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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성범죄, 더 이상 안 된다
강간 미수로 징역 산 목사도 상담소 다시 개소할 수 있다고?
  • 최유리 (cker333@newsnjoy.or.kr)
  • 승인 2016.09.08 15:41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올해 3월 유명 심리상담사가 내담자들과 성관계를 맺고 그 장면을 촬영해 지인에게 보여 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6월에는 전직 목사이자 2012년 강간 미수로 징역 선고를 받은 심리 상담 센터 대표가 여성 11명을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졌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상담계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성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범죄의 원인은 무엇이고 방지책은 없을까.

9월 7일, 한국여성심리학회 산하 여성주의상담연구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연구소 '울림', 국회의원 정춘숙 의원실이 '한국 상담가 성윤리 의식 실태와 내담자 법적 보호'를 주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로 이승욱 박사(닛부타의 숲 정신분석 클리닉), 임주환 변호사(희망제작소 객원연구위원)가 나왔다. 이 박사는 심리상담사가 지켜야 할 윤리적 측면을, 임 변호사는 법적인 문제를 설명했다.

   
▲ 최근 상담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내담자와 성관계를 맺는 일이 몇 차례 드러났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분석가 스스로 문제의식 느껴야

이승욱 박사는 최근 불거진 사건들을 설명하며 전이-역전이 개념을 짚었다. 전이란 내담자가 어린 시절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긴 억압된 감정, 해결되지 않은 소망을 성인이 되어 타인에게 재현하려는 무의식적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무식해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믿는 내담자가 지적인 분석가를 만나면 그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역전이는 분석가가 내담자에게 감정을 이입한 상태를 말한다.

전이는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분석가가 전이와 상담자-내담자 간의 의존적 관계를 악용해 성관계를 맺거나 자신에게 필요한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문제를 일으킨 상담가들은 "내담자를 돕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지만 이는 말 그대로 핑계일 뿐이다.

이 박사는 분석가가 지녀야 할 태도로 성찰을 꼽았다. 1:1로 주기적으로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상담 과정에서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분석가 스스로 자신에게 취약한 역전이가 무엇인지 살피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 법적인 절차를 논의하기 전, 분석가 스스로가 역전이를 잘 관찰하고 살펴야 한다는 이승욱 박사. ⓒ뉴스앤조이 최유리

동의하면 법적 문제 없는가

전이를 악용한 성범죄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상담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폭력 범죄로는 강간, 준강간, 강제 추행,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이 있다. 폭력, 협박, 위계 위력 유무로 죄목이 정해진다. 폭행이나 협박한 정황이 명확하면 강간죄가 성립된다.

문제는 폭행, 협박이 명확하지 않은 사안이다. 전이에 의한 성관계가 여기에 속한다. 가령 분석가가 내담자에게 "관계를 맺지 않으면 상담을 중단한다"라고 말하면, 내담자는 의존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아 성관계에 동의하기 쉽다. 미국은 피해자가 동의해도 상담사가 처벌받을 수 있지만 한국은 다르다. 성인의 경우 표면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에 법적 처벌이 어렵다.

이 변호사 이런 경우 준강간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준강간은 수면, 인사불성, 정신장애를 겪는 심신상실과 이외에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항거 불능 상태에 이뤄지는 간음을 말한다. 전이를 악용한 성범죄는 항거 불능에 가깝다. 분석가가 내담자에게 취약한 관계와 정서 측면을 노려 관계를 맺었기 때문.

항거 불능 상태를 인정받는 게 어렵지만 사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2009년 대법원은 JMS 교주 정명석 씨에게 피해 여신도들을 추행한 점을 인정해 준강간죄를 적용했다.

자매였던 피해자들은 메시아로 믿은 정명석 부름을 받아 홍콩에 갔다. 정 씨가 성관계를 맺으려 할 때 "시험하지 말라, 아프다"는 말만 했을 뿐 거절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법원은 피해자들이 정 씨를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있던 점, 아파트에 정 씨를 믿는 소수만 있던 점을 들어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 반항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결론지었다.

   
▲ "Do not harm." 이상민 교수는 내담자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해를 줄 수 있는 행동은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성범죄자가 상담소 열지 못하게 막아야

패널로 참가한 이상민 교수(고려대학교 교육학)는 성범죄를 저지른 상담사에게 엄격한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는 제재가 강력하다. 상담 역사도 길고, 문제가 된 케이스도 많기 때문이다.

미국 상담가들은 내담자와 상담 종결 후 5년간 성관계를 맺지 못하게 되어 있다. 결혼을 해서도 안 된다. 적발 시 공인 자격증 박탈로 상담을 할 수 없다. 반면 한국은 단체에 따라 2년 혹은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설 자격증이라 박탈 개념도 없다. 결혼을 해도 눈감아 주는 상황이다.

상담소 개업 문제도 있다. 현재는 법적 제재가 전혀 없는 신고제다. 허가제가 아니기 때문에 성폭력 전과가 있거나 비전문가도 사설 상담소를 열 수 있다. 2012년 강간 미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직 목사가 심리 상담 센터를 다시 열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교수는 상담가 스스로가 윤리 의식을 높일 필요도 있지만 제도·정책적으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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