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민 의원은 살수차 모니터도 규정에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회방송 생중계 갈무리)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9월 12일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애초 규정한 대로 살수차를 운용할 수 없었다고 폭로했다.

박주민 의원은 청문회 전, 이미 백남기 농민에게 발사된 물포가 정밀하게 사용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의 살수차 운용 지침에 따르면 시위대와의 거리에 따라 수압을 조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살수할 때 거리 자체를 가늠할 수 있는 장치가 없었다. 경찰은 눈대중으로 거리를 가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압도 압력을 조정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가 있었지만, 당시 경찰은 발로 액셀을 밟아 살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9월 2일 서울지방경찰청의 물포 시연을 통해, 액셀을 밟는 방식으로는 수압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 알려졌다.

게다가 박주민 의원은 청문회에서 살수차 내 모니터 설치도 규정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규격서에는 모니터 해상도는 80만 화소짜리를 설치해야 한다고 나오지만, 정작 살수차 모니터는 41만 화소였다. 규격서에 제시된 해상도의 절반 정도 성능이다.

실제로 살수차를 운용한 한석진·최윤석 경장은 당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지 몰랐다고 증언했다.

박주민 의원(박): 거리 측정도 눈대중으로 하고, 수압 조절도 감으로 하고, 모니터는 규격서에서 요구하는 화질의 절반밖에 안 되는 게 설치돼 있고, 카메라는 위치가 물줄기에서 튀는 물방울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강신명 증인에게 묻겠다. 규정을 제대로 준수할 수 있는 상황이었나.
강신명 전 경찰청장(강): 살수차는 조준해서 사격하는 무기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쏘는 것이기 때문에….
박: 위해성 장비를 사용할 상황이었나.
강: 전에 의원님의 지적이 있어서 이번에 다행히 예산이 어느 정도 나왔으니 보완하면….
박: 관측도 안 되는 상황에서 고령자가 나타났는데 제대로 가슴 이하를 겨냥해서 쏘는 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강: 그건 아니다.

▲ 살수차를 운전한 한석진·최윤석 경장은 비공개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회방송 생중계 갈무리)

실제로 당시 살수차를 운용한 최윤석 경장은 박주민 의원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박: 최윤석 증인, 민중총궐기 전날 살수차 교육받을 때, 살수차는 위험한 장비라는 내용이 있었나.
최윤석 경장(최): …최대한 안전하게 사용하라는 교육을 받았다.
박: 위험하니까 그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맞나?
최: ….
박: 위험하니까 그렇게 했을 것이다.
최: …최대한 안전하게 사용하라는 교육을 받았다.
박: 그 취지는 사람에게 함부로 쏘면 위험하니까 그랬을 거 아닌가.
최: ….
박: 증인?
최: 최대한 안전하게 사용하라고 교육을 받았고, 훈련을 받으면서 최대한 안전하게….
박: 증인은 내가 질의하는 내용을 이해 못 하는 건가?
최: ….
박: 위험하니까 조심해서 쏘라는 취지로 그렇게 교육한 거 아닌가.
최: …. 
박: …인정하는 것으로 알겠다. 위험성을 알고 있는 살수차를 쓰는데, 화질이 떨어져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모니터에, 야간에, 비 오고, 거리 측정 눈대중으로 하면서, 사람들에게 쏘면 당연히 위험할 거라고 생각했나, 안 했나?
최: ….
박: 제대로 겨냥해서 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럼에도 사람에게 쏘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나, 안 했나?
최: …특정인을 겨냥한 적은 없고 시위대 무리에….
박: 사람한테 쏘면 위험할 거라고 생각했나, 안 했나?
최: …평소 훈련을 받으면서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훈련을 받아 왔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도 경찰의 살수차 운용에 대해서 지적했다. 권 의원은 "살수차 장비가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상태였나", "살수차를 운용한 두 사람이 조심하든 그렇지 않든 기술적인 장비에 의해 안전이 담보되었는가"라고 물었으나, 강신명 전 청장을 비롯한 증인들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증인의 태도는 여야 의원 모두에게 질타받았다.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은 "경찰은 청문회 TF라도 만들어서 질문에 제대로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이 듣고 혼선이 가지 않도록 대답을 해야지"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증인이 외운 것만 답하는 것 같다. 제대로 답하도록 경고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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