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서 말 못 할 고민을 혼자 품고 병들어 가는 청년이 많다. 내면에 있는 상처와 관계 문제로 도움이 절실한 청년에게 어떻게 손을 내밀어야 할까?

김세준 대표(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와 제2기 기독 청년 치유 성장 아카데미를 준비하는 청년들의 특별 좌담회가 9월 11일 일요일 양재동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에서 열렸다.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 주최로 열리는 기독 청년 치유 성장 아카데미(이하 청년아카데미)는 9월 25일 개강을 앞두고 있다.

'상처에서 사명으로'라는 표어를 내걸고 강의와 액션 메소드 기법을 활용하여 건강한 개인, 주체적인 신앙인으로 서는 법을 교육한다. 아카데미 등록은 페이스북 페이지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 또는 기독 청년 치유 성장 아카데미, 카카오톡 아이디 'kimw712'로 연락하면 된다.

이번 좌담은 개강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청년 스탭의 활동을 점검하고 아카데미 교육 내용과 필요성을 되짚어 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1시간 30분 동안 이뤄진 청년들과 김세준 교수의 대화를 최대한 현장성을 살려 요약해 소개한다.

▲ 9월 11일, 김세준 교수와 청년아카데미를 준비하는 청년들의 특별 좌담이 있었다.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

주체적인 사람이 건강한 선택 할 수 있다

정하영 : 청년아카데미를 홍보하다 보니 주체적인 신앙의 의미를 설명할 때 어려움을 겪습니다. 주체적인 신앙, 주체적인 사람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김세준 교수 : 옛날에는 목사, 부모 등 윗사람에게 무조건 의존하는 신앙이었어. 어떤 장사를 해야 하는지, 누구랑 결혼할지 다 목사님한테 다 물어봤다고.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잖아. 주체적인 신앙이라 함은 내 신앙을 가지고 어떤 것을 선택하고 삶을 꾸려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지. 그 힘을 키워야 하는 것이고. 이 훈련이 된 사람은 타인에게 적절히 의존하고 또 선택이 자연스럽게 잘 이뤄지지. 훈련을 받지 않으면 단지 불안하다는 이유로 윗사람의 지식이나 신앙에 모든 것을 의존하게 돼.

송진혁 : 주변에 이런 사람도 있어요. 스스로 결정하는 것마다 실패를 해서 누군가에게 물어봤는데 성공하니 '아, 나는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사람이다. 내가 결정하면 매번 실패한다. 그러니까 나는 다른 사람의 지혜를 구해 행동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요.

김세준 교수 : 무언가를 선택할 때 영적인 지도자에게 물어볼 수도 있고 어느 분야 전문가에게 물어볼 수도 있잖아. 이게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이지. 아무것도 묻지 않고 혼자 하다가 이제는 계속 물어보면서 하겠다, 이건 편향적이고 극단적인 것이지. 주체성 훈련도, 상황을 인식하는 훈련도 안 되어 있으니 계속 망하는 거야. 그 훈련이 됐다면 한 번 망하고 두 번 망하고 세 번 망하더라도 그 실패에서 얻는 게 있어.

김선애 : 하지만 보통 결정을 못하고 주위에 묻는 건 책임이 무겁거나 두렵기 때문 아닌가요?

김세준 교수 : 건강하게 질문할 수 있어. 비율 문제인 거야, 균형을 조절하려고 자문을 구하는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책임을 지는 게 불안해서 남에게만 의지한다면 잘못된 것이지. 건강한 사람은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고 건강한 영향을 일으킬 수 있어. 외형적으로 물어보고 안 물어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먼저 내가 건강한 사람이어야 해. 주체적인 사람이 되어야 물어보든 안 물어보든 결정할 수 있는 것이지.

최새롬 : 아카데미 교육 내용을 보면 주체성과 자발성이란 단어가 나와요. 이 둘의 차이가 뭘까요?

김세준 교수 : 주체성은 나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고, 자발성은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에너지야. 주체성이 있어야 자발성이 올라오는 거지. 주체성이 없고 자발성만 있다? 그건 뽕을 맞았거나 술을 너무 많이 먹었거나 남이 뛰니까 막 뛰는 거야. 주체성이 있고 자발성이 없으면 일은 해. 그런데 새롭게 뭔가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은 없어.

인간 이해 없이 당위만 얘기하면 청년들 망가져

김세준 교수 : 성경은 딱 정답, 결과만 나와 있어. 과정은 안 나와. 성경에 얼마나 많은 용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근데 살면 살수록 용서가 쉽냐? 그 다음에 많이 나오는 것이 감사에 대한 이야기야. 삼시 세끼를 챙겨 먹어라, 공기를 하루에 100톤 마셔라 이런 거 성경에 안 나오잖아. 왜? 안 배워도 그냥 하는 거니까. 그런데 왜 용서, 감사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많이 나올까? 안 되니까! 그러니 이렇게도 설명하고 저렇게도 설명하고. 그런데 그렇게 설명해도 안 되는 걸!(일동 웃음)

요셉이 형제들을 용서하기까지 과정을 봐. 고통스러운 형제들과 떨어져 있었어. 이방인들의 노예 생활을 해. 근데 고소를 당해서 감옥까지 가. 바닥에 기잖아. 이것을 고생으로만 생각할 것이냐 훈련의 기간으로 생각할 것이냐, 이게 다르다는 것이지.

여러분의 삶을 훈련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거야. 먼저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사람에게서 떨어져 배우는 기간이 필요해. 그래서 날 힘들게 하는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큰사람'이 되어야 해. 그런데 그런 과정 없이 전도사나 목사님이 당위적인 것만 이야기했다가는 청년들이 망가질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거야.

김선애 : 맞아요. 그렇게 얘기하면 반발심만 일어나요. 그거 내가 몰라서 묻는 거 아니잖아. 안 되니까 묻는 건데 당위적으로 '그렇게 해야 돼' 하면 어떻게 하라고. 그럼 불편하면 잠깐 안 봐도 되는 건가요?

김세준 교수 : 당연하지. 원수를 사랑하려고 하지 말고 피해라. 내가 항상 그렇게 얘기하잖아. 원수를 사랑하려고 하다가 망가져.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많은데 거기다 인생을 다 버려. 그건 인생의 낭비야. 이건 내 생각이야. 되지도 않는 세뇌 교육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교회 교육 방법을 나는 타파하겠다는 얘기야.

한경혜 : 그런데 저희가 지향해야 하는 건 말씀이고, 말씀에서는 죄인들을 사랑하라고 하잖아요. 자기를 사랑하는 자만 사랑하면 우리가 칭찬받을 게 무엇이냐, 죄인들도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런 말씀에 비춰서 보면 나에게 원수 같은 사람도 사랑해야 한다는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가는 게 올바른 방향 아닌가요?

김세준 교수 : 사랑하기 위해서 멀어져 있어야 하고 훈련받아야 하는 거지. 훈련 없이 말씀에 의거해서 사랑하다가 인생이 힘들어진 사람이 한두 명이야? 말씀에 의거해서 오른손이 범죄하니까 손목을 찍어 버려라 그래서 도끼로 확 찍은 사람 있어. 눈이 범죄하니까 뽑아내라 해서 뽑아낸 사람 있다고. 상식을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해. 내면에 안정감이 있어야 말씀을 건강하게 볼 수 있는 거야.

송진혁 : 연장선에 있는 질문인데 얼마 전까지도 저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모태신앙이다보니 집에서도 교회에서도 세뇌 교육을 당했어요. 넌 착해야 해. 전도사니까 이만큼 해야 돼. 그러다 지난 아카데미를 듣고 조금씩 제 모습을 바꾸려고 하고 있어요. 무리한 부탁이 들어오면 전에는 힘들어도 억지로 다 수용을 했는데 지금은 거절하는 연습을 해요. 그런데 바꾸려고 하는 그 모습이 저한테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힘든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거절하면서 스스로 받는 스트레스 중에 어떤 게 나쁜 건지, 어떤 게 나의 모습인지 헷갈려요.

김세준 교수 : 헷갈리는 단계지. 네 아들이 그러고 있다고 생각해봐. 착해서 남이 부탁하는 거 다 들어주고 있으면 너는 아들한테 뭐라고 할래? 착하다 착하다 해줄래? 다 들어줘야지! 이렇게 말할 거냐? 뭐라고 할 거야?

송진혁 : 거절할 건 거절하라고.

김세준 교수 : 그게 너 자신에게 하는 말이야. 거절하는 것을 안 배웠으니까 불편한 거지. 익숙하지 않으니까. 다 받아 주었던 익숙한 모습은 너에게 유익한 것일까? 아니지. 단지 습관처럼 편할 뿐이야. 그렇게 가다 보면 네 인생이 없어져. 결혼하면 아내한테 버림받고 자식한테 버림받아. 우리 아버지는 남한테는 좋은 사람인데 가족에게는 안 좋은 사람, 이렇게 되어 버린다고. 가족에게 가장 안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어.

김희선 : 맞아요. 이번에 교수님과 목회자 가족 수련회 갔을 때 그런 경우를 정말 많이 봤어요.

김세준 교수 : 그래. 다 같은 이야기야. 애들이 망가지는 지름길이지. 그런데 아버지가 직업 때문에 그럴 수도 있잖아. 어떻게 그 균형을 찾느냐 문제야. 그런데 보통 이렇게 생각을 안 해봤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가르쳐야지. 이거 봐. 배울 게 얼마나 많아? 전도사 목사도 다 신학만 배웠지 이걸 안 배웠잖아.

건강한 교회가 되려면 상식과 영적인 것 같이 가야

김영수 : 인간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는데 교회, 개인, 사업가, 직장 등 적용할 부분이 다 다르잖아요. 설득을 할 때도 이 사람에게 중요하고 좋을 만한 이야기를 해 줘야 되는데 '사람을 모르면 힘들다,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저는 이런 펑퍼짐한 이야기만 하고 있더라고요. 각 분야별로 인간 이해가 왜 필요한지, 구체적인 상황 적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고 싶어요.

김세준 교수 : 그건 한 학기 수업 분량이야. 하나를 물어봐야지. 너는 이만큼을(두 손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물어봤어. 도대체 어디까지를 얘기해야 해. 질문 자체가 펑퍼짐하다!(일동 웃음)

기업하는 사람에게 설명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일꾼이 한 명일 때는 사장과 종업원, 단둘의 인간 관계야. 근데 종업원이 20명이 되고 30명이 되면 그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게 되어 있어. '내 지도력을 따르라'는 이야기만으로 안 된다는 거야. 그럴 때 그들이 관계 맺는 훈련을 받지 않으면 그 기업이 발전할 수 없어. 인간 이해를 통한 관계 훈련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 이게 지금 모든 기업체에게 가장 필요한 거야.

김영수 : 교회에서 이야기를 하면 인간 이해 좋지, 그런데 한계가 있다고 말해요.

김세준 교수 : "인간 이해 다 좋은데, 우리 교회는 말씀 위주고 영적인 것 위주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에 몰입을 못 한다." 보통 사역자들이 이렇게 말하지. 그럼 나는 이렇게 얘기해. 우리가 안 하니까 신천지가 다 해 먹지 않냐. 신천지가 복음을 전하냐? 아니야. 심리학적으로 접근해. 내 자식인데 부모가 사랑을 안 주니까 저 옆집에 가서 사랑을 구걸하고 있어. 그럼 반성을 하고 데려와야지! 그런데 아무도 그렇게 안 하고 있잖아. "그 부모는 네 진짜 부모가 아니다." 이것만 외치고 있잖아.

정하영 : 와, 진짜 와 닿는 비유예요. 감탄했어요.

김세준 교수 : "거기는 네 생부모가 아니야! 우리 부모가 여기 있는데 왜 거기 가 있어!" 하지만 얘는 거기가 좋은데 어떻게 해? 사역자들이 부끄러워해야 해. 너희들이 못해서 거기 가 있는 거 아니냐. 하지만 생각해 봐. 교회가 사역자 것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사역자만의 문제가 아니야. 우리 전체 문제지.

김영수 : 그러면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추어야 하는 걸까요?

김세준 교수 :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의 지식이 있느냐 이 말이지. 영적인 것에 대해서는 많이 아는데 왜 와이프랑 대화도 못해? 네 자식이 아픈데 왜 못 알아먹어?

김영수 : 설교를 듣다 보면 우리가 성장해야 한다, 사랑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은 많은데 이 말을 실행하는 과정은 엄청나게 길고 디테일하잖아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김세준 교수 : 그래서 우리가 청년아카데미 하는 거잖아.(일동 웃음)

교회든 어떤 공동체든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바로미터가 있어야 한다는 거지. 상식적인 게 뭐야? 인간관계 맺는 거, 대화하는 거. 결혼할 때 문제 생기지 않는 거. 직장에서 대화하는 거. 왜 상식적인 걸 안 갖추고 영적인 것만 이야기하느냐는 거지.

왜 애들이 신천지에 가 있냐? 영적인 것만 강조하니까 영적인 목마름이 있는 사람들이 다 거기로 가는 거야. 부모 자식, 상식적인 관계 문제보다 그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 것이지. 건강한 교회가 되려면 상식과 영적인 것이 같이 가야지.

그런데 교회에서 영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해 놓고 별로 준 게 없어. 그럼 사람들은 더 갈급할 거 아니야. 그런데 신천지는 더 채워 주잖아. 아침부터 새벽까지 성경 공부하고 서로 간에 사랑하고 몰빵하게 하고. 히로뽕도 이런 히로뽕이 없어. 먹으면 아주 좋아. 영적으로도 좋고 육적으로도 좋고.

김광진 :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그렇게 좋은 거면 저도 한번 가서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일동 웃음)

김세준 교수 : 무엇만 잘못됐어? 주님께 안 있고 엉뚱한 사람에게 집중해 있는 게 문제인 것이지. 가정에 문제가 있고 심리적으로 힘든 청년이 더 흔들리게 되어 있다고. 이 원인을 알면 회개해도 모자라. 그런데 교회가 천하태평이야.

청년아카데미, 일상에서의 신앙 지켜 가는 사람 만드는 과정

김선애 : "옆집 부모가 더 좋은데 어쩌라고" 말하면 분명히 교회에서 예정된 대답은 "좋은 게 옳은 건 아니지"일 것 같아요.

김세준 교수 : 좋은 게 옳은 건 아닌데 좋은 것 자체를 부인하면 옳다고 사람이 몰리지는 않는다는 거지. 자,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 예수님이 옳았어. 그렇지만 가장 첫 번째는 예수님이 좋았던 거야.

처음에 사람들은 생각했지. '어디 나사렛 촌구석에서 굴러온 개뼈다귀야? 그렇지만 남들에게 없는 복음(좋은 소식)을 주니까 사람들이 "맞어, 맞어" 그랬지. 처음에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누가 알았겠어? 모든 게 그렇게 시작하는 거야.

우리가 '좋은 것'이 되어야 해. 좋은 것을 줄 수 있는 사람, 좋은 것을 줄 수 있는 교회가 되어야지. 옳은 얘기 누가 몰라? 옳은 얘기하면 졸아.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하는 삶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일동 : 맞아요.

김세준 교수 : 도와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 두 종류가 있어. 교회에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쌔고 쌨어. 청년아카데미는 그런 사람들을 돕겠다는 거야. 나는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가르쳐서 교회에 보내겠다 이거야. "위대한 신학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의 신앙을 지켜 갈 수 있는 인간으로 만들겠습니다." 그런 이야기야. 너희들이 배워서 그렇게 도와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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