교회 입장은 어떨까. 삼송제일교회 정대운 목사와 통화를 했다. 정 목사는 통화 후 기자에게 A4 세 장 분량으로 답변과 질문을 보내왔다. 정 목사는 세습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담임한 교회는 아현제일교회로, 재개발이 되면서 문을 닫았다고 했다. 아버지가 맨땅에서 개척했고 자신은 아버지를 도와 청춘을 바쳐 교회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재개발로 아현제일교회를 정리하면서 재정이 생겼고, 그 돈으로 자신이 2013년 삼송에 교회를 개척했다고 말했다. 교인 2/3가 찬성을 했고 교리나 법을 어긴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후임 목사가 될 때, 교회 세습이 큰 이슈였지만, 당시는 개척 분위기여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공정한 게임이 아닐 수 있지만 자신은 20~30년 동안 교회에 있으면서 교인들에게 검증받은 것이라 말했다.

정 목사는 세습이냐 아니냐라는 흑백논리만으로 재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습하지 않았지만 문제가 생기는 교회도 있기 때문에, 세습만이 유일한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버지가 지하실에서 힘들게 목회하다가 뉴타운 때문에 신도시로 옮기게 된 건데, 그 부분은 보지 않고 교회가 성장하니 세습했다는 점만 말하면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참좋은교회와도 통화했다. 나대현 목사는 아버지가 원로목사지만 세습은 아니라고 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인 자신과 달리 아버지는 장로교 출신 목사라고 설명했다. 아버지는 주보에 이름만 올렸을 뿐, 월급은 따로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개척한 교회를 물려받은 게 아니고, 주보에 명목상 원로목사로 올렸다는 주장이다.

아버지는 원래 빈민가에서 사역했고, 재개발로 교회 문을 닫게 됐다고 했다. 참좋은교회는 자신이 상가에서 개척한 교회라고 말했다. 나 목사는 교회 상황을 '아름다운 동행'이라 지칭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울 때 아버지가 대신 설교하며 도운 거지 대형 교회 같은 세습 문제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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